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앵커 "권력의 시녀 자처하는 언론, 참담하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0.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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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언론자유 최악, '기레기' 오명...기자들도 현장에서 싸워야"


"국민 여러분께 현재 한국 언론을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MB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권력만 바라보며 스스로 종속되고 통제와 감시 속에 시녀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면 참담할 뿐이다"


최승호(55.전 MBC 'PD수첩' 프로듀서) '뉴스타파' 앵커는 22일 대구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 상황에 대해 착찹한 심정을 나타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우리나라 언론들이 속보 경쟁을 벌이다 생존자와 구조자 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를 해 유가족과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던 사실을 지적하며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정부의 대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언론 역시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2014.10.2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2014.10.2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국민의 불신을 받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언론은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은 박근혜 대통령 일거수 일투족과 패션까지 보도하는 '땡전뉴스'를, 종편(종합편성채널)은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면서 "정부에 종속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 기자들은 데스크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싸우지 않고 불평만해서는 언론 자유와 독립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과 권력에서 자유로운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기레기가 된 언론, 희망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은 대구 <연구공간 Q+(대표 오택진)>의 '응답하라 코리아 한국 사회에 던지는 10가지 질문'의 6번째 강좌로 경북대에서 시민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왜곡보도와 편향적 기사를 써 저널리즘 수준을 떨어뜨리는 기자를 비판하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후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기레기 된 언론, 희망은 무엇인가' 강연(2014.10.2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레기 된 언론, 희망은 무엇인가' 강연(2014.10.2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 앵커는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 지형이 "1987년 6월항쟁 당시 보다 못하다"며 "언론의 자유도를 100으로 봤을 때 북한이 0이라고 하면 유신정권 때는 20, MB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현재는 40정도로 최악"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의 적폐가 드러난 게 세월호 참사"라며 "당시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MBC, KBS, YTN 등에서 잇따랐다. 사고 발생 5~6시간이 지나서야 언론은 이를 정정했다. 1초가 급한 참사에서 정확한 팩트 전달에 실패해 정부 대응을 이완시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향력이 가장 큰 공영방송사들은 '민·관·군 총동원 구조작업 중' 등의 정부 홍보 기사만 내보내 현장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를 했다"면서 "연차가 낮은 현장 기자들이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도 데스크가 정부 입맛에 맛는 대통령 심리경호 보도를 해 기레기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이 공영방송사들이 "정부 편향적 보도"를 하는 이유로는 '방송사 지배구조'를 꼽았다. 현재 방송법상 공영방송 KBS 사장은 이사회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이사회 11명 중 야당 몫은 4명인 데 반해 과반 이상인 7명은 여당 몫으로 절대적으로 여당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 MBC 역시 야당 몫은 3명에 불과하고 여당 몫은 과반 이상인 6명으로 여당에 유리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여론 방향을 결정하는데 KBS와 MBC가 결정적 영향을 갖고 있는만큼 정부에게 공영방송은 달콤한 과실"이라며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권을 잡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방송사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 여기에 간부들은 종속된 지배구조에 붙어 권력이 좋아하는 보도만 내보내고 있다. 더 나가 보도 큐시트를 청와대에 보내 복종을 자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재 지배구조를 개선해 정권에 자유로운 방송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는 시민 160여명이 참석했다(2014.10.2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강연에는 시민 160여명이 참석했다(2014.10.2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를 위해 최 앵커는 기자들의 '각성'과 '반성'을 촉구했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싸워야 한다. 물론 현재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도 못하면서 매일 제도 탓만 하고 현장에서 싸우지 않는 것은 변명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잘려 뜻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동력이 돼 언론 자유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최승호 앵커는 1986년 MBC 입사 뒤 MBC 시사교양국 시사교양 특임 차장과 전국언론노조연맹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2005년부터 <PD수첩> 책임프로듀서를 맡아 '황우석 사건',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등을 취재해 제23회 '한국PD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6월 20일 파업 참여를 이유로 MBC에서 해고돼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앵커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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