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67.국민의힘) 대구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민선 8기 100일 동안 홍 시장은 '자유와 활력'을 간판으로 내걸고 대구시정 슬로건은 '파워풀대구'로 교체했다. 대구시의 앞으로 먹거리를 책임지겠다며 '미래번영 50년' 계획도 발표했다.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시정혁신' 과제를 내놓고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29년간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 도시인 대구의 오명을 벗겠다며 '채무제로'를 기조로 '재정혁신안'도 실천 중이다. 대구시 공유재산을 팔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아 홍 시장은 지난 6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브리핑룸을 찾아 기자들에게 소회를 밝혔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 게시글도 올렸다. 자신의 정책을 '성과'라고 자평하는 내용이다.
홍 시장은 "대구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기득권 카르텔 타파가 취임 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며 "기득권 카르텔을 깨지 않고서는 대구의 미래 50년은 없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을 성공적으로 대혁신했다"면서 "기능 중복을 없애고 정비해 시민 편익과 효율 중심으로 18개 출자·출연기관, 공사·공단 11개를 통합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관장과 임원 임기를 시장 임기와 일치시키는 조례도 전국 최초로 만들어 '알박기 인사' 문제를 근절시켰다"며 "연봉 상한제와 퇴직금 미지급 제도도 도입해 시민 눈 높이에 맞게 기득권 카르텔을 타파했다"고 했다.
각종 위원회 폐지도 성과로 내세웠다. 홍 시장은 "세금을 낭비하고 책임 행정을 저해하는 199개 위원회 중 54개 위원회를 폐지했다"면서 "지난 정부에서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리던 무책임한 행정을 대구시가 앞장서서 타파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위탁 사무도 144개 중 33개를 통폐합해 효율성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조5,000억원 채무상환 계획을 취임 즉시 수립했다"면서 "불필요한 기금과 특별회계를 폐지하고 미활용 공유재산을 매각해 지출 구조조정을 환골탈태했다"고 강조했다.
식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구 취수원을 구미가 아닌 낙동강 안동댐을 원수로 사용하는 '맑은물 하이웨이' 정책을 추진해 "불합리한 협상에 끌려가지 않고 근원적으로 해결에 나섰다"고 했다.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내륙수변도시로 가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통해 도심 생태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는 "티웨이 항공 본사 이전, 이케아 2025년 개점"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홍 시장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대기업이 잇달아 대구를 찾았다"고 했다.
K2 후적지 '두바이 방식 경제·관광특구 개발', 7개 군부대·경북대병원·대구시청·농수산도매시장 이전에 대해서는 "대구시 전체를 보고 새롭게 디자인 해 올해 안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80% 가까운 압도적 지지는 체인지 대구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이라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강력한 리더십과 거침 없는 추진력으로 대구 재건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 자평과 달리 야당의 100일 평가는 박했다. 정책과 소통에 있어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7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불통의 리더, 불통의 대구시정 100일이었다"며 "홍 시장이 추진하는 반도체 기업 대구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자화자찬만 하니 참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취수원 문제도 같은 당의 전임 대구시장인 권영진 시장과 문재인 정부가 30년간의 숙원사업인 물 문제를 합의했는데, 홍 시장이 혼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내팽개쳤다"면서 "안동시민들도 안동댐 물을 먹지 않고, 중금속 오염 논란까지 있는데 영속성 없는 사업을 벌려놓고 너무나 무책임한 시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해서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후생 정책은 아예 부실하다"면서 "너무 빚 갚는데만 주력하다보니, 시민들에게 돌려줘야할 복지 서비스는 축소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페북 정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홍 시장은 취임한 뒤 매일 2~3건의 글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키워드는 8할이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북 정책, 국민의힘 당내 사태 등이다. 단체장이 '중앙정치'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 시장은 100일을 하루 앞둔 7일에도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문재인·김정은 합작, 트럼프가 보증한 남북 위장평화쇼로 우리가 참패했다"며 "통일과 비핵화 환상을 심고 사기친 기만극"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또 "자유한국당 일부 중진들 처신은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비굴했다"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한다. 재기의 기회는 오지 않는다"고 당내 정치인들을 저격하는 글도 올렸다.
강민구 위원장은 "하방했다면서 페북에 중앙정치 글을 너무 많이 써서 이런 것에 대해 비판과 지적을 해도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멋대로 추진하고 나중에 떠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꼬집었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은 7일 논평을 내고 "대구 시정을 수십년간 좌지우지한 기득권 집권세력의 모든 자산을 물려받은 국민의힘 소속으로서 기득권 타파에 앞서 반성부터 해야하는데 반성은 없다"며 "100일 성과로 첫 손에 꼽은 것이 기득권 카르텔 타파라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공공기관 통폐합, 기관장 임기 등 조례는 추진 중 대구시의원 발의 꼼수를 써 '청부입법' 논란을 빚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각종 위원회와 기금 폐지는 졸속·부실 추진으로 국민의힘 시의원들로부터 심사 보류된 적도 있다"면서 "시정혁신을 했다고 하는데 시민사회 비판은 잊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대구미래 50년 청사진에 대해 '향후 20년 100조원 토목건설공사가 예상된다. 국내 메이저 5개 건설사가 총동원돼도 감당 못할 정도'라고 했는데, 건설사·토건세력도 기득권 카르텔"이라며 "토목건설사를 위한 장밋빛 청사진이 미래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청사진이냐"고 지적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7일 "취임 100일 맞아 홍 시장이 밝힌 대구미래 100년 청사진은 대구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형건설사들을 위한 50년 청사진"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홍 시장은 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78.7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구시장에 당선돼 지난 7월 1일 취임했다. 임기는 2022년 7월부터 오는 2026년까지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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