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 9개 기금 폐지...복지·성평등·남북협력 562억 '순삭'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8.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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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 '빚갚기' 말 한 마디에 올해 사라지는 기금들
9개 조례폐지안 8월말 입법예고, 관련 위원회도 폐지
"집행실적 없는 묵힌 돈...필요하면 일반 회계 포함"
시민단체 "저소득·장애인·노인, 약자 희생...의회 막아야"         


대구시가 562억원에 달하는 9개 기금을 폐지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빚갚기' 정책에 따른 결정이다.

사라지는 기금은 사회복지, 양성평등, 남북교류협력, 인재육성기금 등이다.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폐지되는 기금 대부분이 저소득층, 장애인, 한부모가족,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 사업 성격의 기금인 탓이다.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기금 폐지를 결정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홍준표 시장 '남북교류협력기금 폐지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2.8.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홍준표 시장 '남북교류협력기금 폐지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2.8.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예산담당관실에 12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올해 안에 모두 9개의 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폐지할 기금은 ▲사회복지기금(2022년도 말 목표 기금조성액 110억6,181만4천원) ▲양성평등기금(58억2,2백만5만9천원) ▲남북교류협력기금(52억8,235만4천원) ▲청사건립기금(1,980억3,187만2천원) ▲체육진흥기금(335억1,680만4천원) ▲인재육성기금(163억6,301만7천원) ▲시립예술단진흥기금(3억3,148만8천원) ▲농촌지도자육성기금(11억87만7천원) ▲메디시티기금(212억5,120만8천원)이다. 

그 동안 대구시가 운영해온 법정·의무, 특수용도기금을 제외하고 일반 회계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기금을 없앤다. 불필요하거나 집행실적이 낮은 기금을 위주로 내부에서 검토해 모두 9개 기금을 폐지 대상으로 결정했다. 9개 기금을 한 번에 폐지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562억원으로 산정했다. 
 
대구시 '재정혁신 추진안' 중 9개 기금 폐지 계획 / 자료.대구시
대구시 '재정혁신 추진안' 중 9개 기금 폐지 계획 / 자료.대구시

홍준표 시장의 '재정혁신'에 따른 예산 절감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홍 시장은 민선 8기 임기 내에 1조5,000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 오는 2026년까지 채무 비율을 한 자릿수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기금 등을 없애 올해 안에 5,000억원 대구시 채무를 청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시 채무는 현재 2조3,704억원으로 채무비율은 19.4%다. 김정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14일 채무 탕감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기금은 각자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대구시의 기금 관련 각 부서들은 해당 '조례 폐지안'을 제정해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기금과 관련한 위위원들도 동시에 폐지할 계획이다. 조례 폐지안 관련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오는 8월 말 입법 예고 기간을 거친다. 이어 조례 규칙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위원회를 통과하면 9개 조례 폐지안을 모두 대구시의회로 넘길 방침이다. 

사회복지, 여성, 통일단체 등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기금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기금의 경우 저소득층 주민과 노인, 장애인 복지 증진과 자립 기반 조성, 이동권 향상을 위한 목표로 설립됐다. 양성평등기금은 여성 인권보호, 양성평등 문화 확산, 한부모가족 지원을 위한 내용이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은 한반도 평화 통일 여건 조성, 남북간 문화·예술·학술·경제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한다. 인재육성기금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시민들에 대한 교육기회 제공과 장학금 지급, 저소득층 주민과 중소기업 노동자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 사업을 위해 마련됐다.
 
대구시 '재정혁신 추진안' 중 9개 기금 폐지 계획 / 자료.대구시
대구시 '재정혁신 추진안' 중 9개 기금 폐지 계획 / 자료.대구시
2022년도 대구시 양성평등기금 운용계획 / 자료.대구시
2022년도 대구시 양성평등기금 운용계획 / 자료.대구시

기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던 것도 문제인데, 시민사회와 소통이나 어떤 공론화 절차도 없이 홍 시장 말 한마디에 기금 9개를 '한방에 순삭(순식간에 삭제)한다'는 비판이다. 기존의 기금이 없어질 경우 이를 대체할 본예산(일반회계) 반영 계획도 없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같은 이유로 지자체 기금들을 없앤다고 하다가 시민사회와 갈등을 빚었다. 

'대구지역통일선봉대'는 1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와 번영,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교류사업을 펼쳐가기 위한 기금을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평화통일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홍 시장이 진정 평화를 사랑하고 통일을 염원하면 남북교류협력기금 폐지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2022년도 대구시 남북교류협력기금 운용계획 / 자료.대구시
   
▲ "홍준표 시장 기금 폐지 중단하라" 대구시청 앞 피켓팅(2022.8.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장애인이나 복지 예산과 관련해 일반 회계에 포함시킨다는 약속 없이 그나마 있던 기금마저 날리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존폐 전에 논의나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장애인과 복지에 대해 손을 놓아버리는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목소리 내기 힘든 약자들을 위한 기금을 재원 절감을 이유로 손쉽게 처리하는 의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허리띠를 졸라맨다며 약자들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본예산에 포함시킨다는 말도 없이 단순 빚을 갚는 게 시민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조례를 넘긴다고 해도 대구시의회가 반드시 이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성민 대구시 재정관리팀장은 "집행 실적이 거의 없는 묵힌 돈들이 대다수"라며 "남북교류협력기금의 경우 국가 차원의 교류가 꽉 막힌 상황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내부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 비효율적인 것들만 없애기로 한 것"이라며 "만약에 기금들을 없애도 나중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인정되면 충분히 일반 회계, 본예산에 편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예산이나 사업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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