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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0월항쟁 79년 "영원한 진실규명을"...이재명 대통령, 유족에 근조 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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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달라" 1946년 10.1일 대구 민중봉기
국가폭력 학살 희생자 1,400여명 추정
79주기 가창댐 인근 위령탑 위령제
'대통령 이재명', '국회의장 우원식' 근조 화환
허소·차규근·안중곤 등 250여명 참석
유족 "남은 시간 없어...특별법· 3기 진화위"

채영희 (사)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이 "아버지"라고 외치며 눈물을 닦고 있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채영희 (사)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이 "아버지"라고 외치며 눈물을 닦고 있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10월항쟁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족들이 목놓아 "아버지"를 외쳤다.  

위령탑에 쓰인 부모님의 이름을 쓰다듬거나 헌화하고, 절을 올리며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두세 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던 유족들은 어느새 얼굴에 주름이 지고, 머리카락은 희끗해진 노인이 됐다. 가창골 어딘가에 묻힌 유해라도 찾고 싶지만, 여전히 행방은 알 길이 없다. 그리움과 아픔의 시월이 올해도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영원한 '진실규명'을 호소했다. 

대구 10월항쟁 79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10월항쟁 79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5주기 합동위령제'(2025.10.1.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체육공원 내 10월항쟁·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위령탑)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10월항쟁 79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5주기 합동위령제'(2025.10.1.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체육공원 내 10월항쟁·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위령탑)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10월항쟁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족들이 위령탑에 적힌 아버지의 이름 앞에 꽃을 놓으며 기도하고 있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10월항쟁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족들이 위령탑에 적힌 아버지의 이름 앞에 꽃을 놓으며 기도하고 있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사)10월항쟁유족회(이사장 채영희)는 1일 오전 달성군 가창면 가창댐 인근 용계체육공원(가창면 용계리 128번지) 내 10월항쟁·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위령탑에서 '10월항쟁 79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5주기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위령제는 오전 11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종교의례와 전통제례, 합동추모제 순으로 진행됐다.

채영희 유족회 이사장을 비롯해 임성종 '10월항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정신계승을 위한 시민연대' 상임대표,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등 지역 시민사회 인사들과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차규근(비례대표)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위원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위원장, 김성년 정의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등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 인사를 포함해 시민 250여명이 참석했다.

10월항쟁 위령탑 왼편에 이재명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놓였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10월항쟁 위령탑 왼편에 이재명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놓였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위령탑 왼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놓였다. 대통령이 위령제에 화환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른쪽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화환이 자리했다. 우 의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환을 보냈다. 화환에는 '대통령 이재명', '국회의장 우원식'이라고 적혔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최재훈 달성군수, 임미애(비례대표) 민주당 국회의원, 용혜인(비례대표)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등이 추도사를 보냈다.

유족들은 10월항쟁 7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10월항쟁 특별법' 제정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 교육으로 후세에 항쟁의 정신을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난 5월 활동이 종료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대해, 3기 진화위를 조속히 출범시켜 유족들의 진실규명 신청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3기 진화위 출범을 명시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5건 발의돼 있고, 모두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이 "특별법 제정, 3기 진화위 출범"을 촉구했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이 "특별법 제정, 3기 진화위 출범"을 촉구했다.(2025.10.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내년이면 어느덧 항쟁 80주기를 맞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면서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특별법 제정은 요원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평생을 피눈물로 살아오신 우리 엄마들, 당시 핏덩이었던 자식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역사 속 진실이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10월항쟁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진화위 조사에 따르면, 10월항쟁은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 나간 해방 이후 최초의 민중항쟁이다. 1946년 10월 1일 미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과 식량 공출에 반발한 대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쌀을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군경은 계엄령을 선포해 시위대에 발표하며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학살 피해 규모는 1,400여명으로 추정했다.

한국전쟁 전후로 10월항쟁 가담자, 보도연맹원, 대구형무소 재소자들이 군경에 끌려가 경산 코발트광산·가창골·칠곡 신동재에서 집단 사살됐다. 진화위는 지난 2009년 10월항쟁이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해 국가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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