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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기자.언론사의 인색한 반성문"(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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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라인뉴스(9.13)]...
경향신문 기자의 [반성문], 평화뉴스 [기자들의 고백] 다뤄


한국언론에서도 반성문을 쓰는 기자나 언론사들이 늘고 있다. 언론사나 기자들이 반성문을 쓴 사례는 적지만 언론사라는 특성상 ‘반성’의 의미는 남다르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반성문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1997년말 불어닥친 외환위기였다. 당시 언론들은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는 것을 알아내지 못해 한국언론사상 최대의 ‘집단오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때부터 언론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시청자·독자들에 대한 반성이 터져나왔다.

외환위기 다음해인 98년 5월 3일 [한국방송]은 권력에 의해 굴절된 방송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 50년 영욕의 자화상’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외환위기를 앞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만 들떠 있던 ‘일자무식’였던 방송사례를 알렸다. 일종의 ‘반성문’이었다. [한국방송]은 이날 프로에서는 과거 방송들이 군사정권 앞에 ‘겁쟁이’였고, 김대중 납치사건, 광주민주화항쟁 등 시국사건에는 ‘모르쇠’였던 사실을 솔직하게 보도했다.

뒤이어 한국언론에서 반성문이 보도되는 것은 ‘금기’가 아닌 ‘이색적인 사건’으로 바뀌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3년 12월22일치 신문에서 “올해도 이런 오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중앙일보는 2003년 어떤 오보가 왜 나갔는지를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독자 여러분에게 여과 없이 보여드린다”면서 다섯 차례에 걸쳐 ‘오보 반성문’을 연재했다.

[아이뉴스24]도 창간4돌인 지난 3월19일 ‘아이뉴스24 기자들의 반성문’을 띄우고, 속곳에 꼭꼭 덮어두었던 오보들을 독자들에게 알렸다. 당시 [아이뉴스24]쪽이 올린 반성문에는 속보에 눈멀어 멀쩡한 사람(빌게이츠)가 피격됐다는 오보, 쪽박으로 전락한 투자리포트, 특정업체의 홍보맨 노릇을 한 기사들의 사례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아이뉴스24]쪽은 ‘기자들의 반성문’을 띄운 이유로“진정한 새 출발의 바탕은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www.pn.or.kr)]에서도 기자들의 촌지수수, 민원청탁 등 자신들이 겪은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놓는 ‘기자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평화뉴스에 올라온 ‘기자들의 고백’만 24번 이어졌다.

통신사인 [연합뉴스] 경북지사에서 일하는 김용민 기자는 [평화뉴스]에 올린 글에서 “숨어 있을지 모르는 진실을 캐보려는 노력을 뒤로 한 채 ‘기자님’으로 깍듯이 모시는 일부 공무원들과 어느 새 한 통속이 돼 버렸다”면서 “기껏 쓴다는 것이 기사의 ‘공식’에 맞춰 붕어빵 찍어내 듯 ‘논란이 되고 있다’, ‘갈등을 빚고 있다’, ‘반발하고 있다’ 등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나 사회 현상을 단순히 전달하는 필경사 노릇이나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기자들의 고백’을 연재하고 있는 [평화뉴스]쪽은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고백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면서 “현직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고백들이 지역 언론계의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언론에서는 기자나 언론사에서 반성문을 쓰는 것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실수가 있을 때마다 한국언론보다 더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지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는 각각 5월과 8월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등 그동안의 보도가 ‘정부 편향적’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반면 한국언론은 아직까지도 잘못된 외신인용과 일제 식민지시절 ‘친일언론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만큼 한국언론에서 반성은 여전히 인색한 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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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은 뻐꾸기신문이었습니다”


‘반성' 이 드문 것으로 알려진 한국언론 풍토에서 자기 언론사의 ‘잘못’을 인터넷에 공개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부르고 있다.

[경향신문] 차세현 기자(사장실 근무)는 지난달 31일부터 [경향신문] 인터넷(www.khan.co.kr)에 세 차례 ‘반성문’을 띄우고, ‘뻐꾸기 신문’이었던 [경향신문]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차 기자는 ‘우리도 경품 뿌렸습니다’라는 첫째 글에서 “그동안 경향신문이 저지른 잘못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국민 모두가 안다”면서 “[경향신문]은 바른 언론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리기에 앞서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경향신문]은 한국화약그룹이 경영권을 갖고 있을 때(1989~1997) ‘뻐꾸기 신문’이라는 악명이 있었다. 1시간마다 “뻐꾹 뻐꾹” 울어대는 바로 그 시계를 들고 다니며 경향신문은 구독자를 늘려나갔다”면서 “조금 과장하면 새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온 동네가 뻐꾸기 소리로 요란할 정도”라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어렵지만 이제부터 경향신문은 경품과 무가지를 제공하지 않고 신문을 판매할 생각”이라면서 “대신 신문의 품질과 논조, 독자를 찾아가는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차 기자의 고백은 두 번째 세 번째 글로 이어졌다.

