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법정보호종 12종 발견에도 환경부가 개발사업을 밀어붙이자, 환경단체가 "환경평가 부실"을 문제 삼으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공사를 강행할 경우 "법적대응"도 예고했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현습지 환경영향평가는 엉터리"라며 "재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팔현습지 내 법정보호종 개체수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2021년 팔현습지 환경영향평가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은 수달, 삵, 원앙 등 '3종'이다. 다른 법정보호종 서식은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최근 환경단체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모두 12종의 법정보호종을 발견했다. 대구환경청이 통과시킨 환경영향평가보다 9종을 더 찾은 셈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팔현습지 생태조사를 통해 발견한 법정보호종은 모두 9종이다.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1급) ▲수달(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삵(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멸종위기 2급) ▲남생이(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담비(멸종위기 2급)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원앙(천연기념물) 등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팔현습지 환경조사를 실시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조사로 발견된 9종 외에도 ▲큰고니(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새매(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큰기러기(멸종위기 2급) 등 3종을 발견했다.
환경단체가 재조사를 요구하는 이유다. 대구환경청이 9종을 누락한 채 환경평가를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 28조는 "환경부 장관은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제41조도 "환경부 장관은 환경영향평가서와 기초자료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금호강공대위는 "지자체가 개발하겠다고 해도 막아서야 할 환경부가 스스로 나서 멸종위기종 서식처를 망치는 '삽질'을 강행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 모든 것은 졸속, 부실 환경영향평가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팔현습지 생태조사를 제대로 해 얼마나 많은 법정보호종과 야생동물이 존재하는지 똑똑히 밝혀야 한다"며 "대구지방환경청이 환경단체 의견을 묵살한다면 법적소송을 통해서라도 엉터리 사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팔현습지에 예산 368억원을 들여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한다. 5.3km 길이, 14만 2,867㎡ 규모로 산책로를 건설하고, 제방을 확장한다. 제방은 이번 달 확장 공사를 하고, 산책로는 내년 10월 조성할 계획이다.
박호석 금호강공대위 대표는 "비전문가로 구성된 민간단체에서도 법정보호종을 9종이나 발견하는데, 전문기관이 3종밖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실을 넘어 거짓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즉시 거짓부실검토위원회를 열어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 하천정비사업 승인 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강수영(법무법인 맑은뜻)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얼마든지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 시행 여부를 재검토하고, 새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환경부에서 환경영향평가와 사업 재검토를 하지 않은 채 공사를 그대로 자행하면 법적 대응도 준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흥원 대구지방환경청장은 이날 환경단체와의 면담에서 "최근 발령을 받아 지역 이슈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현재 섣불리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흐렸다. 다만 "환경단체에서 우려하고 주장하는 부분과 기존 자료를 검토해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서 청장에게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위원회 개최 ▲거짓부실검토위원회 개최 기간에 공사 중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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