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가 육군사관학교의 기금모금 행사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6월항쟁 25주년 기념일 이틀 전에 이뤄진 것으로 참석자조차 쿠데타의 수괴들이 모두 초청돼 육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씨의 행사 참여 소식이 알려진 것은 중앙일보 종편 JTBC의 뉴스에 의해서였다. JTBC는 지난 8일 밤 뉴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5공화국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육사 11기 출신 대통령인 전두환씨가 부인 이순자 여사와 손녀를 대동하고 육사 생도들의 사열을 받으며 경례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행사가 끝난 뒤 전씨가 만찬에서 축배제의를 한 장면도 JTBC는 방송했다.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을 기념해 열린 이번 행사엔 전씨 뿐 아니라 장세동 전 안기부장(육사 16기),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육사 18기), 하나회 창립을 주도한 정호용 전 내무부 장관(11기), 12·12사태 때 최규하 대통령의 총리공관을 장악해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고명승 전 3군사령관,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이원홍 전 문공부 장관 등 5공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JTBC는 전했다.
10일 육군사관학교의 육사발전기금 홈페이지를 보면, 전두환씨는 1000만 원 이상 발전기금 출연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장 잔고에 29만 원 밖에 없다던 사람이 어떻게 1000만 원 이상의 거액을 출연할 수 있는지 전씨의 해명과 함께 부실한 수사태도를 보여온 검찰의 맹성이 촉구된다.
이를 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는 분노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12·12사태와 광주시민 대학살의 사실상의 주범으로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반란수괴죄’ 등이 유죄로 인정돼 한 때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민주주의의 적’에 대해 어떻게 이런 예우를 할 수 있느냐는 격한 목소리들이다.
트위터에서는 “민간인 전두환이 육사생도들을 사열하도록 방임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당장 사임하라”(닉네임 degiltaxi), “전두환이 이 살인마놈이 육사 사열을 받았구나. 정권이 막장이니, 이런 개같은 일이 있었구나”(khanjeong), “전두환을 불러 육사생도 사열 시킨 세력에 대해서는 내란죄로 다스려야 한다. 특히, 이 일을 꾸민 군 내부 보이지 않는 세력을 발본색원 군사법정에 세워야 한다”(culturePD)는 성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도 “전두환과 5공세력이 육사에서 사열 받았다고. 29만원 밖에 없는 이가 발전기금 냈을 것 같지는 않고, 육사에서는 왜 그 자리에 전두환이 있었는지 해명해야겠죠”라며 “휴, 박정희에 전두환, 다 기어나오는군요”라고 개탄했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정말 욕 한마디 해야겠습니다”라며 “민주당 전당대회 다녀와 뉴스를 여니 전두환이 육사 사열받았다는군요. 내일이 6.10항쟁 기념일인데”라고 비판했다.
고광헌 전 한겨레 전무도 “눈을 의심해야 할 일이 벌어졌다”며 “‘반란수괴’ 전두환이 백주 대낮에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 세력이 한 달 여 동안 종북과 국가관 검증이란 매카시적 공격을 벌이자 ‘눈치9단’ 육사교장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교장의 명령에 따라 살인마 전두환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육사생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2012-06-10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