두 번째 글 ‘기자는 열외였던 음주단속’에서는 “(편집국 선후배 기자들의 전화에) 오늘밤 음주단속이 있는지, 있다면 어디서 하는 지를 재빨리(?) 알아본 뒤 전화를 해준 적이 있다”면서 “반성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고 독자들에게 약속했다.

그는 세 번째로 올린 글에서도 “과거 일부 기자들은 귀향 열차표를 구하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지 않았습니다. 줄을 서지 않아도 표를 구할 수 있는 ‘새치기’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표를 구하려고 줄서지 않는 기자들의 문화를 꼬집었다.

“과거 명절 때가 되면 건설교통부와 서울역 취재를 담당하는 중부경찰서 출입기자실에 철도청으로부터 통지서가 오곤 했습니다. 언론사별로 몇 장의 열차표가 필요한 지를 파악하려는 것입니다. 철도청이 이런 통지서를 보낸 이유는 다름 아니라 명절 열차표를 요청하는 기자들의 민원이 하도 많아서 어차피 줄 거면 한꺼번에 일처리를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 [경향신문]이 지난 99년 9월22일치 사설에서 권력층이 줄서지 않고 전화 한통으로 표를 구한 사실을 비판한 사설을 두고 “우리 신문 사설 어느 곳에도 권력기관과 권력층 인사를 질타할 뿐 경향신문을 포함한 언론사가 그랬다는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가 자기 신문을 비판하는 이유는 “남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 바로 그것 때문에 오늘날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세 차례 이어진 차 기자의 양심선언에 ‘돌’대신 ‘꽃’을 던졌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는 글을 읽은 뒤 ‘꽃’과‘돌’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해놨다.

또 차 기자의 반성문을 읽은 네티즌들은 게시판에 남긴 100여 건의 댓글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 학생회관 앞에 [경향신문] 무료배포대가 생겨서 아침이면 한 부씩 고맙게 받아보고 있습니다. 마음 한 편엔 미안한 생각도 들고요. 나중에 졸업하면 꼭 정기구독하겠습니다.”(네티즌 ‘희망’)

“자기 반성의 모습이 보여서 너무 기쁘다. 기자는 사회에 대해서는 공정한 심판자인 양 행세하면서 뒤로는 자기들의 특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언론계 전체로 퍼져 나갔으면…”(네티즌 ‘손영춘’)

“기자양반, 생각 참 좋소! 나라가 깨끗해져야 되지요. 당신 같은 기자가 아주 많으면 나라가 깨끗해질 수는 있어도 강국이 되는 것하고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오.제발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기자가 되지마세요.”(네티즌 ‘보시오’)

일부 네티즌은 기자의 반성문이 경향신문에서 끝날 게 아니라 다른 신문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다른 신문들도 이런 반성을 해야할 텐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예전 시절을 그리워하며 개혁을 반대하려는 명분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으니 기자가 아니고 양아치라고 불러야 될 듯하다”(네티즌 ‘시퍼’)

또 기자들의 특권의식을 비판하는 다른 내용도 다뤄달라는 주문도 잇달았다. “아직도 기자들의 특권의식은 남아 있다. 심지어 자기들 편의를 위해 무료주차권을 달라고 때를 쓴다. 회사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등 그 정도 못해주느냐는 등 참 어이가 없다. 정신 차리시기 바란다.”(네티즌 ‘독자’)

“촌지에 대한 것도 좀 쓰시고 거 왜 있잖아요? 거시기 그것도 좀 쓰세요.”(네티즌 ‘옛날 기자’)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지명도 있는 언론사 기자는 조금 덜 하지만 중소언론사 기자들 중 일부는 사회악입니다. 공짜 술(소주나 맥주 정도가 아닌), 광고 수주 목적의 협박, 취재를 빙자한 해외여행 등”(네티즌 ‘겨울 나그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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