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조례, 대구시의회가 무더기 대리발의...'청부입법'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7.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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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파워풀' 슬로건 변경, '공공기관 통폐합' 등 8건
대구시 '제출 기한' 넘기자, 국민의힘 '의원 입법' 우회 발의
시민단체·야당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 거수기 전락...폐기"
홍 "군소 정당의 공격 어이 없다...관례, 당정회의 거쳤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핵심 공약이 담긴 조례들을 대구시의회가 무더기로 대리발의해 '청부입법' 논란이 일자, 홍 시장이 "어이 없는 일"이라며 "당정회의를 거쳤다. 청부입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청부입법 논란과 관련해 1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청부입법은 이익단체나 특정세력 청탁으로 하는 의원입법을 말하는데, 집권당 당정회의를 거쳐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걸 의석 한석 없는 군소 정당이 근거 없이 공격한다고 해서 청부입법이라고 하는 것은 어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의석 한석 없는 군소 정당'은 정의당을 말한다. 
 
   
▲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이 의사봉을 두르리고 있다.(2022.7.5) / 사진.대구시의회
   
▲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글(2022.7.16) / 캡쳐.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또 홍 시장은 "이는 정당정치의 기본"이라며 "당정회의를 거쳐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을 모두 청부입법으로 매도할 것이냐"고 따졌다. 이어 "이번 대구시 조직개편이나 (공공)기관 통페합도 정당정치의 기본틀에서 정당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조직 개편과 기관 통폐합의 경우 대부분 정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다. 청부입법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며 오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13일 대구시정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를 '파워풀 대구(POWERFUL DAEGU)'로 바꾸고,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들을 통폐합하는 개정조례안과 특별조례안 등 모두 9건을 한꺼번에 발의했다. 해당 조례는 모두 홍 시장의 공약과 정책을 반영한 것들이다. 

슬로건을 바꾸는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일부개정조례안 1건을 포함해 ▲대구테크노파크 운영지원 일부개정조례안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설립 및 운영지원 일부개정조례안 ▲대구환경공단 설치 전부개정조례안 ▲대구도시공사 설치 및 운영 일부개정조례안 ▲대구도시철도공사 설립 및 운영 일부개정조례안 ▲대구광역시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및 운영 일부개정조례안 ▲대구광역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전부개정조례안 등 공공기관 통폐합 조례 7건 ▲대구시 정부·정책보좌 공무원과 출자·출자연기관 장과 임원 임기 특별조례안(대구시장 임기와 일치) 1건 등 모두 9개의 조례다.    
 
'청부입법' 비판을 받고 있는 개정조례안 / 자료.대구시의회 홈페이지 '조례안 예고'
'청부입법' 비판을 받고 있는 개정조례안 / 자료.대구시의회 홈페이지 '조례안 예고'

기획행정위, 문화복지위, 경제환경위, 건설교통위 등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공동발의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발의자는 전체 의원 32명 중 28명에 이른다. 조례별로 적게는 7명에서 많으면 10명까지 이름을 올렸다. 대표 발의자 역시 특별조례 1건을 뺀 모두 국민의힘(김재우, 전경원, 김태우, 김정옥, 류종우, 이태손, 박종필, 윤권근 의원)이다. 상임위는 9개 조례에 대해 오는 18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이어 오는 19일부터 순차적으로 상임위 회의를 열어 조례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의원들이 준비한 조례가 아닌 홍 시장이 추진한 것이라는 데 있다. 또 발의 과정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대구시의회 회의 규칙'상 조례는 회기 시작 열흘 전에 제출돼야 한다. 제294회 임시회 첫날은 지난 13일이다. 그로부터 10일 전인 앞서 3일까지 대구시가 의회에 조례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시는 제출 기한을 넘겼다. 그러자 국민의힘 대구시의원들은 집행부를 대신해 '의원 입법'으로 우회형식을 채택해 조례를 발의했다. 1~2건이 아닌 10건에 가까운 조례를 무더기로 올린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당이다보니 해당 조례들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비판했다. 대구시를 견제해야 하는 대구시의회가 "집행부 거수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홍 시장과 대구시의회 다수의석(32석 중 31석)이 같은 당(국민의힘) 소속이다보니 "견제와 감시는커녕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 홍준표 시장의 '파워풀 대구'...새로운 대구시 브랜드 슬로건 / 사진.대구시청 홈페이지
   
▲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 대구시청 내 새 슬로건(2022.7.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의 유일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육정미 의원은 16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조례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절차와 과정에 있어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이라며 "홍 시장은 비상식적 행정으로 의회는 물론 같은 당 의원들도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회기에 발의가 어려우면 집행부가 꼼꼼히 내용을 다듬어 다음 회기에 다시 발의하면 될 일이지 이렇게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면서 "청부입법이라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앞서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충분한 검토와 숙의 과정 없이 대구시의회가 무더기 청부입법을 시도하고 있다"며 "의회는 대구시의 거수기를 넘어서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무더기 청부입법 사태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하고 청부입법으로 발의한 조례를 모두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의원 발의 꼼수를 채택한 홍준표 시장과 거수기로 전락한 대구시의회를 규탄한다"며 "도시브랜드나 공공기관 통폐합이라는 중대한 의제는 번갯불에 콩 볶듯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의회는 부화뇌동말고 잘못된 관행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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