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기자” - 대구신문 윤정혜 기자

평화뉴스
  • 입력 2004.10.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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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한 만큼 더 많이 뛰는 기자로..."

'기자들의 고백'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때가 벌써 3주전, 그리고는 지난 2년 동안 기자로서의 '나'를 한번 되새겨봤다. 어떤 고백을 해야 할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미 이곳(기자들의 고백)을 먼저 다녀간 선.후배 기자들의 '고백'에서도 나는 예외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반성해야 할 일이 한 두개가 아닌 것 같다. 그 많은 것들 중 나는 '알지 못하면서도 공부하지 않았던' 그동안의 생활을 고백하려고 한다.

며칠 전 모 선배기자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최근 '벤처기업의 세계경쟁력'과 관련된 세미나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제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곳에는 무슨 일로 갔냐”는 나의 질문에 선배는 “기사 한 꼭지를 쓰기 위해서 라기 보다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공부 삼아 갔다 왔다”는 것이다. 8년차 이상인 선배의 대답을 듣고 내 생활을 떠올리자 얼굴이 절로 붉어졌던 기억이 난다.

벌써 다음 달이면 신문사에 첫 발을 들인지 꼭 2년이 된다.
대학 졸업을 두 달 남짓 남겨두고 대구신문 기자라는 명함을 손에 쥐었던 나는 사회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세상의 소리를 정확히 담아 보겠노라는 거창(?)한 다짐을 하면서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처음 듣게 된 각 기관과 연구소 등 출입처로 배정 받은 산업현장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 내게 큰 부담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 조직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감히 이야기해본다.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난, 맡은 분야에서의 행사 이를테면 설명회와 포럼, 세미나 등 내 시각을 넓혀 줄 수 있었던 많은 기회를 '나름의 잣대'를 대고 참석 여부를 결정했다. 별다른 일정이 없음에도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한 일에는 자료만 보고 기사를 써냈다.

'모르면서 아는 척' 했던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경제용어가 생겨나고, 새로운 사업이 진행되며 빠르게 변화고 있는 이곳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던 나를 반성해본다.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을 쓰는 기자가 그 사안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한 데 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짐해본다. 알지 못한 만큼 더 많이 뛰는 기자가 돼 보겠노라고.
그리고 앞으로 몇 년 후,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그때는 '기자'라는 꼬리말에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지금보다 '고백' 할 일이 적은 기자의 모습이길 희망해본다.

대구신문 윤정혜 (jh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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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고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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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의 글을 써 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매일신문 조두진 / 2. 연합뉴스 김용민 / 3. TBC 양병운 / 4. 한겨레신문 박주희
5. 영남일보 김기홍 / 6. 내일신문 최세호 / 7. 경북일보 김정혜 / 8. 대구신문 최용식
9. 뉴시스 최재훈 / 10. 대구일보 노인호 / 11. CBS대구방송 권기수 / 12. 대구MBC 도건협
13. 한국일보 전준호 / 14. 경북일보 이기동 / 15. TBC 이혁동 / 16. YTN 박태근
17. 영남일보 백승운 / 18. 매일신문 이창환 / 19. 대구신문 최태욱 / 20. 영남일보 정혜진
21. 대구일보 황재경 / 22. 오마이뉴스 이승욱 / 23. 경북일보 류상현 / 24. 교육저널 강성태
25. 매일신문 한윤조 / 26. 대구MBC 심병철 / 27. TBC 이지원 / 28. 대구신문 윤정혜

(평화뉴스 [기사 검색]에 ‘기자들의 고백’이나 기자의 이름을 쓰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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