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음흉한 검찰, 진보정당 속살을 들춰보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분석] 검찰, '진보당 사태' 장기화 유도하나…여권 대선구도 측면지원 논란


'경솔하거나 무식하거나 음흉하거나….'

검찰이 21일 통합진보당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법을 집행한 것이라 주장할지 모르나 정치영역은 검찰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관행이 정착되면 헌법에 보장된 정당의 자율권은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번 행위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진보정치의 운명이 걸려 있는 민감한 시기에 검찰의 정치개입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을 자초한 행위일 수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동의할 수 없다. 정당내부의 문제이고, 통합진보당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중에 검찰이 섣부르게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일을 꼬이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검찰이 함부로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정당의 활동에 수사권을 가지고 개입하는 것은 정치권이나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며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정당 내부의 문제는 자체해결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가운데 입구가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당직자들이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 사진. 민중의소리 이승빈 기자
21일 오전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가운데 입구가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당직자들이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 사진. 민중의소리 이승빈 기자

정당의 정보와 당원 명부 등은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어떤 정당도 검찰이 원한다고 그 정보를 내주려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오랜 세월 냉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공안 통치를 경험해온 진보정당은 검찰의 음흉한 의도를 예의주시하며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이번 행위는 당의 반발, 특히 여론의 압박 때문에 위기에 처했던 구 당권파 쪽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행위는 구 당권파의 명분을 살려준 효과도 있다. 정권과 보수언론에 의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형성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 당권파 쪽 당원비대위원장인 오병윤 국회의원 당선자는 “공안검찰에 의해 또 다시 진보정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오늘, 공안검찰은 당을 침탈하고 당의 모든 정보를 탈취해 가기 위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자행하고 있다. 공안검찰의 당 파괴 기도에 맞서 통합진보당을 사수하기 위한 전면전에 전 당원이 힘을 결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오병윤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심장과도 같은 당의 정보와 당원명부를 지켜 주십시오. 당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며 우리 당원들의 정치활동과 양심의 자유를 사수하는 이 투쟁에서 저는 기꺼이 한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여론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구 당권파 쪽은 결과적으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반면, 당 공식기구를 통해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던 비당권파 쪽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5월 21일 오전 결정할 것으로 보였던 구 당권파 쪽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출당’ 문제도 뒤로 미뤄졌다.

검찰의 압수수색 문제가 더 급한 불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사회 원로들이 간접적인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진보정치 혁신의 주체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던 혁신비대위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헌법에 정당의 정치자유가 보장돼 있다. 이 사태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선출과정 내부문제이고 당내 경선에서 일어난 사안”이라며 “당을 혁신하라는 강력한 주문을 받고 있다. 혁신비대위는 이런 방향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는데 검찰에서 정당의 심장과 같은 당원명부 등을 압수하는 것은 당 전체를 압수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강기갑 위원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심히 유감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민들의 지탄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의 스스로의 수습을 도우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시키도록 하는 것이고 당의 진성명부를 빼가겠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 당권파 쪽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고자 경솔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진보정당이 안팎의 분란을 겪고 있는 이번 기회에 오랜 숙원이었던 진보정당 정보와 당원 명부 등을 확보하겠다는 '다른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검찰의 행위 이번가 사태의 장기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둔 가운데 진보정당이 분란의 국면에서 조기수습이 아닌 논란의 장기화로 이어지는 상황은 여권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나리오다.

진보정당의 악재는 곧 야권연대에 대한 악재로 이어질 수 있고, 이명박-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의 청신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보수단체의 고발 이후 행동에 나서는 형식을 취했다. 검찰이 ‘흥신소’ 역할을 자처하는 게 아니라면 특정 이념진영의 요구에 따라 당의 속살을 들춰보겠다는 행동은 쉽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장면이다. 검찰의 이번 행동에는 무리수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진보신당 창준위 박은지 대변인은 “통합진보당 내부 고발도 아니고 그동안 진보진영에게 색깔론을 씌우며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던 시민단체 '라이트코리아'의 고발장과 맞물려 있다니, 검찰의 막가파식 정당 압수수색은 성급하고 위험하다”면서 “통진당 내 혁신비대위가 이번 당내경선을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고 규정하고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면 이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2012-05-21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