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정책토론, 청구인 5배 늘리고 시기·횟수도 제한..."시민 공론 퇴행"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3.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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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1500명, 토론실시 6개월→1년, 종료 2년 사업 청구 불가
"타·시도 비해 기준 낮고, 중첩·행정력 낭비 커" 입법예고 기간
2008년 조례 제정 후 15년간 토론회 21건...1년에 0.7건 꼴
시민단체 "사실상 폐지...홍준표 시장 독단행정, 철회" 반발


대구시가 정책토론 개최 요건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려고 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토론 청구인 숫자는 이전보다 5배 늘리고, 시기와 횟수는 제한한다. 기준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공론화 퇴행"이라며 반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민사회 쓴소리를 듣기 싫어 토론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3호선 안전관련 정책토론회'(2013.6.27.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호선 안전관련 정책토론회'(2013.6.27.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정책기획관에 24일 확인한 결과, 지난 20일 '대구광역시 정책토론 청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했다. 일부 기준을 수정하고, 신설했다. 오는 4월 10일까지 의견수렴을 받는다.

개정 조례안 내용을 보면 ▲청구인 숫자를 기존 300명에서 1,500명으로 올렸다. 청구인 수를 5배 늘린 셈이다. ▲청구인 나이는 기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권 나이가 낮아지면서 청구인 나이도 그에 맞게 조정했다. ▲청구인대표자의 청구인 개인정보 보호 관련 서약서도 신설했다. 토론을 위한 청구 서명을 받을 때 시민들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포함되는데 청구인 대표자가 이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서약지를 내야 한다는 조건이다.  

토론 시기와 횟수도 조정한다. ▲시민 청구로 인해 정책토론회를 실시한 경우 기존에는 6개월 이내에 또 다른 토론을 열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는 토론 실시 가능 시기를 1년이내로 조정했다. 연간 토론 횟수를 제한한 것이다. ▲종료한지 2년된 정책·사업에 대한 토론 청구 불가 내용도 포함됐다.
 
'대구시 정책토론청구 조례', 입법예고한 개정 조례안 비교 / 자료.자치법규정보시스템, 사진 편집.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정책토론청구 조례', 입법예고한 개정 조례안 비교 / 자료.자치법규정보시스템, 사진 편집.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원정민 기획조정실 기획팀장은 "서울과 경기도는 청구인이 5,000명"이라며 "타 시·도 청구인 수와 비교하면 대구시 청구인 수는 최저 수준인 300명으로 인구 비율로 따져봐도 너무 저조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구수 대비 청구인 수(통계청 2023년 2월 기준)는 대구가 0.01%로 서울 0.06%, 제주 0.09%, 전남 0.03%,광주 0.02% 등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제도가 많다는 것도 개정 이유로 들었다. 원 팀장은 "해당 조례를 만든 당시에는 토론문화가 활발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토크대구', '소통이음', '주민참여예산제' 등 토론 창구가 많아졌다"며 "중첩되거나 비슷한 토론이 많아져 행정력 낭비가 큰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이다. 청구인 기준은 서울시 5,000명, 세종시·대전시 500명, 광주·충북 300명 등이다. 대구시의 경우 김범일 시장 시절인 지난 2008년 제정했다. 정책 추진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시민 공개 토론을 열어 더 나은 정책을 만든다는 취지다. 이후 대구시는 15년간 21건의 정책토론을 개최했다. 1년간 0.7건 꼴로, 1년에 1회가 안된다.
 
'대구의료원 역할 강화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2021.6.18.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대구의료원 역할 강화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2021.6.18.대구문화예술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청구 나이는 한살 어려진 반면 서명받아야 하는 숫자는 늘고 횟수는 줄어들자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토론 청구까지 막는 홍준표 시장"이라며 "공공기관과 각종 시민위원회 통폐합, 시민원탁회의 등 공론장을 페지하더니 시민의 정책토론 청구 문턱까지 높여 사실상 토론을 원천봉쇄하고, 제도를 페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구인 수를 5배 늘리는 이유로 타 시.도 기준을 드는데 이는 다른 지자체들이 문턱을 함께 낮출 일이지 대구시가 문턱을 높일 일이 아니다"며 "후보시절 부터 상대에 대한 막을 일삼고 독단적 행정을 하더니 공론화 과정마저 폐기한 것은 기가 찰 일이다. 개정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0일 보도자료에서 "쓴소리를 한다고 정책토론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홍 시장의 좀스러운 행동"이라며 "1년에 기껏 1건도 안되는 토론을 '행정력 낭비'라고 하는 것은 시민 공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시장은 자신 SNS에 여과없이 쓴소리를 하면서 정책토론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안된다"며 "기존 청구인 300명보다 낮추어 토론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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