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축제 15년, 무지개인권연대..."성소수자 인권, 손 잡아주세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8.2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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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구지역 첫 성(性)소수자 인권단체 출범
대구퀴어축제 15년됐지만, 일시적 관심 후원 적어
8년간 밤엔 일, 낮엔 단체 운영...생계와 활동 분리
26일 '무지개의 밤', 12월까지 제2의 창립 활동
배진교 대표 "차별과 혐오에 맞설 단체, 도움 절실" 


"무지개인권연대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면서 지역사회에 더 필요한 단체가 됐다"

대구퀴어축제를 15년 이끈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지난 18일 오오극장에서 이처럼 말했다. 

2015년 출범한 대구 첫 성(性)소수자 인권단체 무지개인권연대는 오오극장 한 켠에 둥지를 틀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를 2009년 시작하면서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당과 행정기관 모두 생소했던 성소수자 개념이 지역에 처음 가시화됐다. 이어 곳곳에서 성소수자 이슈가 발생했다. 대구퀴어축제를 준비하며 혐오와 차별을 겪으면서 심각성을 느끼고 이에 대응할 상시적 단체의 필요성에 동의해 무지개인권연대를 만들었다.
 
제2의 창립을 준비하는 배진교 대구 무지개인권연대 대표(2023.8.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2의 창립을 준비하는 배진교 대구 무지개인권연대 대표(2023.8.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단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15년간 대구퀴어축제에 연인원 4만여명이 다녀가도 무지개인권연대로 후원이 이어지지 않았다. 상근자 1명 최저임금도 못 줄 정도로 열악했다. 때문에 사무실 방도 빼고, 배 대표는 밤에 공장에서 일하고 낮에 단체 활동을 했다. 무지개인권연대의 성명, 논평, 기자회견, 집회 일정은 늘어난 반면 생계와 활동이 분리되는 상황이 8년간 지속됐다. 

특히 올해 홍 시장이 대구퀴어축제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경찰들과 대구시 공무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단체 일은 더 늘었다. 관련 소송만 6~7건이 진행 중이다. 

서울이 부럽기만했다. 서울은 성소수자인권단체가 상설화됐다. 지속적으로 운영될 후원자들과 활동가들이 있다. 몇 년에 걸친 노력으로 무지개재단은 사단법인, 서울퀴어축제조직위는 법인으로 등록했다. 반면 무지개인권연대는 몇차례 대구시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시도했지만 반려당했다.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활동가 생계도 보장할 환경을 만들 때가 됐다.  
 
   
▲ 무지개인대연대가 창립했던 대구 오오극장에서...무지개 팔찌를 한 배 대표(2023.8.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2015년 출범한 대구지역 첫 성소수자 인권단체 무지개인권연대 / 사진.무지개인권연대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상설화하고 인권활동가를 돕기 위해 무지개인권연대가 제2의 창립을 한다.  

무지개인권연대는 23일 "무지개인권연대 상근활동비 마련을 위한 무지개의 밤 행사를 오는 26일 연다"고 밝혔다. 중구 동성로5길 지하1층 클럽 꼬뮨(CLUB Commune)에서 오후 7시부터 진행한다. 

1부는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작가 박에디씨와 북콘서트, 2부는 가수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DJ기훈이형' 클럽파티다. 무지개의 밤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구글 독스 사이트에서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문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할 수 있다. 입장료는 1인 1만원이다. 

제2의 창립 활동은 12월까지 이어진다. 9월 영상물 공동체 상영과 북토크, 10월 '커밍아웃의 날'을 맞아 거리 캠페인을 한다. 11월~12월에는 회원 책 읽기와 소풍, 비건음식 만들어 먹기 등을 한다. 

모든 행사 목적은 지속적 활동 지원이다. 후원인을 늘려 상근자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나중에 비영리민간체로 등록하는 게 당장의 목표다. 상시 후원인도 모집한다. 후원은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배진교 대표가 대구 서구 담담책방에서 발언 중이다 / 사진.무지개인권연대
배진교 대표가 대구 서구 담담책방에서 발언 중이다 / 사진.무지개인권연대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축제(2023.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축제(2023.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진교 대표는 "퀴어축제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성수소수자 단체로 목소리 내고 연대할 곳이 늘어났다"며 "각종 행정 절차를 밟고, 각국 대사관과 소통하고, 기업 후원도 유치하고, 혐오단체 거짓말과 잘못된 정보 유포에 맞서고, 소송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축제에 대한 일시적 관심은 무지개인권연대에 대한 후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일부 활동가들이 무보수로 함께 했지만 이런 체제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문제 의식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이 들어선 뒤 차별과 혐오는 노골화됐는데 이에 대응할 무지개인권연대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회원 모집 집중 사업을 하게 됐다"며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필요한 곳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무지개인권연대의 손을 잡아달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무지개의 밤' 웹포스터 / 사진.무지개인권연대
'무지개의 밤' 웹포스터 / 사진.무지개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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