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9일,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오늘.
박정희 독재정권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조작사건'으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외치던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 8명을 '사법살인'했다.
암흑의 날로부터 50년이 지났지만, 희생자들의 염원과는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독재의 아픔이 다시 한번 재현될까 우려했던 인혁당 사건 유족들은 계엄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라고 일갈했다.
고(故) 도예종 열사의 막내아들 도한수(65)씨는 "지난 50년의 세월 동안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만큼 고통을 많이 받았는데,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다시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을 보고 격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이 화가 난다"며 "세상이 밝아졌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도 어둡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아버지의 염원처럼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故) 나경일 열사의 아들 나문석(69)씨도 "50년이 흘렀는데도 유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도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꿈꿨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전히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슬픈 이야기"라며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지 않으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는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 4.9인혁열사묘역에서 '4.9통일열사 50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촉구했다.
추모제에는 나경일 열사 아들 나문석씨, 도예종 열사 아들 도한수씨 등 유가족과 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 임성종 대구경북추모연대 대표, 이길우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 안홍태 4.9통일열사 영남대 행사위원회 위원장,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장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정석원 더불어민주당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지역위원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등 지역 야당 인사들을 포함해 80여명이 참석했다.
현대공원에서 추모제를 여는 이유는 인혁당 사건 희생자 8명 중 도예종, 송상진, 여정남, 하재완 4명의 묘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추모제에는 희생자 8명을 포함해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사형당하거나 옥고를 치른 19명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들과 시민들은 제례를 지내고 헌화했다.
행사장 주위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75년 4월 9일, 4.9통일열사여 영면하소서", "4.9통일열사 정신 계승, 윤석열 내란세력을 몰아내겠습니다", "4.9통일열사의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지난 123일 동안 계엄과 내란에 맞서 싸우며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을 때 그것이 반복될 수 있다는 끔찍한 상황을 목도했다"며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사회대개혁을 통해 민주 정부를 세우고,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대동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열사 정신을 계승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혁당 희생자들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의 조형물을 세우자는 제안도 나왔다.
함종호 전 이사장은 "인혁열사들이 희생자일뿐 아니라 투사 공동체라는 것을 강조하는 작업을 하자"면서 "1960~70년대 진보 운동의 중심지였던 대구를 다시 일깨우고 열사들을 기억하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50년 뒷면 역사는 조심스럽게 사라진다"며 "대구 민주운동의 역사를 조형물이나 민주공원 형태로 만들자"고 덧붙였다.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조작사건'은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인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 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이듬해 1975년 4월 9일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 8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다. 사형 선고 18시간만에 집행이 이뤄져 국제법학자학회로부터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됐다.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중앙정보부의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사건 발생 32년만인 2007년 법원에서 재심을 통해 사형 선고를 받은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사상 암흑의 날' 1975년 4월 9일 발생한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이 올해로 50주기를 맞습니다. 박정희 독재 정부의 조작으로 인해 8명의 가장과 청년들이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희생자 중 4명이 대구경북지역 출신입니다. '평화뉴스'는 당시 사건을 돌아보고 희생자들과 유족들, 관련자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연속 보도를 통해 인혁당과 같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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