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9.12.5 목 20:13
> 뉴스 > 지난 기획.연재 | 기자들의 고백
   
“지역언론의 생존 이유, 그러나...”
- 매일신문 최정암 기자
“지역언론이 살아야 대구경북이 산다”
“그러나...권력과 광고주에 무뎌지는 비판, 가진 자를 대변하는 논조, 진보에 대한 편견...”
2004년 11월 12일 (금) 15:35:49 평화뉴스 pnnews@pn.or.kr

몇년전 금융업무를 담당할 때다.
광주은행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다. 당시 광주은행은 금융권 통폐합 열풍이 휩쓸면서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될 위기에 놓여 있어 지역민과 은행 직원들의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독자 생존을 하는 것과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돼 결정권을 상실하는 것은 종사자 입장에선 엄밀히 말하면 독립국가 국민이냐, 식민지 국가 국민이냐 정도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거기다 필경 구조조정이 따를 것이고 보면 은행 직원들의 고민을 이해할 만 했다.

휴식 시간에 은행 노조 간부에게 물었다.
"지역민들도 광주은행의 퇴출을 원치 않을 것인데 왜 지역 여론을 활용하지 않습니까".

그 간부 왈. "광주.전남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많지만 독자 수가 워낙 적어 여론 형성이 안됩니다. 그렇다고 시장을 장악한 전국지들이 실태를 정확히 보도해 주는 것도 아니고".

이 자리에서 대구은행이 전국 최고 은행으로 굳건한 자리를 지키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설명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구은행도 은행 인수합병 거론 때마다 대상은행으로 떠오를 정도로 경영상황이 안좋았다. 대구지역 대형 건설회사들이 줄도산 하고 지역 대표업종인 섬유산업이 침체되면서 은행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대구은행은 위기 돌파를 위해 증자를 시도했다. 당시 이 은행 주가는 3천원대였다. 경제 논리대로 하면 증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역언론이 앞장 서 대구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 형성에 나섰다.
지역은행이니 살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지역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대구에 본점이 있는 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환위기 직후 대구에 있던 대동은행도 국민은행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대구은행까지 합병된다면 지역경제는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신문에 연일 대구은행 살리기가 보도되면서 대구은행은 두차례나 증자에 성공했다. 지역민들은 증시에서 3천원이면 살 수 있는 주식을 액면가 5천원에 기꺼이 인수했다.
요즘 대구은행 임직원 대부분은 만약 대구도 광주처럼 전국지가 시장을 장악했다면 여론 형성이 안돼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 지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사실 전국지들은 지역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도하기가 불가능하다. 해당 지역판이 있기는 하지만 1개면 정도에 불과해 지역 현안을 지속.심층 보도할 수가 없다. 여기다 서울의 논리로 전국을 관찰하기 때문에 '지방민'의 이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방분권국민운동이 지난해 11월18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한 국민대회' 때 전국지나 전국방송은 한줄도 비추지 않았지만 다음날 원로학자 몇십명이 발표한 '행정수도이전 반대' 성명은 엄청 크게 취급해 지방분권국민운동 관계자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이런 일은 소위 전국언론들이 서울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다. 지역민들이 지역언론을 외면하면 이같은 상황은 가속화 된다.

비단 광주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전국지가 신문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대구와 부산에서만 해당 지역신문이 1위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전국지들의 지역 공략이 강화되고 있어 이 상태로 가면 대구와 부산도 안심할 수 없다.

물론 지역민들이 지역언론을 사랑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권력과 광고주에 대해 무뎌지는 비판의 칼날, 재미없는 편집, 서민과 민중의 아픔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가진 자를 대변하는 듯한 논조, 진보 진영에 대한 편견 등은 갈수록 독자를 멀어지게 하는 요인들이다.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위해 과감히 떨쳐 일어나지 못하고 회사의 생존 논리에 순응하는 바람에 한낱 월급쟁이로 전락해 버린 것도 독자 감소의 주요인이다.
이런 암세포 제거를 위해 시민단체나 독자들이 끊임없는 비판과 감시를 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언론을 사랑하기 위한 물결도 일게 해 주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광주은행 노조간부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별로 읽을 게 없다고 지역신문을 외면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 후회됩니다".
대구경북 언론이 바로 서지 못하면 대구경북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 15년 넘긴 기자 생활의 결론이다.

매일신문 최정암 기자(노조위원장. jeongam@imaeil.com)






---------------------------

<기자들의 고백>은,
대구경북지역 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싣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16개 언론사, 31명의 기자가 글을 썼습니다.

[평화뉴스]는,
현직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고백들이
지역 언론계의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이 고백 글을 이어가기 위해 기자님들의 글을 찾습니다.
취재.편집.사진.영상기자 등 우리 지역의 모든 기자가 참여할 수 있으며
글을 써주신 기자님께는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053)421-6151. pnnews@pn.or.kr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의 글을 써 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매일신문 조두진 / 2. 연합뉴스 김용민 / 3. TBC 양병운 / 4. 한겨레신문 박주희
5. 영남일보 김기홍 / 6. 내일신문 최세호 / 7. 경북일보 김정혜 / 8. 대구신문 최용식
9. 뉴시스 최재훈 / 10. 대구일보 노인호 / 11. CBS대구방송 권기수 / 12. 대구MBC 도건협
13. 한국일보 전준호 / 14. 경북일보 이기동 / 15. TBC 이혁동 / 16. YTN 박태근
17. 영남일보 백승운 / 18. 매일신문 이창환 / 19. 대구신문 최태욱 / 20. 영남일보 정혜진
21. 대구일보 황재경 / 22. 오마이뉴스 이승욱 / 23. 경북일보 류상현 / 24. 교육저널 강성태
25. 매일신문 한윤조 / 26. 대구MBC 심병철 / 27. TBC 이지원 / 28. 대구신문 윤정혜
29. 경북일보 김종득 / 30. 영남일보 이춘호 / 31. 매일신문 최정암
(평화뉴스 [기사 검색]에 ‘기자들의 고백’이나 기자의 이름을 쓰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평화뉴스 http://www.pn.or.kr

이 글이 좋으시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본 신문에 게재된 기사, 링크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와 책임은 기사작성자 평화뉴스 에게 있습니다.
* 평화뉴스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강령과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제호 : 평화뉴스 * 편집.발행인 : 유지웅 * 창간.발행일 : 2004년 2월 28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대구 아00010 * 정기간행물 등록 연월일 : 2007년 3월 14일
(우)41266 대구시 동구 국채보상로 155길 54 (상가동 202호) | 대표전화 053-421-6151 | 팩스 0505-421-61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지웅
Copyright 2008 평화뉴스. All rights reserved. 전자메일 pnnews@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