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ㆍ내란 수괴', 전두환의 비상식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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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생도 '사열'에 보훈처 골프장 '특혜'...지역신문은 '논란' 중계만?


육군사관학교 입장에서 본다면 불쾌했을 것입니다. 육사 출신 선배인데다 대통령까지 역임한 ‘자랑스러운(?)’ 전두환 선배에게 나름 배려 한 것 뿐인데, 전국언론 특히 사이버공간을 중심으로 왜 이리 떠들썩한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한겨레> 2012년 6월 12일자 3면
<한겨레> 2012년 6월 12일자 3면

육군사관학교는 예전부터, 모교 출신, 특히 전직 대통령에게 ‘따뜻한 배려(?)를 해 온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는데요. 최근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지난 6월 8일 육군사관학교 행사에 참석, 특별대우를 받고(육사 교장 옆에 자리가 배치되고, 의전탁자까지 준비), 행사가 끝난 뒤 만찬에서 축배제의를 했다는 것인데, 이런 ‘특별 대우’는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2006년 4월 28일 육사 창설 60돌 기념 음악회에서도 그는 VIP석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환영을 받았고, 그해 같은 날 열린 육사발전기금 창립 10돌 및 기금 모금액 100억 달성 행사에도 참석 ‘주요인사’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신문 6월 12일)

고명승 전 육군 대장, "전두환,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대통령"


전두환씨에 대한 일부 육군사관학교 출신 관계자들의 시각은 <육사신보>(육사에서 발행하는 기관지)에서도 잘 나타나있습니다. 2009년 6월 25일 고명승(당시 예비역 육군대장, 육사 15기)씨가 쓴 동문칼럼 <육사 15기 임관 50주년을 맞아>에 의하면 “우리에게는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최고의 명예와 긍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60년 현대사를 통하여 배출된 10명의 대통령 가운데 이 곳 화랑대(육군사관학교)출신은 세 분이나 있습니다”라며 “새마을 사업과 중화확 공업 육성을 통하여 한국경제의 기반을 구축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었고, 한강 개발의 기적, 올림픽 유치와 물가안정 달성, 특히 반도체 세계 제패국가를 만들었고, 우리 역사상 최초의 흑자 경제와 단임제 임기 실천을 통해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것도 전두환 대통령이었습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육사신보> 2009년 6월 25일자 칼럼
<육사신보> 2009년 6월 25일자 칼럼

이런 상황이니 전두환씨는 육사출신, 군 출신 관계자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겠죠. 최근 국가보훈처 소유의 88골프장에서 VIP대접을 받은 일로 일부 언론은 들썩였지만, 역시 주최측은 별 문제 없다는 반응입니다. 88골프장 사장인 김용기씨는 육사 30기 출신 하나회 멤버고, 박승준 국가보훈청장도 육사 27기 출신이라네요.

육사 11기 전두환 선배(?)에 대한 후배들의 따뜻한 배려가 눈물겹습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대법원이 전두환씨에게 내린 죄목 즉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 목적 살인 등의 죄목을 적용해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1997년 4월 17일)받은 사실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다만 육사 선배이고, 육사발전기금을 기부한 인물이고, 전직 대통령 이라는 단어만 기억할 뿐입니다.

전두환씨 입장에서는 ‘얘들 왜 이래?’라고 생각 했을 겁니다. 육사에서 VIP 대접을 받는 이유는 선배 특히 대통령을 역임한 선배에 대한 당연한 예우이고, 자신에 대한 경찰의 경호는 ‘법에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경향신문> 2012년 6월 16일자 사설
<경향신문> 2012년 6월 16일자 사설

<경향신문> 6월 16일 사설에서는 전두환씨가 현행 법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상세하기 기술하고 있는데요. “현행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권리의 정지 및 제외 등)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警備)’만을 규정 되어 있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전직 대통령 경호는 퇴임 후 10년 동안 청와대 경호처가 맡고, 이후엔 경찰이 필요한 기간 계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전두환씨는 자신의 집을 경찰이 경호하고, 외출할 때 경찰의 경호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그의 생각도 변하지 않겠죠. 

