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보.개혁 '범야권' 보수의 벽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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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결산] 8곳 중 6곳 구의회 진출...야당.시민사회 '6+3'연대의 성과
진보정당 4명 전원, 민주 4명. 국참 1명...'풀뿌리 후보'도 구의원으로


대구의 '한나라당 싹쓸이'는 4년 전의 일이었다. 
2010년 대구의 6.2지방선거는 진보.개혁성향 '범야권연대'의 선전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진보정당도, 민주.친노, 풀뿌리 후보도...대구 8개 구.군 중 6곳 구의회 진출

6월 3일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 결과, 대구 야6당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대구정책연대>의 '범야권단일후보'는 전체 23명 가운데 기최의원 10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기초의원'은 16명의 후보 가운데 10명이 당선됐다. 특히, 보수의 벽이 가장 높다는 대구에서 '진보정당'은 출마자 4명 전원 당선됐고, 민주당은 기초의원 후보 6명 가운데 4명이 당선증을 받았다. '친노'를 내세운 국민참여당도 1명의 당선자를 냈다.

당선자...(왼쪽부터) 북구 유병철(무소속.풀뿌리대구연대).이영재(민주노동당).윤보욱(국민참여당) / 달서구 이유경(민주당).김성태(민주당)
당선자...(왼쪽부터) 북구 유병철(무소속.풀뿌리대구연대).이영재(민주노동당).윤보욱(국민참여당) / 달서구 이유경(민주당).김성태(민주당)

또,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좋은 후보'를 선정해 추천한 <풀뿌리대구연대>도 3명 가운데 1명의 당선돼 지역 시민운동의 새로운 의미를 남겼다. 예전 '공정선거감시'에서 '헛공약 가려내기'를 비롯한 정책운동으로, 그리고 낙천.낙선운동으로 이어진 시민사회의 '선거판' 운동이 '풀뿌리'라는 이름으로 무소속 기초의원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그 성과를  낸 셈이다.

당선자...(왼쪽부터) 중구 김병욱(민주당).이훈(민주당) / 동구 황순규(민주노동당) / 서구 장태수(진보신당) / 수성구 김성년(진보신당)
당선자...(왼쪽부터) 중구 김병욱(민주당).이훈(민주당) / 동구 황순규(민주노동당) / 서구 장태수(진보신당) / 수성구 김성년(진보신당)

특히, 범야권단일후보의 당선 지역도 다양해,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6개 구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북구에 유병철(무소속.풀뿌리대구연대).이영재(민주노동당).윤보욱(국민참여당) 후보를 포함한 3명이 당선된 것을 비롯해, 달서구에는 민주당 이유경.김성태 후보가, 중구에는 민주당 김병욱.이훈 후보가 각각 구의회에 입성했다. 또, 동구에는 황순규(민주노동당), 서구에는 장태수(진보신당),  수성구에는 김성년(진보신당) 후보가 당선자에 이름을 올렸다.

4년 전 '한나라당 싹쓸이'... 4년 뒤 개혁.진보 '범야권연대'

이번 6.2지방선거의 이같은 변화와 결과는 4년 전 지방선거를 돌아보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는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해 8개 구.군의 기초단체장 8명, 대구시의원 역시 지역구 당선자 26명 모두 한나라당 후보였다. 특히, 기초의원도 102명의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99명이 한나라당 간판을 달았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후보 2명과 무소속 당선자 1명이 있었으나 이들은 한나라당에서 넘어왔거나 보수적 인사여서 '진보.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이번 6.2지방선거에 대한 개혁.진보진영의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낮은 기대감이 '범야권연대'의 이유가 됐고 성과를 이뤘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대구에서는 진보정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연대에 적극 나섰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창조한국당도 처음부터 연대판에 자리를 지켰다.

<대구정책연대> 결성을 합의한 대구 야5당 대표.사무처장과 시민단체 대표(2010.1.25)/ (왼쪽부터 시계방향) 국민참여당 김진태(시당위원장).추연창(실행위원장), 민주당 이승천 위원장, 진보신당 김광미 사무처장, 민주노동당 이병수 위원장, 창조한국당 김귀현 사무처장,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오완호 상임대표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정책연대> 결성을 합의한 대구 야5당 대표.사무처장과 시민단체 대표(2010.1.25)/ (왼쪽부터 시계방향) 국민참여당 김진태(시당위원장).추연창(실행위원장), 민주당 이승천 위원장, 진보신당 김광미 사무처장, 민주노동당 이병수 위원장, 창조한국당 김귀현 사무처장,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오완호 상임대표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여기에 시민사회단체인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대구경북진보연대'가 참여해 2010년 1월 < 6.2지방선거 대구정책연대>를 꾸리게 됐다. 후보를 한 명도 내지 않았지만 '사회당'도 2월부터 연대에 참여했다. 이어, 시민사회 인사 80여명이 2월 말에 띄운 '풀뿌리대구연대'도 3월부터 <대구정책연대>에 결합하며 야6당과 시민사회 즉, '6+3' 연대가 성사됐다. 이들의 공동 지향은 처음부터 '반(反)한나라당'이었다. 

'6+3'으로 불린 <대구정책연대>는 지난 4월 20일 '풀뿌리대구연대'가 유병철(48.북구).김영숙(43.동구).석철(49.수성구)씨를 '좋은 후보'로 추천한데 이어, 후보를 내지 않은 사회당을 뺀 대구 야5당도 4월 22일과 5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범야권단일후보' 18명을 발표했다. 이후에 다시 2명이 더해져 풀뿌리 후보를 포함해 모두 23명의 범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됐다. 기초단체장 3명과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16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는 전원 낙선했고, 기초의원 후보는 16명 가운데 10명이 당선됐다.

