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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이해 못하는 기사" - 대구MBC 심병철 기자
“기사를 위한 기사, 설익은 기사...”
2004년 09월 30일 (목) 14:27:30 평화뉴스 pnnews@pn.or.kr

몇 년 전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친구들과 우연히 술집에 갔었는데 옆 자리에 있었던 손님들이 어떤 한 주제를 가지고 열심히 토론을 하고 있었다. 무심코 마른 안주를 뜯어 먹으며 친구들과 담소를 하고 있는데 옆자리의 손님들의 말소리가 너무 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저절로 들렸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그들이 열을 올리면서 나누는 내용이 얼마 전 내가 보도했던 내용이 아닌가? 순간 귀가 쫑긋해 져서 무슨 말이 오고 가는가 귀를 기울이게 됐다. 40대 남자가 내가 보도한 기사 내용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양 함께 온 사람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설명을 하더라도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할 정도였다. 순간 으쓱한 기분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기자라는 직업에 보람도 느꼈다. 그렇지만 이런 기분도 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섬뜩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내 기사가 틀렸다면 시청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믿고 살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달이면 방송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만 9년이 되고 햇수로는 10년이 된다.
처음 기자가 됐을 때 친구들로부터 부러움 섞인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도 하고 싶은 직업을 가지게 됐다는 자긍심과 만족감에 도취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란 직업은 밖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았다.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지만 자괴감을 느낀 적도 적지 않았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나는 내가 쓴 기사에 대해 100% 확신을 갖지는 못한다.
나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들을 쓴 일도 적지 않았다. 기사거리가 있어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위해서 기사거리를 찾았고 설익은 기사를 생산했던 적도 드물지 않았다. 특히 연휴를 앞두고 한꺼번에 많은 기사를 배출해 내야할 때 이런 일이 잦았던 것 같다. 휴일을 앞두고 보도국에서 동료 기자들과 함께 각종 보도자료 등을 보면서 기사를 쓸 때면 속으로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시청자들이 철석처럼 믿고 있는 뉴스가 비록 적은 수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자괴감이 들었다. 적은 취재인력에 많은 뉴스를 생산해야하는 우리나라의 언론의 보도시스템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날마다 기사거리를 찾아서 헤매는 날이면 기자 생활이 ‘하루살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마 대부분 일정이 하루를 주기로 해서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쯤 이런 하루살이 생활에서 벗어나서 수박 겉핥기식에 그치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아마도 지금과 같은 언론 시스템 아래에서는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로 살아가는 이상 그런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잘못되거나 미숙한 기사는 왜곡된 여론을 형성해 사회에 해악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방송국의 시청권역에 있는 시청자는 400만 명에 이른다. 뉴스 시청률은 평균 15%에서 20% 정도니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60만 명에서 80만 명이 매일 우리가 쓰는 기사를 TV뉴스로 보고 있는 셈이다. 전국 방송으로 나갈 경우는 뉴스를 보는 시청자는 수 백 만 명에서 많게는 천 만 명이 넘을 것이다.

나의 실수나 착오는 곧 수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생각이 여기에 까지 미치니까 내가 하는 일이 조심스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마음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면 기사 한 줄을 쓰더라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임금의 잘못까지도 가차 없이 기록했던 옛 사관들의 치열함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나의 잘못을 고백하는 자리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구MBC 심병철(simbc@t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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