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아파트재건축으로 난장판이다."
이것은 대구의 어느 곳을 가도 단독주택을 부수고 그곳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곳곳이 술렁거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몇 해전 만해도 신천동, 대현동, 신암동, 비산동 등 주거환경이 열악해서 소방차는커녕 인력거가 거의 들어갈 정도의 주거환경개선지역에 주택공사나 도시개발공사 등의 공공기업에서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이하)의 아파트를 공급해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왔다. 그런데 몇 해전부터 민간에게도 재건축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줘 국민주택규모 이상의 아파트 위주로 재건축이 돼 투기의 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초는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수성교 옆의 시행사 K사에 시공사 D사인 E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의 공사현장은 아파트만이 재건축을 하고 있던 대구에, 단독주택(그곳에는 공장과 창고도 있었지만)도 재건축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게 하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런 현상은 분양성이 보장된다는 수성구에 집중되면서, 대구은행 본점 앞의 수성4가, 사월동, 범어로타리의 복개도로 부근 4개 단지, 남부정류장 부근의 도로위쪽 단독주택지가 철거되고 아파트가 신축되는 중이다.
단독주택지의 재건축은 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수성구 전역과 중구 남산동, 대봉동, 동구의 신천동, 신암동, 북구 대현동, 남구 봉덕동, 이천동 등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이 지역을 대상으로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만들려고 그 오리를 차지하려고 이전 투구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와 향후 문제점에 대한 지적 몇 가지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가 이야기하는 주택경기를 살리는 과정에 이런 일련의 일은 긍정적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이런 곳에 주택사업을 하는 주체인 시행사는 대부분 외지업체고 시공사 또한 대구에 연고를 두지 않아 이익금을 모두 그들이 갖고 가기 때문에 대구의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것은 생산적인 것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최종소비재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대구의 모든 자금이 아파트 현장으로 몰리게 된다. 외지업체가 짓는 아파트는 서민주택이 아닌 투기세력을 위한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대구 우리들 이웃의 자금이 결국 생산적 현장이 아닌 아파트에 최종 모이게 되는 악순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지금 아파트 시장에서 벌어지는 선분양제도를 적극 이용하여 모델하우스만 멋지게 만들고,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대량 광고를 통해 붐을 일으킨다. 그 뒤 고분양가로 분양을 하여 광고에 현혹된 우리 주위의 분양자에게 계약금을 넣게 한 후 그것을 구실로 향후 불만족스런 단지 환경에도 불구하고 잔금 납부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골조가 나타나는 재건축 아파트단지를 보면 카달로그의 화려한 단지 배치와는 거리가 멀고 과연 저기서 살수 있을까? 그런 느낌인 곳이 많다. 동배치가 ㅅ, ㅂ까지를 지나 ㅍ자 단지까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양권을 사고 팔아도 우리 대구시민들이지, 수도권이나 충청권의 자금이 이동할 일은 전무한 상황에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한 주택경기 활성화는 설득력이 없다.
넷째, 벌써부터 재건축지의 주택가격이 턱없이 올랐다. 범어로타리 부근의 주상복합아파트 현장은 도로변에는 평당 2000~3000만원이고, 안쪽의 지은지 1~2년된 원룸들은 땅값으로만 평당 수천만원씩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부지내 종교용지는 평당 5천만원이고 아직 구입하지 못한 주택은 평당 1억을 요구한다고 한다.
이런 기막힌 가격은 결국 분양가에 적용되어 대구의 최고 분양가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고 그것은 우리 주위의 기존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갖고 올 것이다. 주택지를 허물어 그것도 지은 지 1년, 2년도 안된 건물들을 부수고 짓는 신축아파트는 몇 안 되는 시행.시공사들의 이윤극대화와 부지에 들어가는 몇몇의 땅주인들의 기쁨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택보급을 위하고 건설 경기를 살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건물을 부수어서라도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책임감 때문에 하는 일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달라는 주택업체가 당위성을 인정받으려면, 적정한 가격에 부지를 매입하여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해야 할 것이며 33평 이하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50, 60평 나아가서 70평, 80평, 100평 등을 평당 천만원, 천오백만원 분양을 하면서 정당함을 주장함에는 찬성하지 못하겠다.
서울의 7차 동시분양 아파트에 사람의 인기척이 없고 부산, 대전 등에는 아파트 분양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대구시민들의 아파트 선호와 투기열풍을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왔다가 갈 업체들이 흐려놓은 아파트 시장이 걱정스럽다. 2~3년 후 전국에서 최고의 주택지를 자랑하던 수성구의 단독주택 단지에는 수 십 층의 아파트가 지어져서 주택지는 망가지고 수급불균형으로 남아도는 아파트 때문에 고분양가로 분양 받은 우리 이웃들은 고통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화내동하지 말고 내 몸에 맞는 내 집하나 갖고 있으면 된다고 마음 편하게 가졌으면 하고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해 본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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