대구시장 '단일화' 실패...대구교육감 '진보'의 낙선

그러나, <대구정책연대>는 '대구시장' 후보단일화에 실패하며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다.

민주당 이승천 후보 /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
민주당 이승천 후보 /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23명의 단일후보를 내고도 정작 대구시장는 민주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후보를 냈다.

당초 대구시장 출마를 밝힌 정당은 민주당(이승천)과 민주노동당(이병수), 진보신당(조명래), 국민참여당(김충환)을 포함한 4곳이었다. 이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진보단일화'를 먼저 추진했으나 단일화 방식 등에 끝내 합의하지 못해 무산됐다.

'진보단일화'가 무산되자 진보신당은 '조명래' 후보의 단독 출마를 선언했고, 나머지 3명은 후보 등록 마감(5.14) 2시간 전까지 '후보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으나 역시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3명의 막판 협상에서 '이병수 단일화'가 잠정 합의되기도 했으나, 민주당측 기초.광역 후보들과 당원들의 거센 반발로 '독자 출마'의 길로 가게 됐다. 결국, 민주당 이승천 후보와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가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에 맞서는 선거전이 됐다. 이승천 후보는 16%, 조명래 후보는 10%의 득표로 낙선했다.

이같은 '대구정책연대'와 별도로 '대구교육감 진보단일화'도 있었다.

정만진 후보 / 김용락 후보
정만진 후보 / 김용락 후보
지역 7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 2010년 대구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교육공대위)>는 3월 31일 "내부 공청회와 대표자 전원회의를 거쳐 '정만진'후보를 범시민 진보단일 교육감 후보로 확정했다.
교육공대위는 '진보후보'를 공모했으나 정만진 후보만 단독으로 신청했고, 역시 진보성향으로 꼽히던 김용락 후보는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결과는 9명의 후보 가운데 정만진 후보는 11.11%, 김용락 후보 2.4% 득표율로 낙선됐다. 선거과정에서 정부의 '전교조 교사 파면.해임' 방침으로 지지기반인 교육.노동계가 위축된 점도 낮은 득표율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역부족"이라는 게 두 후보측의 진단이다.

20표 차 뒤집은 '풀뿌리'...첫.마지막 승전보 '진보정당'...'범야권 여성' 후보

가장 극적인 당선자는 북구의 유병철 후보였다. 유 후보는 기초의원 2명을 뽑는 북구 '라'선거구(대현1,2동,산격3동)에서 그야말로 '피말리는' 접전 끝에 당선됐다. 5명의 후보 가운데 줄곧 2위와 3위로 엎치락 뒤치락하던 유 후보는 이들 3개 동의 투표함을 모두 개표한 결과 20표 차이로 3위에 그쳤다. 후보 캠프에서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 때가 새벽 1시쯤. 그러나, "부재자 투표함이 남아있다"는 개표장의 말이 들려왔고, 결국 부재자 투표함에서 앞서던 2위 후보보다 45표를 더 얻어 최종 25표 차이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새벽 2시 반쯤이었다.

대구시 북구 '라'선거구 개표 결과...유병철 후보가 불과 25표 차이로 당선됐다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구시 북구 '라'선거구 개표 결과...유병철 후보가 불과 25표 차이로 당선됐다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범야권'의 첫 승전보와 마지막 당선자는 '진보정당' 후보였다.
북구 이영재(민주노동당) 후보는 밤 10시쯤 '당선' 소식을 전해왔다. 북구 '아' 선거구(3인 선거구)에 출마한 이영재 후보가 5명의 후보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 3명을 모두 누르고 1위로 당선됐다. 이 후보는 밤 10시쯤 마지막 투표함을 남긴 상태에서 2위 후보보다 1천여표를 앞서 당선이 확정됐다. 이 후보는 4년 전 선거에서 87표차로 아깝게 떨어져 이번 선거에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의 열세를 느낀 서상기 국회의원(대구시당위원장)이 "친북좌파가 웬말이냐"며 색깔론을 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이 '후보자 비방죄'로 선관위에 신고했으나 선관위는 '무혐의' 처리했다.

대구시 북구 '아'선거구...이영재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 3명을 모두 제치고 1위로 당선됐다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구시 북구 '아'선거구...이영재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 3명을 모두 제치고 1위로 당선됐다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황순규(민주노동당).김성년(진보신당) 후보는 밤샘 개표를 거쳐 새벽 4시를 넘긴 다음에야 당선이 확정됐다. 각각 '3인 선구'에서 황순규 후보는 동구에서 3위로, 김성년 후보는 수성구에서 2위로 당선됐다. 이들 선거구는 개표가 늦어져 후보들의 애를 태웠으나, 새벽 3시를 넘기면서 '당선권'이라는 기대가 전해졌고, 결국 새벽이 밝아올 즈음에야 당선이 확정됐다.

유일하게 '범야권 여성'인 민주당 이유경 후보의 당선도 눈에 띄었다.
현직 비례대표 '달서구의원'인 이 후보는 달서구 '다'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현직 구의원을 누르고 3위로 당선됐다. 이 후보는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된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선거를 통해 지역에 숨어있는 중도와 진보 목소리 많다는 걸 많이 느꼈고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기뻐했다. 또, 민주당을 넘어 '범야권단일후보'라는 사실을 매우 강조했고 그런 자부심을 갖고 뛰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야권단일화의 성과"라며 "단일화에 힘쓴 야5당과 시민사회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대구 '범야권단일후보' 당선자
대구 '범야권단일후보' 당선자 현황 / 자료. <대구정책연대>
대구 '범야권단일후보' 당선자 현황 / 자료. <대구정책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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