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을 1년간 기록한 사람들..."과도한 개발로 습지 사라져가, 원형 보존해야"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4.01.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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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자들 지난 1년간 걷고, 보고, 들은 조류 조사 결과 발표
"편의시설 차고 넘쳐...비 내려도 습지에 물 부족, 협곡 같아"
금호강 르네상스? "생태에 나빠→최소 개발, 원형 물려줘야"
올해 금호강 상류 조사, 예술계 인사들과의 연대 방안 논의


금호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대구시의 개발사업으로 파괴돼 이 땅을 떠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생명평화아시아'(이사장 유한목)는 18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2023 금호강 조류 조사 결과발표회-언제나 같은 꿈을 꾼다'를 개최했다. 시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 사회로 2시간 30분 가량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정태 산에들에생태연구소 박사(부산대 이학박사 졸업)가 금호강 조류 조사 결과를, 김시환 습지와새들의친구 활동가가 금호강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법정보호종들을 발표했다. 금호강 아트 필름 <언제나 같은 꿈을 꾼다>를 상영하고 감정원 영화감독과 서민기 음악감독이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금호강을 디딘 사람들'을 주제로 토크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 김정태 산에들에생태연구소 박사, 김시환 습지와새들의친구 활동가, 서민기 음악감독, 감정원 영화감독 (2024.1.18.대구 중구 오오극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 김정태 산에들에생태연구소 박사, 김시환 습지와새들의친구 활동가, 서민기 음악감독, 감정원 영화감독 (2024.1.18.대구 중구 오오극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1년 동안 금호강 일대를 다니며 조류를 조사한 결과에 대해 김정태 박사는 "한 해 동안 안심습지에서만 조류가 102종, 1만4,161개체를 발견했다"며 "대구시가 지자체 시비, 예산을 들여서라도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보전해야 하는 구역"이라고 총평했다.

김시환 활동가는 "안심습지에서 달성습지까지 조사하면서 금호강이 마치 협곡과 같다고 느꼈다"면서 "강은 물을 담았다가 분출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하는데, 개발로 물이 넘치지 않아 비가 많이 와도 습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새들이 더 많이 관찰되지 않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김정태 박사, 김시환 습지 활동가(2024.1.18.대구 오오극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김정태 박사, 김시환 습지 활동가(2024.1.18.대구 오오극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토크 시간에서는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대구시(시장 홍준표)가 오는 2028년까지 5,400억원을 들여 야생화정원, 수상레저·스포츠시설,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하는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 사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금호강 환경과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비판이다.

김정태 박사는 "금호강을 돌아본 결과 이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자연 원형을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자연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 구역만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환경 행보는 국회의원들이 결정한다"며 "시민들이 끊임없이 물어보고 꼼꼼히 따져서 환경적 마인드가 올바른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김시환 활동가는 "금호강 르네상스는 환경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아주 안 좋은 사업"이라며 "습지 인근에 편의시설들이 많이 존재하게 되면 습지는 사라지고 사람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향후 금호강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조사자들은 "금호강 상류 조사"를, 예술인들은 "다른 예술계 인사들과의 연대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금호강 조사는 상류인 영천댐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영천댐에서 안심습지까지 내려오는 구역도 조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시환 활동가는 "이번 조사는 하류만 진행해 상류에도 하중도들이 있어 조류가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올해는 금호강 상류를 조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트 필름 <언제나 같은 꿈을 꾼다> 화면 캡쳐 / 사진.생명평화아시아
아트 필름 <언제나 같은 꿈을 꾼다> 화면 캡쳐 / 사진.생명평화아시아
 
 
◆ 금호강을 배경으로 하는 아트 필름 <언제나 같은 꿈을 꾼다>는 팔현습지의 왕버들나무와 숲을 걷는 아이들, 개발로 인해 쓰러진 나무들, 공사 예정 지역인 것을 알리는 깃발과 건물 사이에서 자재를 올리고 있는 타워크레인 등을 교차해 보여준다. 모두 금호강에서 지난 1년 동안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땅을 디디고 사는 모든 생명은 같다는 의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감정원 감독은 "이번 촬영을 통해 금호강을 배경으로 찍고 싶은 영화가 떠올랐다"며 "현재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을 계기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들(금호강 환경 보전)을 영화계 동료들과 함께 도모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기 감독은 "실제로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예술인들과 연대해서 금호강 환경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목소리를 낼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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