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진 것 하나 없는 세월호 1년, 국가는 없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4.1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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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천여명 추모제 "돈으로 희롱ㆍ시행령으로 대못, 진실 위해 잊지말고 기억해야"


지난해 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승객 4백여명을 실은 세월호가 침몰해 3백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실종자 9명은 여전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로부터 꼬박 1년이 된 16일 저녁 대구 동성로에는 시민 1천여명이 모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었다.

'세월호 1주기 대구시민 추모제'에 시민 1천여명이 모였다(2015.4.16.대구백화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1주기 대구시민 추모제'에 시민 1천여명이 모였다(2015.4.16.대구백화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들은 가슴에는 노란리본을, 손에는 '바다 속 진실을 인양하라'고 적힌 노란 풍선을 들었다.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촉구하는 피켓도 들었다. 또 대구백화점 앞 '세월호 1주기 대구시민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들은 국화 한 송이와 각자 준비해온 화분을 영령들에게 건내고 고개 숙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일부 시민들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취인으로 한 '파산선고' 전단지를 뿌리기도 했다. 전단지에는 "대한민국 정부의 도덕적 정치적 파산을 선고합니다. 남미순방 안녕히 가세요.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귀가 적혔다. 또 이날 추모제에는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많이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인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하는 시행령 폐기' 피켓을 든 한 고등학생(2015.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하는 시행령 폐기' 피켓을 든 한 고등학생(2015.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산고등학교 2학년 정혜리양은 "올해 수학여행을 가면서 단원고 친구들이 생각났다"며 "1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어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같은 학교 박효인양도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진실을 밝혀준다고 했지만 그 어떤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뉴스에도 더 이상 세월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모두 잊은 것 같다. 그러나 진실을 위해 잊지 말고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72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이 참여하는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는 16일 저녁 7시 대구백화점 앞 야외과장에서 '세월호 1주기 대구시민 추모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5반 고(故) 김민성(17)군의 어머니 박은희씨와 아버지 김홍열씨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 활동가와 정당인 등 시민 1천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제는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추모제 후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종이배를 들고 동성로 일대에서 행진이 펼쳐졌다.

이날 대구 추모제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5반 김민성군 아버지 김홍열씨와 어머니 박은희씨(2015.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대구 추모제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5반 김민성군 아버지 김홍열씨와 어머니 박은희씨(2015.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들은 이날 추모제에서 세월호 참사 1년동안 박근혜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며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했다. 또 세월호 1주기인 이날 남미 순방을 떠나기로 발표한 뒤 유가족대책위에 통보도 없이 팽목항을 찾은 박 대통령을 성토하며 "국민 304명 초상날 해외로 떠나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전히 세월호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안전한 국가를 위해 세월호를 잊지말고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단원고 2학년 김민성군의 어머니 박은씨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제발 이제 그만하자는 말은 하지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유가족에게 1년간 이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내 자식을 포함한 3백여명의 목숨이 차가운 바다에서 이유도 모른 채 잠들었는데 어떤 가족이 분노하지 않겠는가. 그런 우리에게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국가가 너무 밉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성군 아버지 김홍열씨는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유가족을 희롱하고, 시행령으로 대못을 박는 박 대통령은 과연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세월호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이 잊지말고 기억하고 행동해달라.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진실을 알리는데 앞장서달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대구 시민들의 행진(2015.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대구 시민들의 행진(2015.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는 17일 저녁 7시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내가 기억하는 세월호 망각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의 특강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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