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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0년간 하청노동자 50명 산재 사망..."죽음의 외주화 심각, 정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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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죽음의 외주화 규탄한다" 기자회견(2025.11.24) / 사진.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 죽음의 외주화 규탄한다" 기자회견(2025.11.24) / 사진.금속노조 포항지부

정비 작업 중 설비에 빨려 들어가고, 7m 공장 바닥으로 추락하고, 25톤 덤프트럭에 깔리고, 롤러에 끼이고, 발전 설비가 폭발하고, 질소 등 유해가스에 누출되고, 감전되고, 화재로 불에 타고. 

포스코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자의 87%가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57명 중 무려 50명이 하청 소속으로 죽음마저 차별하는 '죽음의 외주화'가 심각했다. 

현장의 위험을 떠안은 하청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불법파견, 안전보건체계 미흡 등 만성화된 구조적 문제에도 정부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발표한 '포스코그룹 산재현황 통계자료'를 25일 분석한 결과, 경북 포항제철소와 전남 광양제철소 등 포스코 사업장에서 지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는 모두 54건이다. 사상자는 89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57명, 부상자는 32명이다. 

특히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 57명 중 87.7%에 이르는 50명이 하청이나 외주, 계열사 등 '하청노동자'다. 원청 직원은 7명에 불과했다. 2016년 사망자 12명 전원 하청노동자, 2018년 7명 전원 하청, 2022년 5명 전원 하청, 2025년 5명 모두 하청 소속으로 '죽음의 외주화'는 통계로 증명됐다. 

2025년 올 한해 전체 발생한 산재 사고는 모두 6건으로 사상자는 16명이다. 사망자 5명 전원 하청노동자다. 부상자 4명도 하청 소속이다. 원청 소속 사망자는 0명, 부상자는 7명이다. 최근 보름 사이 포스코에서 발생한 4건의 중대재해 사건으로 숨진 하청노동자만 3명이다.

▲11월 5일 포항제철소 소둔산세사공장에서 염산흄 흡입으로 외주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다쳤다. ▲11월 11일에는 광양제철소 협력 업체 노동자가 개포작업 중 쓰려저 숨졌다. ▲11월 14일에는 포항제철소 슬래그 운반 트럭에 노동자가 치여 사망했다. ▲11월 20일에는 포항제철소 실외 버큠카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일산화탄소에 노출돼 6명이 질식으로 쓰러졌다. 하청노동자 2명은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포스코 직원 1명과 방호과 구급대원 3명도 유해가스에 노출돼 치료 받았다. 

2025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현황 / 자료.금속노조 포항지부
2025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현황 / 자료.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경북본부 포항지부,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지난 24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에서 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며 "불법파견이 만든 참사다.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20일 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서 청소하던 노동자들이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하청 노동자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지금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작업은 평소 반복하던 업무였지만 노후 배관을 통해 가스가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당시 가스 측정기, 환기, 보호구 지급 등 기본 안전 조치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실제 작업은 비정규직 도급(하청) 노동자가 하지만 설비 가동 여부와 보수 결정은 원청인 포스코가 관장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도급과 하청 구조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구조적 참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고의 본질은 불법파견과 죽음의 외주화"라며 "포스코는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파견을 금지한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을 무시한 채 수십년간 핵심 공정을 도급과 하청에 맡겨왔다"고 했다. 그 결과 "설비 가동 정보와 작업 지휘 책임을 불명확하게 만들고, 하청노동자들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위험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 이 사실을 여러 차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4년 1월 포스코 사내 하청노동자 250명 전원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원청인 포스코가 직접고용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지법과 서울고법, 대법원도 앞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각각의 재판에서 "포스코 하청 업무는 독립적 도급이 아니"라며 "포스코의 지휘와 명령 아래 이뤄졌다"고 선고했다. 하청노동자들을 직고용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하청 구조를 개선하지 않았다. 불법하청이 계속된 과정에서 '죽음의 외주화'는 현실이 됐다. 

'죽음의 외주화'가 사라질 때까지....민주노총 카드뉴스 /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죽음의 외주화'가 사라질 때까지....민주노총 카드뉴스 /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포스코는 더 이상 사고의 책임을 회피해선 안된다"며 "포스코의 불법을 눈감아주고 수많은 사고에 면죄부를 준 검찰과 경찰, 고용노동부 역시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청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정부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질식사고 관련 모든 정보 공개 △금속노조 추천 전문가가 참여한 독립 진상조사기구 구성 △경영 책임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입건 △양대 제철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불법파견 중단과 모든 노동자 직고용 △노후 설비와 배관 등 위험 설비 진단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료와 배상 지원, 트라우마 치료 등을 요구했다.   

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은주(비례대표) 포항시의원은 지난 24일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포항제철소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재사고로 시민들의 안전 작업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사고의 근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며 "중재산업사고 예방센터(중방센터)가 수사의 주체이기 때문에 지청에서는 드릴 수 있는 대답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또 "위험성 평가의 경우에는 법적 의무가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서 따로 포스코가 보내지 않고 있다"며 "사고 관련 브리핑의 경우에도 보안구역이라 우리 역시 인솔자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답했다.  

포스코는 11월 들어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이동렬 포항제철소장을 보직 해임했다. 이어 21일에는 이희근 포스코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그는 "연이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철저한 반성과 근본 대책을 마련해 사고가 다시 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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