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수놓은 고니, 청머리오리...121종 4만 '조류 실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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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아시아' 지난해 금호강에서 심층 조류 실태 조사
팔현·안심·달성습지 등 6곳 지정, 전문가 포함 TF팀 꾸려
국제보호종 2종, 국내 멸종위기 법정보호종 31종 등 발견
"환경파괴 금호강 르네상스 대응...지켜야할 아름다운 자산" 


국제 멸종위기에 처한 '청머리오리'와 '붉은갯도요'부터, 우리나라에서 귀한 고니와 수리부엉이, 귀여운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머리깃이 인상적인 '뿔논병아리'까지. 금호강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새들이다. 

(사)생명평화아시아는 지난 18일 '2023년 금호강 조류조사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구시(시장 홍준표)가 사업비 5,400억원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 사업을 추진하자 "환경파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고자 조류 전문가 2명(김정태 이학박사,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과 행정지원 1명(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TF팀을 꾸려 2023년 1월~12월까지 1년간 안심습지에서 달성습지까지 금호강 서식 조류 종수와 개체수를 전수조사했다.  
 

대구노동청 앞에 설치된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천막농성장(2024.1.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노동청 앞에 설치된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천막농성장(2024.1.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금호강 조류 실태조사 6개 구역 / 자료.생명평화아시아
금호강 조류 실태조사 6개 구역 / 자료.생명평화아시아


A구역에서 F구역까지 6개 구역을 정해 구역별 환경 현황을 살펴봤다. A구역은 안심습지 중심, B구역은 팔현습지와 동촌유원지, C구역은 도심 중앙 위치와 공항교 아래, D구역은 유사 조절지와 하수종말처리장, 하중도, E구역은 2개의 금호대교에서 해량교까지, F구역은 달성습지와 북부지역이다.

조사 방식은 매월 2인 1조로 팀을 이뤄 개체수가 많은 동계 기간에는 각 소구역에서 관찰된 종의 해당 월 최다 관찰치를 취해 자료를 분석했다. 조류 조사는 선조사법과 정점조사법을 병행했다. 강 수면부나 담수지 경우 관찰이 쉬운 곳을 골라 쌍안경과 망원경으로 종을 동정했다. 육안으로 파악이 어려운 경우 울음소리로 동정했다. 육상부의 경우 조사경로를 선택해 천천히 걷거나 차로 이동하며 확인된 모든 개체수를 기록했다. 관찰과 종의 동정은 『한국의 새(이우신 등. 2020)』를 따랐다. '동정'은 새로 만든 생물의 표본이나 어떤 생물을 각종 도감이나 검색표 등에 따라 비교 검토해 이미 밝혀진 분류군 중에서 그 위치를 결정하는 일을 말한다.
 

육안, 쌍안경, 도보, 카메라 등 금호강에서 조류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 사진.생명평화아시아
육안, 쌍안경, 도보, 카메라 등 금호강에서 조류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 사진.생명평화아시아


그 결과, 금호강에서 지난 1년간 14목 38과 121종 누적 개체수 4만14개의 새 개체수가 확인됐다. 텃새 38종, 겨울 철새 39종, 여름 철새 31종, 나그네새 13종이다. 겨울철과 여름철에 서식 조류의 종수와 개체수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개체수에 비해 종수는 편차가 더 적었다. 구역별로 보면 금강 잠수교, 안심교, 범안대교 A구역에서 102종으로 최다 종수, 누적 개체수도 1만4,161개로 가장 많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지정한 '법정보호종(환경부, 문화재청, 산림청)'은 31종 2만여개체다. 멸종위기 1급은 2종 누적 개체수 12개체, 멸종위기 2급 9종 누적 개체수 1만8,583개개, 천연기념물 20종 누적 개체수 2,970개체, 특정종 28종 누적 개체수 1만8,942개체다.

특히 국제적인 보호종으로 'The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에 등재된  청머리오리 189개체와 붉은갯도요 1개체도 관찰되었다. 각각 달성습지와 금강잠수교 아래에서 발견됐다.
 

(위)국제 보호종 청머리오리(달성습지), (아래)붉은갯도요(금강잠수교 아래) / 사진.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위)국제 보호종 청머리오리(달성습지), (아래)붉은갯도요(금강잠수교 아래) / 사진.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안심습지 A구역에서는 보호종 멸종위기 1급 고니·흑고니, 멸종위기 2급 큰고니·큰기러기·새매·매,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원앙이 서식했다. 청머리오리와 붉은갯도요 등 특정종도 나타났다.

팔현습지, 동촌유원지 인근 B구역에서도 멸종위기 2급 새매, 큰고니, 큰기러기, 흰목물떼새,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서식했다. 개개비, 노랑발도요, 빽빽도요, 비오리 등 특정 종도 눈에 띄었다. 공항교~무태교 C구역에서는 멸종위기 2급 새매와 잿빛개구리매, 큰고니, 천연기념물 새매와 원앙, 큰고니, 황조롱이 등이 발견됐다. 개개비와 발구지, 비오리, 청머리오리, 콩새 등 특정종도 서식했다. 

조야교 하종도(꽃섬)이 있는 D구역에서는 멸종위기 1급 고니를 비롯해 매, 새매, 큰말똥가리 등이 살았고, 해랑교 습지 쪽인 E구역에서는 큰고니, 원앙, 황조롱이 등이 발견됐다. 달성습지 F구역에서는 멸종외기 1급 흰꼬리수리를 포함해 새매, 새호리기, 수리부엉이, 노랑지빠귀, 되새 등이 보였다.
 

(위)국제 보호종 청머리오리(달성습지), (아래)붉은갯도요(금강잠수교 아래) / 사진.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위)국제 보호종 청머리오리(달성습지), (아래)붉은갯도요(금강잠수교 아래) / 사진.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붉은머리오목눈이, 비오리, 북방쇠찌르레기, 벙어리뻐꾸기, 백할미새, 뻐꾸기, 뿔논병아리, 삑삑도요 등 / 사진.생명평화아시아
붉은머리오목눈이, 비오리, 북방쇠찌르레기, 벙어리뻐꾸기, 백할미새, 뻐꾸기, 뿔논병아리, 삑삑도요 등 / 사진.생명평화아시아


생명평화아시아는 "금호강에서 서식하는 많은 조류들을 보며 금호강의 아름다운 습지와 새들을 반드시 지켜야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번 실태조사가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허울 좋은 사업으로부터 금호강을 지켜낼 수 있는 작은 힘이라도 되길 바란다"고 밝혀다. 

이어 "대구시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조류 조사를 해 금호강의 조류 자료를 축적하고 무분별한 하천 개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생명들과 종 다양성에 방점을 맞춰 진행하길 바란다"면서 "강과 둔치, 습지는 본연의 모습일 때 제 역할을 한다. 금호강의 습지와 새들을 지키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명의 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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