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우리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4.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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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추모예술제 / 동성로에 노란 종이배...밤새 공연·토론으로 추모, '온전한 인양' 촉구


세월호 1주기 대구 추모 예술제 '기억의 수학여행'(2015.4.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1주기 대구 추모 예술제 '기억의 수학여행'(2015.4.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5일 저녁 대구 동성로 한 복판에 노란색 대형 배가 설치됐다. 거리에는 노란 리본과 종이배들이 한 아름 전시됐다. 종이배에는 '끝까지 진상규명', '미안해요', '잊지 않을게요'라는 글귀들이 적혔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됐다. 당시 희생자 중 250여명은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참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유가족이 요구한 특별법은 새누리당의 반대 속에 누더기로 통과됐다. 또 그 특별법마저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반쪽짜리로 만들어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길바닥과 진도 팽목항을 헤매고 있다. 

'끝까지 진상규명'이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 종이배(2015.4.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끝까지 진상규명'이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 종이배(2015.4.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대구 예술인들이 추모예술제를 열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구지회,  전방위예술행동네트워크,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회는 15일 저녁 9시부터 16일 아침 9시까지 대구백화점 앞에서 '기억의 수학여행 세월호를 기다리며'를 주제로 세월호 1주기 추모예술제를 열었다.

예술제는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발한 15일 저녁 9시 시작돼 참사가 발생한 16일 아침 9시까지 모두 1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면서 당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했다.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운동에 한 시민이 참여하는 모습(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운동에 한 시민이 참여하는 모습(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도노반과 제3행성, 허곤, 황성재, 오영지, 소풍 등 가수 8팀은 메모리얼 버스킹 공연을 통해 추모곡을 불렀고, 도도연극과 교육연구소는 '봄꽃 진 자리'라는 연극을 선보였다. 또 연극자리 소풍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그림자극과 '416, 세월호, 나'를 주제로 한 토크쇼도 이어졌다.

야외광장에 마련된 인디언텐트에서는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세월호 유족 육성기록이 담긴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비롯한 세월호 관련 서적 낭독, '국가, 자본, 언론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주제로 한 노상 세미나가 펼쳐졌다. 16일 오전 4시 16분에는 참가자 모두가 동성로에서 추모 행진을 했다.  이 행사에는 모두 1백여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16일 아침 9시 12시간의 추모예술제를 마무리했다.

고등학생들이 대구 분향소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등학생들이 대구 분향소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이들 단체는 추모예술제가 열린 대구백화점 앞에 '세월호 참사 1주기 대구시민 합동분향소'도 차렸다. 분향소는 16일 저녁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1주기 하루 전인 15일 저녁에도 고등학생과 주부, 직장인 등 많은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국화꽃을 헌화하고 향을 피우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분향소 옆에서는 '세월호의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천만인 범국민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이날 추모예술제에 참석한 신명고등학교 3학년 정미류양은 "살아 있었다면 나와 동갑이었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며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정치인들과 어른들은 진실을 밝혀준다고 약속했으면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달라진 게 없어 슬프다"고 말했다. 19살 자녀를 둔 직장인 전미영씨도 "다시 장례를 치룬다 생각하고 국가가 빨리 세월호를 인양해 진상규명을 하면 좋겠다"면서 "유가족을 이렇게 오래 방치하는 국가가 어디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인디언텐트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는 한 시민(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디언텐트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는 한 시민(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현순 대구민예총 이사장은 "충격적 참사가 벌써 1년이 됐지만 우리 국가는 세월호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국민 3백여명의 목숨을 바다에 버린 국가가 진상도 규명 못하고 배도 건지지 못하고 거짓말과 꼼수로만 일관해 국민들은 모두 국가를 불신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야 하고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추모예술제를 열어 시민들에게 다시 세월호를 잊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면서 "기억하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16일 저녁 7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대구시민대회'를 연다.

추모예술제를 위해 대구백화점 앞에 설치된 인디언텐트(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추모예술제를 위해 대구백화점 앞에 설치된 인디언텐트(2015.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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