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인권과 민주주의 갈수록 후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2.11 10: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 청도 송전탑, 이주노동자, 학교비정규직, 구미 불산, 의무급식


2012년 대구경북의 가장 큰 인권뉴스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선택 제한'이 꼽혔다. 또, 농사일을 접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용역과 싸웠던 청도 주민들, 10년 넘게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을 벗어날 수 없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관리부실로 발생한 구미 불산 유출 사태, 임의규정으로 변한 대구시의 의무급식 조례안도 2012년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에 포함됐다.

인권운동연대와 한국인권행동을 포함한 2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2012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는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인 10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와 ‘인권증진뉴스’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앞서 지난 11월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1년간 대구경북 지역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를 후보로 선정해, 시민단체 회원과 언론인,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구경북 5대 인궈뉴스 발표 기자회견'(2012.12.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5대 인궈뉴스 발표 기자회견'(2012.12.10.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올해 가장 큰 '인권뉴스'로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선택을 제한하는 고용노동부가 꼽혔다. 다음으로 ▷의무급식 조례안을 임의규정으로 변경해 '학교급식' 조례안으로 통과시킨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한국전력공사의 송전탑 건설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민들, ▷정부의 잘못된 재난대응책과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사고,  ▷교육감 직고용제와 처우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선정됐다.

또, 희망버스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무차별 '신상조회',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부 기록 등 대구시교육청의 '인권침해적 학교폭력 대처', 최루액 발사와 폭력 연행을 자행한 대구 경찰의 '과잉 시위진압', 대구시교육청의 학교 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400여명 '해고 예고'를 포함한 23개 인권침해 사례도 주요 인권뉴스에 올랐다.

반면, 올해의 '인권증진뉴스'로는 ▷구미시의 '비정규직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과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결정, ▷상신브레이크, 구미KEC, 대구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에 대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결, ▷탈핵과 에너지정책 전환을 목표로 하는 '대구경북탈핵연대' 출범, ▷대구 서구청의 '인권조례안' 제정이 꼽혔다.

2012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

-송전탑 건설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청도 주민들(50표)

청도에서는 마을주민들이 한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구, 구미, 수도권 등의 대도시로 보내기 위해 밀양, 청도에 고압 송전탑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에 항의해 밀양에서는 주민 한분이 분신 사망하기에 이르렀고,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을주민들 역시 이 공사를 막기위해 온몸으로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2006년 당시 주민설명회 때는 마을을 우회하던 선로가 2009년 공사를 시작하면서는 마을 위를 지나가도록 송전선로가 변경된 것이 마을주민들의 분노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변경된 선로는 송전철탑 3기가 마을을 에워싸듯 건설되면서 마을이 송전선로에 완전히 포위되는 형국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매일 이른 아침 논밭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 뒷산 공사현장으로 달려가 한전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맞서 싸우고, 연로한 마을주민들이 실신해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06년 주민설명회의 송전선로가 2009년 공사 당시 왜 바뀌게 되었는지 설명도 없고, 주민들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송전탑 공사는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일 뿐입니다.

-21세기 노예시장,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선택권을 빼앗은 고용노동부(57표)
고용노동부는 ‘잦은 사업장 변경으로 생산성 하락과 영세업체의 인력난 심화’, ‘사업장 무단이탈 증가’, ‘브로커의 개입으로 인한 피해’ 등을 이유로 이주노동자가 구직을 할 때 제공되었던 사업장 명단을 주지 않고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의 명단을 줘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선택하게끔 하는 내부지침을 만들어 8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을 3개월밖에 주지 않으면서, 기간 내에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하면 미등록(불법체류) 상태가 되어 강제출국 대상이 됩니다. 당연히 이주노동자는 맘에 안 들어도, 공장의 환경이 열악해도,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무 사업장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만 합니다. 사장이 허락하지 않으면 회사를 옮길 수 없는 제도, 주인이 허락해야 비로소 자유의 신분이 될 수 있었던 ‘노예제도’가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고용허가제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15년 일했는데 월 100만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47표)
초·중·고등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전국 약 15만 명, 대구는 8,00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사·조리사·조리원, 도서관의 체계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사서, 학교 곳곳에서 교육 실무를 담당하는 교무·행정·과학·전산실무원, 장애학생의 교육을 지원하는 특수교육 실무원,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정 학생들을 위한 돌봄교사, 학교폭력예방과 정서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상담사, 명절도 없이 학교를 지키는 당직기사 등이 모두가 비정규직입니다. 단 하나도 필요하지 않은 직종이 없지만, 공무원이 아니고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이들은 차별을 받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정한 ‘기간제법’은 오히려 계약직을 해고하는 칼날이 되어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받고, 매년 재계약으로 10년 넘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고작 100만 원 안팎입니다. 상시적 업무는 기간제가 아니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11월 9일 전국 동시파업을 진행하였고, 교육감 직접고용, 호봉제 실시, 정규직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재난대응대책, 구미 불산 유출 사태(50표)

