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어떤 단체와도 정책협약 맺지 않겠다"...시민단체 "오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5.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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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장애인·보건·의료 등 시민단체 각 분야 '공약화' 촉구
홍 후보 측 "취지 공감 사인은 못해, 따로 공약...당선되면 대화"
시민단체 "뭘 보고 뽑으란 말인가, 무책임...입장 밝혀야"
민주 서재헌·정의 한민정·기본소득당 신원호 '정책협약' 체결 


홍준표(68)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지역의 여러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각 분야 공약과 관련해 "어떤 단체와도 정책협약을 맺지 않겠다"고 밝혀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복수의 관계자들과 지역 시민단체에 3일 확인한 결과, 홍 후보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후보에게 요구하는 각종 정책공약과 관련해 어떤 협약도 맺지 않을 예정이다. 
 
대구 중구에 있는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2022.5.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에 있는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2022.5.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애인, 보건·복지·의료 등 지역 각 분야 단체는 지난달부터 대구 지방선거 정책공약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각 정당의 대구시장 후보들과 순차적으로 협약식을 맺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지난 달 18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대구시장 후보들에게 "장애인 권리보장 종합 정책 공약화"를 촉구했다. 장애인 탈시설 주거지원 강화, 발달장애인·중증장애인 24시간 공공책임 돌봄제 시행, 여성장애인 권리보장 조례, 장애인 친화 환경 조성 등 20개 정책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재헌(43), 정의당 한민정(49), 기본소득당 신원호(36) 등 3명의 대구시장 후보들은 지난 4월 26일 이들 단체와 정책공약 협약식을 진행하고 협약서를 체결했다. 모든 정책공약을 받아들여 대구시장에 당선될 경우 정책공약을 본인 시정에 반영해 실현시키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대구 지방선거 후보 '장애인 권리보장 공약화' 촉구 기자회견(2022.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지방선거 후보 '장애인 권리보장 공약화' 촉구 기자회견(2022.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홍준표 후보는 정책협약을 맺지 않았다. 홍준표 캠프 관계자들과 이들 단체는 지난 2일 이와 관련해 따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홍 캠프 관계자들은 "홍 후보 본인이 어떤 직능단체, 시민단체와도 정책협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오는 10일 2차 협상을 다시 진행한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3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후보 신분에서 시정 파악을 제대로 못했는데 무턱대고 협약을 체결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취지에는 공감하나 후보가 사인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 여성, 청년, 복지 등 어떤 시민단체와도 선거 중에는 협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면서 "거부라기 보다는 협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달라. 당선되면 대화를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대신 홍 후보는 추후에 장애인, 의료, 복지, 여성 등 공약을 별도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캠프 한 관계자는 "현재 내부에서 공약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라며 "조만간 따로 공약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홍 후보는 장애인단체와 마찬가지로 다른 단체들과도 정책협약을 맺지 않을 예정이다. 
 
   
▲ 민주당 서재헌 대구시장 후보 장애인 정책협약식(2022.4.26) / 사진.서재헌 캠프 제공
   
▲ 정의당 한민정 대구시장 후보 장애인 정책협약식(2022.4.26) / 사진.한민정 후보 페이스북
   
▲ 기본소득당 신원호 대구시장 후보 장애인 정책협약식(2022.4.26) / 사진.신원호 후보 페이스북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지난 4월 27일 요구안을 내놨다. 제2 대구의료원 건립, 공공의료 확충, 대구의료원 역량 강화, 소아 응급·야간 의료 공백 해소, 보건·의료 예산 증액 등 8대 정책이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은 오는 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요구안은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 공공보건의료특별회계 설치 등이다. 회견 후 정의당 한민정 후보와 정책협약식을 하고, 홍준표 후보 선거사무소로 행진해 요구안을 전달한다. 서재헌, 신원호 후보는 추후 이들 단체와 정책공약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대구지역 보건의료 8대 공약제안 발표 기자회견(2022.4.27) / 사진.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지역 보건의료 8대 공약제안 발표 기자회견(2022.4.27) / 사진.우리복지시민연합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협상 중에 '어떤 단체와도 협약을 맺지 않겠다'고 말해 일단 다음 회의로 의제를 넘긴 상태"라며 "정책협약을 맺자는 우리 요구는 변함 없다"고 했다.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외회의 운영위원장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시민들이 홍 후보를 뽑아야 하는 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본인 생각을 드러내 유권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당선되면 생각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취지에 공감하면 협약하면 되지 좌고우면하는 것은 사실상 요구안 거부"라며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이니 공약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확실히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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