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혁신의 모범도시로”

평화뉴스
  • 입력 2004.11.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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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시사칼럼 40> “분권운동의 발원지 대구...혁신의 모범도시로 가꿔야”


지난 주 목요일(11월 11일)부터 어제(11월 14일)까지 부산 엑스코에서는 큰 행사가 하나 있었다.

‘지역이 희망입니다’를 모토로 내건 <제 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가 열린 것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마다 부스를 차려 놓고 특산품과 혁신 사례들을 전시하였다. 기업, 연구소 그리고 다양한 혁신 지원기관들도 자신의 혁신활동을 소개하였다.

첫 날 오전에는 대통령이 참석한 개막식이 성황리에 개최되었으며, 그 날 오후부터 토요일까지는 각종 세미나와 사례 발표회도 이어졌다. 한마디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개되고 있는 혁신의 모범 사례들이 주제별로 분야별로 발표되고 또 전시되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학자와 공무원들 그리고 벤처기업인과 NGO활동가들이 자신의 혁신 성공사례를 선보이기도 하고, 또 열심히 보고 들으면서 배워가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부산엑스코는 4일 동안 ‘지역혁신의 거대한 학습장’이었던 것이다. 혁신의 희망이 전국으로 발신되는 진원이기도 하였다. 참여한 이들의 도전 정신과 배우려는 열기로 그 넓은 행사장은 내내 뜨거웠다.

필자는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 부산 엑스코에 머물렀다.
지자체의 모범 혁신사례 발표회장에서 논평도 하고, 혁신리더 워크숍에서 혁신인력 양성사업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기도 했다. 짬짬이 여러 세미나장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또 배울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필자에게는 거대한 전국 박람회가 지역에서 개최된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 사회가 어느 새 <거역할 수 없는 지방화>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확신도 가질 수 있었다. 단순히 <분권과 분산 차원의 지방화>가 아닌, 지역 스스로 내생적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가는 <분권과 혁신을 통한 지방화>의 길에 접어든 느낌도 들었다.
비록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재 판결에 의해 제동이 걸렸지만 어느새 지방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 시대의 명제로 자리잡았다는 느낌이었다. 비록 현 정부를 반대하는 계층과 집단에 의해 정략적으로 발목잡혀 휘청거리고 있지만, <분권과 혁신을 통한 지방화>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화두로 자리잡았음이 틀림없었다.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 KTX에 몸을 싣고 대구로 향하던 필자에게는 1시간 남짓한 동안에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특히 지난 2-3년 동안에 겪었던 역사적 사건들이 차창 밖의 가로수처럼 빠르게 지나쳤다. 고비 고비 힘들었던 때도 많았지만 돌이켜 보면 보람도 적지 않은 2-3년이었다.

먼저 <분권과 혁신>은 참여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하기 훨씬 전인 지난 2000년부터 <(사)대구사회연구소>가 한국의 새로운 발전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명제였다. 대구사회연구소는 ‘분권과 혁신’을 가장 중요한 연구 과제로 설정하였고,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훨씬 전부터 대구사회연구소는 <분권과 혁신>이라는 제호의 웹진을 발행해 왔다.

지방분권운동의 발원지도 대구였다.

2002년 4월 13일, 대구에서는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가 창립되었다. 물론 전국 최초였다. 대구를 시발로 해서 그 해 여름 가을 동안 다른 지역에서도 지방분권운동조직이 발족하였고, 11월 7일에는 전국 조직인 <지방분권국민운동>이 출범했다. 장소는 경북대학교였다. 전국의 지방분권운동가들이 경북대학교 강당에 모여 지방분권운동에 역량을 결집해 내고 대선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로 결의하였다.

지금 참여정부가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대구의 지식인과 지방분권운동가들의 공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대구가 참여정부에 대해 냉소적이고 심한 경우 적대적이기까지 하지만, 지방을 살려서 전국민이 고루 잘 살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방분권정책에 대해서만큼은 정략에 휘둘리지 않고 대구시민들이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대구는 또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구경북분권혁신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켰다. 2003년 6월의 일이었다.
대구와 경북의 행정과 대학, 기업, NGO, 언론 등이 참여하는,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을 위한 본격적인 민관거버넌스 기구였다. 그것은 2003년 12월 말에 국회를 통과한 지방분권 3대 특별법 가운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상 지역혁신협의회 규정의 근거가 되었다.
2004년에 들어와 전국의 모든 광역지자체는 지역혁신협의회를 법정 기구로 설치하게끔 된 것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이후 대구경북도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로 다시 구성해 재발족시켰다.) 지금 전국의 광역단위 지역혁신협의회들이 적지 않은 문제와 고민들을 안고 있지만,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는 그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서 그나마 전국에서 주목해 보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구는 또 전국에서 최초로 혁신교육기관을 발족시키기도 하였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와 <대구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립해 10월 7일에 개강한 <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가 그것이다.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을 주제로 삼아 출범시킨 민간 교육기관으로는 전국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지금 다른 지역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내년 이맘 때면 <제 2회 대한민국 지역혁신 박람회>가 열리게 된다. 며칠 전, 대구경북이 주최지로 최종 결정되었다. 내년 이 때쯤이면 전국의 혁신 전문가와 모범적인 혁신 성공 사례들이 대구를 찾아올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그동안 쌓아왔던 분권과 혁신에 대한 문제의식과 경험과 역량들을 전국을 향해 발신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대구경북의 모든 지자체와 대학과 기업과 NGO와 언론들이 매일매일 혁신을 고민하고 혁신을 연구하며 성공 사례들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행정과 경제와 대학과 시민의식 등 모든 부문에서 어렵고 힘든 만큼, 혁신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고 또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지역이 바로 대구경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분권 정책의 발원지였던 만큼, 혁신에 있어서도 가장 모범적인 대구경북으로 가꿔가야 할 것이다.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몫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분권과 혁신의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대구경북 시도민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자세로 매진해야 할 것이다.

홍덕률(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drh1214@hanmail.net)






* 홍덕률 교수는,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시민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구대학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구재단에 의해 해직(1993)됐다가 임시이사 파견 뒤 1년 만에 복직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과 <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부원장,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분권과 혁신’을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홍 교수는 또, 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에서 시사칼럼을 쓰거나 토론.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는데, 지금도 대구KBS <화요진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홍덕률의 시사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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