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치미는 내용이지만, 탄핵 투표를 성립하지 않도록 계기를 만든 교활한 내란의 주동자 윤석열의 담화문(12.7, 오전11시)의 전문을 찬찬히 읽어보자.
윤석열의 담화문
저는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약 2시간 후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하였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또다시 계엄이 발동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마는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윤석열의 담화문에 담긴 교활한 사기술과 반헌법적 사고
이 담화문 어디에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권한이고, 이를 발동한 것은 ‘절박함’이었으며,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하였다는 것,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주어진 비상대권을 행사하였고 헌법의 절차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하였는데, 윤석열 당신이 져야 할 법적, 정치적 책임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러한 인식은 자신이 직접 지휘한 비상계엄의 부정적 효과를 국민들의 ‘불안과 불편’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보다 명징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의 (비상)계엄의 역사를 일별해보면, 1948년 여순사건, 1948년 제주4.3항쟁,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월혁명, 1961년 5.16군사, 1964년 6.3항쟁, 1972년 10월유신,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1979년 10.26 및 12.12군사쿠데타, 1980년 5월(광주민주화운동) 등, 우리 역사의 계엄 정국은 최소 수십 명에서 최대 수만 명 국민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불안과 불편이라니? 불안과 불편이라니?
이 담화문에 교묘하게 누락시킨 것은 비상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쳤다는 내용이다. 국무회의 절차는 비상계엄 해제에만 적시되어 있고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는 빠져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국무회의에 모인 인물은 국무총리 한덕수, 국방부장관 김용현, 경제부총리 최상목, 법무부장관 박성재, 행안부장관 이상민 등이었다. 이들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위원들이다.
내란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주동자 윤석열의 담화문에 보이는 매우 중대한 반헌법적 사고는 자신의 임기를 포함하여 정국안정 방안을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여당에 위임할 수 있다는 권한은, 도대체 헌법 어디에 명시되어 있는가? 어떤 법률에 근거하여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운영을 ‘우리 당’에 일임한다는 것인가?
한동훈의 ‘합헌적 방식’의 허위(虛僞), 그리고 텅 빈 말 '국민', 국민의 눈높이
윤석열의 탄핵 투표가 정족수가 부족하여 성립되지 않은 이후,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 투표 불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한동훈이 발표한 공동담화문(12.8. 11시) 역시 내란의 수괴 윤석열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녕하십니까.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국민의 희생으로 일궈낸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입니다. 하지만 지난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진입 등의 사태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반헌법적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2시간 30분만에 계엄해제요구안을 의결했고, 결국 5시간만에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은 합헌적인 방식으로 저지되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건재함이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민적인 불안과....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며 현재 사태를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윤석열의 탄핵을 기다리며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길거리에서 밤을 보낸 국민들에게 한동훈은 안녕하시냐고 묻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과연 안녕하신가? 한동훈 담화의 내용은 “반헌법적 비상계엄이 합헌적 방식으로 저지되었”다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는 건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을 포함하여 이후 윤석열의 공백을 논의할 <국민의힘>의 책임에 대한 일말의 성찰이나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 내란의 수괴 윤석열이 반헌법적 행위를 하는 동안,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 반헌법적 내란을 저,지,한, 것은 과연 누구였는가? 자신이 대표라고 했던 그 알량한 <국민의힘>의 국회의원들은, 왜 반헌법적 내란을 저지할 수 있는 합헌의 공간과 절차 바깥에 있었는가?
제대로 된 아무런 반성도 없이, 마치 자신은 현 비상계엄 시국이나 탄핵 불성립 사태의 책임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행동하는, 저 뻔뻔한 유체이탈자 한동훈의 ‘국민’과 ‘국민 눈높이’는 입에 발린 철저한 사술이다. 한동훈에게 묻는다. 당신의 그 자랑스러운 정당 <국민의힘>, 1979년 12.12쿠데타의 수괴(首魁) 전두환이 창당한 <민정당>(민주정의당)의 후신 <국민의힘>의 후예들, 당신(들)은 12.3내란 그 비상계엄 상황에서, 왜 합헌적 절차를 수행할 공간의 바깥에 있었는가?
반헌법적 비상계엄 직전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들, 국무총리 한덕수, 법무무장관 박성재, 행안부장관 이상민이 주축이 된 행정부와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저지할 수 있는 국회의사당 바깥에 있었던 자들이 내란의 수괴 윤석열의 권력의 공백을 채우겠다고?!
윤석열과 한동훈은 제대로 된 반성 없이, 모두 가짜 ‘국민’, 가짜 ‘민생’이라는 텅빈 수사와 기만술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자의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권한을 무력을 동원하여 침탈하려 한 내란 수괴 윤석열, 반헌법 사범 윤석열의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한갓 <국민의힘> 당대표인 한동훈이, 대통령의 권한과 직을 두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내란을 돕거나 방조한 당신들에게 누가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는가?
당신이 말하는 그 존경하는 국민이? 헌법이? 법률이?
법치의 기본은 국가의 자의적 간섭과 특권을 배제하고 그 임무를 수행할 때 규칙과 경계를 설정하는 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그리고 엄중한 법치(法治)의 한 토대는 국가의 자의적 간섭과 특권을 배제하는 일, 이는 국가가 악을 저지르지 않는 일에 집중하는 것일 터, 국가권력이 자기의 임무를 수행할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가장 심대한 권한인 비상계엄,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소지가 매우 농후한 비상계엄을 ‘자의적’으로 선포하였고,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경계를 매우 심대하게 위반하였다. 다른 사안을 차치하고,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하여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특수부대원들을 투입하여 공권력으로 무력화하고자 하였다. 마땅히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는 일이다. 이 기본적인 상식을 국민이, 한동훈 당신이 그토록 존경하는 국민은 원한다.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반헌법적 내란을 동조하거나 방조한 자들, 국정농단세력은 국정운영에서 손을 떼라!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참여한 국무총리 한덕수와 합헌적 절차를 수행할 의무를 저버린 <국민의힘>, 그리고 국민이 아무런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국민’주의자 한동훈에게, 누가 대통령이 수행할 권한과 직무를 위임하였는가? 내란의 수괴 윤석열로부터 그러한 권한을 부여받았는가? 말하라,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국정운영의 대리권한이 어디에 근거하는가를.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윤석열을 그대로 두고 한덕수와 한동훈, 그리고 국민의 뜻을 배신한 <국민의힘>이 국정운영을 한다고? 당신들이 말한 존경하는 국민들이, 우리가 그렇게 우스운가? 도대체 당신들에게 국민은 무엇인가?
정치권력의 정당성은 다수 국민의 동의를 원천으로 하고, 국가목표의 실현은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기초한 주권재민(主權在民)과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원칙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기만과 사술로서 이 반헌법적 비상시국을 넘어서고 얼렁뚱땅 국정을 장악하려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반역사적, 반국민적 국정농단세력은 이 시국에서 손을 떼라. 그것이 당신들이 그렇게 존경하는 ‘국민(들)’의 ‘진정한 뜻’이다.
[김문주 칼럼 11]
김문주 / 문학평론가. 영남대 국문과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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