<매일>, <영남> 육사 사열 둘러싼 정치권 논란 '중계'만

지역언론 입장에서는 당황했을 겁니다. 지역출신 대통령으로써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서, 집권 당시 온갖 혜택을 받았던 이 지역 언론이 전두환씨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깊게 고민했겠죠. 그래서 내린 결론이 ‘물타기’.

즉 사건의 본질을 취재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만을 중계’하거나 ‘종북 논란 등 정치권 논란 속에 슬쩍 끼워, 단순한 문제로 치부’하거나 ‘남들 하는 것처럼 살짝 언급만 하고 그 다음에는 침묵’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게 됩니다.

6월 8일 이후 지역의 <매일신문><영남일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찾아봤습니다. <매일신문>의 경우 <전두환 육사 사열 ‘시끌’>(11일 4면) <시론(칼럼) 생각하지 않는 죄> (14일, 송기도, 전북대 교수) 2건이었고, <영남일보>는 <전두환, 육사생도 ‘사열’ 파문>(11일, 4면) <자유성(칼럼) 육군사관학교 사열> (11일, 박경조 논설고문), <색깔론·사열 …소용돌이 치는 정치권> (12일 4면) 등이었습니다.

<매일신문> 2012년 6월 11일자 4면(사회)
<매일신문> 2012년 6월 11일자 4면(사회)
<영남일보> 2012년 6월 11일자 4면(종합)
<영남일보> 2012년 6월 11일자 4면(종합)

6월 8일 상황에 대한 정치권 공방에 대한 기사 외에는 찾을 수 없었고 두 신문 모두 칼럼 한 건씩을 편집해두고 있었지만 <매일신문>의 경우 외부 칼럼, <영남일보>는 논설 고문 즉 해당 신문사와 직접적 관계는 없는 분들의 글입니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지역언론은 이 문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육사 사열 논란을 중계하듯 간단하게 언급했을 뿐, 이 사태에 대한 지역언론의 관점과 시각은 없다는 뜻입니다.

즉 이후 골프장 VIP대접, 과거 육사의 ‘따뜻한(?)’ 선배 예우 등 지역출신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대부분 박탈당한 인물·무기징역을 받은 범죄인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선 노코멘트.

<한겨레> 2012년 6월 14일자 14면
<한겨레> 2012년 6월 14일자 14면

언론, 상식적인 선에서 이 문제 다뤄줄 수 없나?


제가 생각하기에 이 문제의 본질은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 목적 살인 등의 죄목의 중범죄자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떵떵거리고 사는 것이고, 현직 일부 고위직 측근들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고, 대다수 언론이 이 상황에 대해 ‘아무런 문제 없음’”으로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젊은세대, 양심적으로 살려고 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맞기는 합니까?

최근 ‘국민 모금’으로 ‘전두환 특별 취재’에 나선  MBC 이상호 기자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그는 경천동지할 특종 보다는 상식적인 질문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며 “전두환과 5공에 부역했던 수많은 지식인, 언론인들, 재벌들이 어떻게 잘먹고 잘살고 있는지 추적”한다고 합니다. 상식적인 질문 즉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데, 죄 짓고도 더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죠.

MBC 이상호 기자는 2000년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반란수괴죄로 확정된 독재자 집에 국가 훈장 30~40여개가 붙어 있는 것이 부조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1년 만에 DJ정부는 훈장을 회수했다”고 합니다.

언론은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독립유공자 보다 친일인사가 득세하고, 민주화 투사보다 군부독재 부역인들이 더 잘 사는 나라. 국가 반란 등 대법원 판결보다는 육사 선배, 군대 선배, 군부독재 패밀리라는 인맥이 우선시 되는 나라. 도대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 논란을 회피하는 언론. 2012년 대선을 6개월 정도 앞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영화 '26년' 소개 자료
영화 '26년' 소개 자료

때마침 강풀 원작 영화 <26년>( 광주항쟁 당시 사망한 시민군의 자녀들이 26년 뒤 모여 법이 응징하지 못한 당시 최고 책임자를 총기로 암살한다는 내용의 픽션 영화다)이 2009년 제작 중단되었다가 조만간 다시 제작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엔 희망이 있습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88]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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