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 인권증진위' 5년 만에 폐지...위원들 "퇴행" 반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9.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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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증진조례' 근거로 꾸려진 인권증진위, 지난 8일 문 닫아
3기 위촉직 위원들 "인권 꼴찌 대구, 인권행정 축소...철회"
시 "90여곳 위원회 난립, 시정개혁 정비...추후 자문단 제고"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대구시가 '인권증진위원회'를 5년 만에 폐지시켜 논란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시정혁신 방향 일환이다. 대구시 산하에 있는 각종 위원회 관련 정비 과정에서 인권증진위는 2차 혁신 대상에 포함돼 폐지됐다. 홍 시장이 지난 한달 없앤 위원회는 50여곳에 이른다. 인권증진위원들은 반발했다.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한 탓이다. 인권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온 대구지역에서 인권증진위마저 사라지면 "인권 행정이 퇴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구시 인권보장 인권증진 조례' 중 인권증진위원회 설치 규정 / 자료.자치법규정보시스템
'대구시 인권보장 인권증진 조례' 중 인권증진위원회 설치 규정 / 자료.자치법규정보시스템

대구시 행정국 자치행정과에 19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지난 8일 인권증진위원회를 완전 폐지했다. 전체 인권증진위원는 14명이다. 위촉직 11명과 당연직 3명(대구시 인권업무 관련 국 부서 국장 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임기는 2년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폐지됨과 동시에 임기는 자동 종료됐다.

대구시 인권증진위원회는 지난 2014년 4월 권영진 대구시장 재임 시절, 당시 대구시의회가 발의한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에 포함된 하위 조항을 근거로 두고 있다. 

인권보장증진조례 제 7조는, 대구시민 인권보장과 인권증진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대구시장이 대구시 산하에 인권보장증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 역할은 인권기본계획 수립 내용을 심의하고 평가한다. 인권보장과 인권증진 실천 과제를 발굴해 대구시에 건의하는 권한도 있다. 조례가 제정된 뒤 3년간 대구시는 인권증진위를 구성하지 않다가 2017년 인권증진위를 발족시켰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발언 중이다.(2022.9.6) / 사진.대구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발언 중이다.(2022.9.6) / 사진.대구시

하지만 홍 시장이 추진하는 대구시정 행정 구조 혁신 정책에 따라 위원회는 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홍 시장은 임기 시작 후 대구시 산하 위원회 199곳 중 51개를 폐지시켰다. 역할 불분명, 중복, 유명무실한 위원회를 선정해 1차적으로 정리했다. 인권증진위는 2차 정비에 포함돼 이달 폐지됐다. 이처럼 지난 한달간 사라진 위원회는 안전관리민관협의위, 미래비전자문위, 데이터기바행정위 등 50곳에 이른다. 2차 정비까지 합하면 대구시는 모두 90여곳에 달하는 위원회를 정리할 방침이다. 

인권증진위원들은 반발했다.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없앴다는 주장이다. '3기 대구시 인권증진위원회 소속 위촉진 위원' 7명(고명숙, 김승무, 남은주, 은재식, 이재석, 이정미, 조용섭 등 )은 19일 대구시의 위원회 폐지 결정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는 입장문을 냈다. 
 
2년 전 인권증진위원 전원 사퇴 기자회견 "개정안 철회"(2020.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년 전 인권증진위원 전원 사퇴 기자회견 "개정안 철회"(2020.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원들은 입장문에서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대구시가 인권증진위를 스스로 없앴다"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시정에 담보해야 함에도 일방적으로 폐지한 건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구의 인권은 늘 전국 꼴찌였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인권 행정이 축소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간 대구의 인권 행정을 위한 기구로 역할을 해 온 우리 위원들은 납득할 수 없는 폐지 이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홍 시장은 폐지 결정을 철회하고 인권 행정을 제대로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증진위원들과 지역 시민단체는 오는 21일 대구시청 앞에서 '폐지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대구시 행정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조례는 그대로 두고 임의규정으로 설치된 위원회만 없애는 것"이라며 "인권 행정 업무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또 "홍 시장님이 책임 행정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지시를 내렸다"면서 "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공무원들에게 책임지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위원회를 정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위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행정안전부도 난립하는 위원회를 정리하고 했다"며 "다른 위원회는 없앴는데 인권증진위만 예외로 둘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필요할 경우 추후 다양한 인권 분야와 관련한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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