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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부끄러움..." - 경북일보 김종득 기자
"내 잘못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았나"..."아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아빠로 남기 위해..."
2004년 10월 18일 (월) 09:47:21 평화뉴스 pnnews@pn.or.kr

'명색이 기자의 고백인데, 고백이라면 숨김없이 솔직하게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끝까지 고사했어야 했는데....'

아뿔사!! 이미 버스 떠난 뒤였고, 물은 엎질러져 있었습니다.
“알몸 드러내긴 쉽지 않을 것이고, 속옷 정도는 보일 만큼 벗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통신사에 몸담고 있는 동료기자의 '애정 어린 충고(?)'만 줄곧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셔츠만 벗자!'

경주에서만 나고 자란 탓에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의 보도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랬습니다.

20년 가까이 쌓아온 믿음이 불신으로 변하는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경주를 떠나 마주한 넓은 세상 대학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이른바 '금서'로 규정된 사회과학 서적을 통해 아주 조금씩 눈을 뜰 즈음, 당시 교정 곳곳에 나붙었던 '대자보'나 '불온(?)유인물'들이 진실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제서야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워졌습니다.

'언론이 바로서야 세상이 변할 수 있겠구나!!'

제대 앞둔 육군병장이 대위계급을 단 중대장과 나이가 엇비슷할 만큼 늦깍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고향경주에서 처음으로 들어간 직장이 막 창간한 주간신문이었습니다.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던 당시 갓 입사한 햇병아리 기자의 열정은 뜨거웠고 포부는 컸습니다.

'시민의 편에서 정의롭고 진실한 기사로 경주를 바꿔보자!!'

예나 지금이나 인구 30만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 경주는, 상대방과 터놓고 1∼2분만 이야기하면 “너그 형 00맞제?”, “김기자 회사 △△부장, 내하고 학교 동기다”라는 말이 오갈 만큼 이런 저런 인연이 얽히고 설킨 곳입니다. 햇병아리 기자의 큰 포부와 뜨거운 열정은 '어려운 회사 경영'에 치이고, '이런저런 인연'에 부딪히며 그다지 오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래도 그땐, 매일 아침 출근길 '다짐'이 있었고, 퇴근길 자책의 소주를 마시는 '나름의 자정노력'이나마 있었습니다.

기자생활 5년을 겨우 넘어설 때부터 회사를 옮기는 일이 잦아 졌습니다.
'여기는 좀 다르겠지? 저 회사는 그래도 이 회사보다는 낫겠지?'
정작 문제는 자신과의 싸움에 번번이 패한 스스로에게 있음에도 '환경'만을 탓할 만큼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땐, 거대신문의 관심 밖이었던 지방 중소도시 경주의 노동운동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 지속적으로 드나들며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이웃 편에서 기사를 쓰려는 노력은 중단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강산이 한번 변했을 만큼 기자생활을 했을 땐, 어느덧 '월급쟁이'로 전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싫었습니다. 미련 없이 그만두었습니다.

2년 동안 대학교 장학재단의 교직원으로 외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을 핑계삼고, '기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도 많이 있을 거야'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위안 삼아 기자라는 직업을 이어오고 있는 필자는, 특정신문 안티를 중심으로 언론개혁 운동을 일상에서 아주 재미나게 그러나 꾸준하게 전개하는 이들과 자주 어울립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언론개혁이 '화두'로 대두된 오늘, 개혁의 적극적인 우군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개혁의 대상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의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주와 광고주의 이해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외면하고 이런 저런 눈치만 살피지는 않는지, 내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는 비겁한 기자는 아닌지.......
수많은 질문에 어느 것 하나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답하지는 못하지만, 이들이 모여 소주한잔 나누는 곳이면 가능한 달려갑니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되새겨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을 알아야만 비로소 부끄러움을 이겨내게 된다'는 존경하는 원로 언론인의 말씀을 믿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무치(無恥. 부끄러움을 모르는 부끄러움)한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빠가 가장 훌륭한 기자인줄만 알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현준이에게 훗날 부끄럽지 않는 아빠로 남기 위해, 저는 오늘도 부끄러움을 씻어내는 소주를 마십니다.

경북일보 김종득 (kjd@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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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의 글을 써 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매일신문 조두진 / 2. 연합뉴스 김용민 / 3. TBC 양병운 / 4. 한겨레신문 박주희
5. 영남일보 김기홍 / 6. 내일신문 최세호 / 7. 경북일보 김정혜 / 8. 대구신문 최용식
9. 뉴시스 최재훈 / 10. 대구일보 노인호 / 11. CBS대구방송 권기수 / 12. 대구MBC 도건협
13. 한국일보 전준호 / 14. 경북일보 이기동 / 15. TBC 이혁동 / 16. YTN 박태근
17. 영남일보 백승운 / 18. 매일신문 이창환 / 19. 대구신문 최태욱 / 20. 영남일보 정혜진
21. 대구일보 황재경 / 22. 오마이뉴스 이승욱 / 23. 경북일보 류상현 / 24. 교육저널 강성태
25. 매일신문 한윤조 / 26. 대구MBC 심병철 / 27. TBC 이지원 / 28. 대구신문 윤정혜
29. 경북일보 김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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