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안심습지부터 달성습지까지 매달 조류 생태조사를 시작했다.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의 조사 용역을 위해 김정태 박사(산에들에생태연구소 대표)와 월 1회 금호강을 누빈다.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대구시의 개발 사업으로 금호강이 변하기 전, 조류와 서식 환경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1, 2월은 겨울 기운에 얼어붙는 달이었고, 3월은 봄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안심습지에서 달성습지까지 1월 61종 4,981개체, 2월 62종 5,606개체, 3월 62종 5,171개체를 관찰했다. 멸종위기 1급 보호종: 고니, 혹고니 2종 / 멸종위기 2급 보호종: 매, 새매, 새호리기, 수리부엉이, 잿빛개구리매, 큰고니,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8종 /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봤다. 놓친 부분이 많은데, 여유가 있었다면 더 많은 종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겨울 첫 대면은 춥고 살갗이 얼어붙었다. 작년 9월 지인의 손에 이끌려 흰날개해오라기와 덤블해오라기 탐조를 나선 적이 있다. 그때 덤블해오라기를 만났던 장소가 안심습지라는 것을 이번 1월 조사에서 깨닫게 되었다. 대포 카메라들이 진을 치고 있던 그곳, 안심습지는 그만큼 습지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는 습지다. 생소한 환경에서 만난 큰고니는 더 이뻐 보였다. 어디 가나 많은 물닭과 낙동강하구보다 많이 보이는 알락오리, 비오리가 안심습지 겨울의 주인이었다.
2월 안심습지에는 특별하고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낙동강하구에선 1마리 정도 귀하게 만나오던 녀석이다.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혹고니’이다. 한 쌍의 연인을 보듯이 자태가 우화하고 아름다워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유럽 호수나 하천에서 늘 사람들 곁에 있는 녀석들은 우리나라엔 아주 적은 수가 도래한다. 이곳엔 와서는 사람을 멀리한다. 우리나라는 새를 잡는 문화, 쫓는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혹고니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성깔이 있어, 안 좋게 하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고양이가 털을 세우고 몸을 웅크려 공격하듯 날개깃을 모아 세우고 몸을 웅크려 공격한다. 혹고니는 고대 귀족 가문의 수많은 문장에 존재한다. 1928년부터 블랙 스완과 함께 호주 수도 캔버라의 문장에도 등장한다. 두 백조는 각각 호주 원주민과 유럽 정착민을 대표한다고 한다.
3월 안심습지는 혹고니와 큰고니가 떠났고, 큰기러기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많은 새가 이동하여 설렁한 봄기운을 맞는다. 율하를 지나 공항대교 아래 검단까지는 개발로 습지가 사라지고, 작은 흙무덤이 형성되어 오리들과 백로들이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다. 동촌유원지는 오리들은 없고 오리배들과 사람만 가득하고, 공항대교는 파크골프장이 형성되어 인간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의지하여 사는 까치와 쥐, 쥐를 먹이 삼은 황조롱이, 잿빛개구리매가 그곳을 생명의 터로 유지하고 있었다.
검단에는 알락오리와 물닭, 몇 마리의 비오리 그리고 논병아리가 서식했다. 오토캠핑장, 축구장, 야구장, 파크골프장 등으로 검단부터 무태교까진 인간의 숨소리뿐이었다. 오리들의 이동이 시작된 3월에는 우리의 눈에 안 보이던 작은 녀석들이 보였다. 봄의 따가운 햇빛 아래 발구지라는 작은 오리가 쇠오리와 홍머리오리 사이에서 깔롱지기고 있었다.
무태교가 휘몰아친다. 누구의 소행일까? 말똥가리와 큰말똥가리의 날카로운 발톱이 엉켜 있는 그 사이로 휘몰아치는 매의 날개 에어쇼를 보고 있는 눈과 손에 혼돈이 왔다. 매가 여유 있게 선회하며 나를 바라보고 지나간다. 최종 승자는 남은 매인 것이다. 하수 종말처리장이 있지만, 그곳에 보가 있고 둔치가 남아있고 물흐름이 다양하여 여러 종류의 오리가 서식하고 있다. 간간이 역겨운 냄새가 바람을 탔다. 3월 조야교 아래에는 멀리서는 긴가민가했던 우리나라에서 얼마 남지 않은 고니들이 보였다. 작년까지 멸종위기 2급 보호 종이였지만 수가 급감하여 올해부터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이다.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고니류는 큰고니가 대부분이다.
금호강 줄기를 따라 내려가 달성습지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절벽을 끼고 강 가운데 산책로를 걸으며 휘파람으로 부엉이를 불렀다. 이런 곳은 수리부엉이가 살만한 환경이다. 사문진교에 걸려 떨어지는 해를 뒤로하고 걸으며 다시 수리부엉이를 불러 보았다. 대답이 온다. 철벽을 항해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잠시 멈추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위를 큰말똥가리, 매, 잿빛개구리매가 지나간다. 2월 달성습지의 저녁 바람 빛깔은 오묘했다. 그 자리에서 수리부엉이와 다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누고 어둠을 뒤로했다.
3월에는 달성습지 산책로에 들어서니 오가는 사람들이 수리부엉이 이야기하며 철벽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가니 나뭇가지에 앉은 수리부엉이가 우리를 불렀다. 부엉이가 우리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돌아 선을 보이고 다시 앉는다. 겨울을 감싼 달성습지의 해는 나뭇가지 아래로 내려가고, 봄을 품은 달은 어둠을 뚫고 올라왔다. 아침 안심습지부터 시작한 금호강 현장 조사는 이렇게 어둑할 때 달성습지에서 마무리된다.
*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는 생태하천으로서의 금호강을 지키기 위해 2023년 금호강 현장 조류 조사를 실시합니다. 김정태 박사, 김시환 활동가로 구성한 조사팀과 매달 1회 금호강(안심습지~달성습지 구간 지점별)을 찾아 조류 종수, 개체수 등 정보를 수집하고, 한 해 조사 결과를 취합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기고]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전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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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환(습지보전활동가) / 2023년 1,2,3월 금호강 현장 조류 조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