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자녀. 흔히 결혼과 출생을 통해 맺어진 '정상 가족'의 틀로 여겨진다.
좁고 낡은 정상의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 가족 형태를 넘어 성(性)소수자, 비혼자,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구에서도 나왔다.
5.17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아이다호데이'(IDAHO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를 맞아 무지개인권연대,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7일 옛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아이다호데이'는 지난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목록에서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던 동성애를 삭제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매년 5월 17일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LGBTI 인권현황'에 따르면, 성소수자 완전 평등 지수가 100%이라면 한국은 8.08%로 나타났다"며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들이 그 만큼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은 이성애자들만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면서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함께 살고 생활을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한국에서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음을 함께 나누며 행복해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라며 "이제는 법적 혼인 여부와 관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가족을 꾸릴 있도록 가족구성권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민의 다양한 삶이 존중받고 모두가 존엄하게 살기 위해 차별금지법과 함께 가족구성권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가족구성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성소수자도 헌법의 적용을 받는 국민인데도 이들을 위한 예산과 정책은 전무하다"면서 "정부는 마음을 나누고 함께 살고 싶은 권리를 이성애자에게만 부여하지 말고, 성소수자들도 가족 구성 권한을 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난 4월 26일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진선미 의원이 2014년 같은 법안 발의를 시도하다 무산된 이후 9년 만이다. 이 법안은 성인 두 사람이 합의에 따라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며 돌보는 것을 '생활동반자'로 규정한다. 혈연·혼인 관계로 이뤄지는 전통 가족을 확대 적용했다.
생활동반자는 ▲국민연금 연금 수급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출산휴가·돌봄휴가 사용 ▲중대한 의료결정의 보호자 ▲상대방 사망 시 연고자 포함 ▲채무 연대책임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를 가진다.
한편,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위원장 배진교)는 오는 6~7월 중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축제 슬로건은 "퀴어는 이미 사회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해왔다"는 의미의 '우리는 이미'로 정했다.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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