9월 27일 경북 구미산업단지 내 화공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불화수소산’(불산)이라는 맹독성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화수소산은 불소화합물로, 주성분인 불소는 기본적으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한 유독물로 분류되며, 이 화학물질은 세포조직을 쉽게 통과해서 흡입, 섭취, 피부접촉 등 거의 모든 노출경로에 대한 독성을 갖습니다. 사고 후, 초기 현장조사를 벌인 국립환경과학원의 판단에 따라 구미시가 “누출된 유독가스가 인체 유해기준치에 크게 못 미친다. 이젠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발표를 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로 총 5명이 숨졌으며, 병원에서 치료 및 검진을 받은 사람은 모두 1만2,000명에 이릅니다. 이것은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관계기관, 구미시, 해당 공장의 총체적 유독물 관리부실 사태가 부른 초대형 인재입니다. 이런 독극물이 인가와 채 2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면서도, 문제의 공장이 이곳에 들어올 당시 지역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회 한번 열지 않았고, 추후에도 안전에 대한 어떠한 조처나 안내가 없었습니다.

-차별급식 낙인! 학생 건강과 평등권 보장을 위한 의무급식 막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51표)
대구시민 3만2천여명의 이름으로 발의한「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의무급식 조례)에 대해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의 시간끌기와 늦장처리로 처리되지 못하던 중, 지난 9월 11일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유명무실한 임의규정으로만 된 누더기 식물조례 상태에서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통과되기까지 철저하게 비공개하다가 1분만에 날치기로 통과시킨 수정조례안은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와 대구시, 대구시교육청의 밀실야합으로 탄생한 합작품입니다.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김원구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달서구 5선거구)을 주민소환서명운동에 돌입하였습니다. 한편 최근 확인한 광역도를 제외한 8대 특별·광역시 의무(무상)급식 현황을 살펴보면, 대구만 여전히 의무급식 불모지 지역로, 의무(무상)급식 비율이 전국 ‘꼴찌’임이 다시한번 확인되었습니다. 8대 특별·광역시 무상급식 시행 학교 현황에서 대구는 6.5%로 최하위이며, 광역도까지 포함한 17대 광역시도 전국 평균 68.4%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전국 초·중·고 무상급식 지원 학생 현황에서도 전국평균이 48.2%인데 반해 대구는 고작 1.5%에 불과합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지만 한국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며 "'인간의 자유'가 아닌 '시장의 자유'만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우리 삶은 더 불안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권리 주체들이 인권을 위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공권력은 해결 의지가 없거나 인권침해 가해자로 변하고 있다"며 "대구경북 지역의 인권의 주소가 어디에 있는지 잘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성소수자, 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의 눈으로 보는 한국사회 모습은 야만과 폭력"이라며 "인권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핍박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매년 인권뉴스를 선정하고 있지만 침해 사례는 작년(18건)보다 5건이나 늘었다"며 "정부와 대구시, 대구시교육청은 경제와 복지, 개발, 안보 등 모든 국가정책에서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이주영 한국인권행동 상임활동가, 아요(별칭)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2012.12.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이주영 한국인권행동 상임활동가, 아요(별칭)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2012.12.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주영 한국인권행동 상임활동가는 "인간 생존의 최소 약속인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누구보다 먼저 인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요(별칭)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도 "정권 편의를 위해 자리싸움만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부터 시작해 지난 1년간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다"며 "국가는 인권위 독립성을 보장하고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012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는 이날 저녁 카페 WITH에서 '2012 대구경북 인권보고대회'를 열고 인권기록영상 상영, 인권침해 당사자들과의 토크쇼를 가졌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