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8) 오전 10시 대구시 중구청 대강당에서 특별한 성금 전달식이 열린다.
중구청 환경미화원 40명으로 구성된 "사랑회"가 중구에 사는 장애인 14명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자리다.
"사랑회"는 지난 '96년 7명의 환경미화원이 뜻을 모아 꾸렸는데, 올해로 8년째 장애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이 모임의 대표 강병주(57)씨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랑회"는 어떤 단체인가?
= 대구시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가운데 불우 이웃 돕기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모임이다. 담배값, 술값 등을 아껴서 한 달에 1만원씩의 회비를 모아 해마다 설이나 추석, 연말 등에 주변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
- 그동안 어떻게 활동했나?
= 처음 회비가 모였을 때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주위 사람들의 말만 듣고 여러 장애시설과 불우이웃 시설을 방문했다. 그때 수성구 파동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인시설인 애망원을 처음 알게 됐는데, 지금까지도 해마다 찾고 있다. 또, 틈틈이 소년소녀가장과 주변의 장애인들, 독거노인에게도 성금을 전달하며 적은 돈이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여름이면 수재민 구호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 모임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 지난 96년에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일대를 담당했던 환경미화원 7명이 뜻을 모아 시작했다. 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장애인 등 불우 이웃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도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한다는데 마음이 모였다.
-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로 했다고 하던데...
= 지금도 부끄럽다. 우리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주위에서 관심을 갖는 것이 어색할 뿐이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내가 가진 게 없으니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위로하면서 조금이나마 나누는 것뿐이다. '사랑회' 활동이 2년이 지나자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 언론에도 알려지면서 가족들도 이 사실을 알게됐다. 최근에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복현동의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활동하며 그곳 친구들을 데리고 축구 경기도 가는 것을 보고 내심 뿌듯했다.
- 8년 동안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일은?
= 환경미화원들은 새벽부터 일해야하는 힘든 직업이지만 그렇다고 넉넉하게 생활하지도 못한다. 대부분이 어렵게 자녀를 공부시키고 살림을 꾸려가기 때문에 한 달에 만원도 부담돼 "사랑회"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가운데 달마다 꼬박꼬박 회비를 내고 장애인 시설 방문활동에도 적극적인 회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의 자녀가 장애인이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
= 특별한 뭔가를 하겠다고 만든 모임도 아니고 그럴 단계도 아닌 것 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며 30명도 안됐던 회원 수가 올해로 40명으로 늘어서 반가울 따름이다. 처음 "사랑회"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만 알았지 진짜로 알지는 못했다. 장애인시설을 방문해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나서야 절실한 마음을 알게 됐고, 담뱃값과 술값을 아껴서 두 번, 세 번 계속 오게 됐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 직접 행동할 때 비로소 진짜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정년이 가까워오는데 그전까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도움을 주는 "사랑회"를 꾸려가고 싶다.
한편, 오늘 성금전달식에는 "사랑회"가 중구의 장애인 14명에게 15만원씩의 성금을 전달하는 것과 함께, 지난 91년에 만들어진 "중구환경미화원장학회"도 중구청 직원 가운데 저소득 가정의 고등학생 자녀 2명에게 20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한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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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평화뉴스에 2004년 9월 8일 보도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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