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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폭력의 불씨'는 살아 있다
[오택진 칼럼] 선정적 보도ㆍ실패한 정책...처벌 이상의 해법 고민해야
2015년 01월 22일 (목) 14:08:33 평화뉴스 pnnews@pn.or.kr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폭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언론은 아이들이 맞는 장면을 연이어 보여주며 대중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과거 사건들까지 편집하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여 보냈다. 국민의 알권리는 한 두 번의 보도기사로 충분할텐데 아이들이 맞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심리인가? 그 뉴스는 가정에서 유아나 초등학생 등의 아이들이 볼 수도 있다. 언론이 ‘어린이집 아동폭력’사건을 보도한다면서 보이지 않는 미디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정치권은 발빠르게 현장방문 이랍시고 얼굴 내밀고 사진찍기 바쁘고, 정부는 사나흘 만에 대책을 뚝딱 만들어냈다. 새누리당은 '아동학대 근절 특별위원회'를, 새정치연합은 '영·유아 학대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여야가 만든 특별위원회 대책위원회 회의할 비용으로 아동복지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할 정도로 그들의 생색내기가 꼴보기 싫다. 의원이든 보좌관이든 자기 지역구의 어린이집을 한달에 한번이라도 돌아보았으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을 만나기라도 했으면 이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세부적인 사항이 좀더 보완됐지만 2010년 발표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에서 한 글자만 바뀌었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면피용 대책이다. 지난 5년 동안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이 왜 실패했는가를 차근차근 따져보는 것이 먼저였다. 있는 대책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책임과 반성없이 문서만 자꾸 만들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이번 사건의 대책으로 언론, 정치권, 정부의 공통된 주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보육교직원 자격요건(인성평가)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글쎄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아동폭력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인지 의문이다.

 CCTV 설치 의무화는 감시의 일상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인천 어린이집도 CCTV가 설치된 곳이었다. 초기에 CCTV가 설치되면 긴장하지만 그 곳에서 일상적으로 생활하게 되면 그것조차 의식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폭력’의 원인이 CCTV설치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CCTV는 아동폭력의 ‘증거’를 보존할 수 있고, ‘경각심’을 일깨우고, 부모들에게 안심을 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거기까지다. 처벌의 강화라는 것도 한마디로 ‘나쁜 짓하면 감옥간다’는 것인데, 개인의 아동폭력의 주관적 원인과 구조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 <한겨레> 2015년 1월 16일자 3면(종합)

 보육교사의 자격요건 즉 인성 자질을 평가에 반영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은 하기 좋은 말이나 공허하다. 돌봄기관과 교육기관 등 아이들과 함께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성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영유아와 청소년까지 아이들의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것은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사람의 인성을 평가하고 강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가? 시험과 면접 등에서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얼마나 ‘좋은 사람’을 보육교사로 선발할 수 있을까? ‘인성자질’을 보육교사의 채용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까지 또한 ‘인성’을 갖춘 우수한 인력들이 보육교사로 지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화해야 하는가?
 근본적으로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은 ‘좋은 사회’에서 나오고, 인성평가제도에 대한 믿음은 평가기관의 사회적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어릴 때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남들보다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에 사는 것이 행복한 것임을 강요당하고 주입해 온 사회다. ‘공부하는 능력’으로 아이들과 부모가 서열화되는 사회다. ‘땅콩회항’, ‘백화점 모녀’등 가진 것이 많고 지위가 놓으면 VVIP로 스스로 우쭐하여 보통사람들을 무릎 꿇리는 사회란 말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랑과 배려로 더불어 함께하는 사람됨의 가치를 우리 사회가 교육하고 있는가? 어른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가? 사회구성원들이 ‘인성’을 직업윤리로 강조하는 것과 함께 가정과 학교, 직장과 사회 곳곳에서 ‘돈’이 아닌 ‘사람’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상의 노력이 중요하다. 정치가 대오각성하여 큰 길을 터야하고 시민의 의식변화가 함께해야 한다. 뜻있는 시민이 이를 강제해야 한다. 더디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행정당국의 관리 감독 및 교육과 보육교사의 노동환경의 개선은 실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어린이집에 국한하자면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보육교사가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육교사를 관리하는 어린이집 원장의 가치관이 더욱 중요하다. 전체 어린이집의 80% 이상이 민간영리 어린이집이다. 민간 어린이 집 원장들은 보육에 대한 사명감도 있겠지만 어린이집을 운영하여 이익을 남겨야 하고 이를 위해 저임금 보육교사들이 필요한 것이다.보육교사들은 저임금, 12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 돌봄의 감정노동 스트레스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단계적으로 늘여나가고, 보육교사의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1인당 보육어린이 수 감축 등의 구조적인 환경개선 노력을 하는 것이 더욱 실질적이다.

 [2013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아동학대의 가해자 80%가 부모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아동학대 아동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정마다 훈육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녀에 대한 체벌, 윽박지르기 등도 아이들은 폭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보육교사로부터 일어나는 아동폭력은 전체 아동폭력의 10% 미만이다. CCTV 설치는 감시를 강화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보육교사의 아동폭력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동학대의 주요 가해자인 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집집마다 CCTV를 설치해야 하는가? 어떤가? 동의할 수 있겠나? 내 자식에 대한 타인의 학대와 폭력은 감시되어야 하지만 부모의 학대와 폭력은 어떤가? 자기 가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할 수 있는 ‘떳떳함’이 있는가? 가정에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동폭력의 근절은‘어린이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정과 보육시설 사회가 함께 해야할 일이다. 나와 내 이웃의 아이들을 살펴 볼 일이다.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폭력 문제는 구조적이고 복잡한데 해결대책은 감시와 처벌의 강화로 일시적 ‘국민안심시키기’에 쏠려 있다. 국민일반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방송의 선정적 보도행태, 정치권의 보여주기 쇼, 행정부의 대책발표로 이어지고 결정적으로 또 다른 사안이 이 사건을 덮어 버린다. 사건과 비리의 퇴적층이 현재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다. 그리고 또 일상은 반복된다. 또 언젠가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폭력의 얼굴’이 드러날 것이다.

 건국대 몸 문화연구소 정지은 소장은 이렇게 예기한다. ‘동물들에게서는 본능이 있을 뿐 폭력이 없다. 폭력은 문화적 현상이고, 인간의 사회에 고유하게 속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폭력의 이유를 파헤치는 일은 이 사회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아는 일과 관련된다. 폭력의 행위자를 처벌하는 간편한 해법 이상의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짜증이 날 때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 한 두번이 아니다. 때론 큰소리도 치고 짜증도 낸다. 그때마다 후회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사랑과 인내로 지켜보고 이해하며 보듬어야 할 때 나의 감정, 내 중심적 사고가 아이에 대한 복종심을 만들고 싶어 한다. 많은 어른들의 마음이 아프다. 수없이 다양한 상처와 분노를 마음 깊은 곳에 숨겨놓고 있다. 치열한 생존의 과정에 묻어 두고 덮어 둔 크고 작은 마음의 병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속풀이, 카타르시스,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이 치유되어야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다. 이는 때때로 위험한 경계에 서게 한다. 나도 아동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가져야 한다.

 개인도 사회도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의 ‘폭력의 불씨’들이 살아 있다. 보육현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 학교, 가정, 기업 사회 곳곳에서의 폭력의 또 다른 얼굴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언제든 어느 곳에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기에 근본에서 되짚어보는 문제제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에게 요구하는 것 만큼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상을 성찰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 오늘은 부모로서 호소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자.

   





[오택진 칼럼] 26
오택진 / <연구공간Q+> 대표.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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