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0.8.7 금 16:41
> 뉴스 > 지역사회
   
낯선 땅의 이주민, 그들에게 한국의 '설' 명절은...
갈 수 없는 고향, 영상통화로 가족들 얼굴...법 보호 못받지만 친구들과 쓸쓸하지 않게
2016년 02월 04일 (목) 18:52:42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pnnews@pn.or.kr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마음대로 갈 수 없어요. 계속 여기서 일해야 돼요"

스리랑카에서 온 마쉬(가명.32)씨는 "고향에 부모님과 동생 3명이 있다. 첫째라 돈을 벌어야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한국에 왔다는 그는 비자기간이 만료됐지만 돌아가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됐다. 대구 달성공단에서 일하다가 2년 전부터 구미의 한 반도체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요즘 일이 없어서 한 달에 12~14일 일한다. 이번 달에도 회사에서 15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이 없어지면서 몇 달째 절반이 된 월급을 걱정하게 됐다. 게다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부쩍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마쉬씨는 "같이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설날에 가족들 보러 간다는 말을 한다"며 "나도 부모님이 보고 싶다. 마음대로 갈 수가 없어서 영상통화로 가족들 얼굴을 본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구미에 온 이후로 그는 쉬는 날에는 집에서 TV를 보고 인터넷을 한다. 친구들이 다 대구에 있기 때문이다. 병원비 때문에 세 달 전부터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도 간지러운 것을 참고 있다가 친구들이 무료진료소를 소개해줘서 올 수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며 "구미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 중국인 노동자가 매주 수요일 열리는 무료진료소에서 상담받고 있다.(2016.2.3.성서공단노동조합)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3일 저녁, 달서구 이곡동 성서공단노동조합 사무실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무료진료소를 찾는 이주노동자들로 북적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보험 적용이 안 돼 쉽사리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리크(40)씨는 1년 전 파키스탄에서 왔다.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무료진료소 하는 날에 맞춰 왔다. 그는 진료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고향에 있는 8살 쌍둥이 딸들과 4살 막내딸 사진을 보이며 "쌍둥이들이 나랑 닮았다"고 미소지었다. "가족이 보고 싶어도 세 딸의 교육비와 가족들의 생활비를 위해 3년 더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EPS: Employment Permit System)를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동의 없이 사업장을 무단이탈할 경우 '미등록 노동자', 즉 '불법체류자'가 된다.

김용철 성서공단노동조합 노동상담소장에 따르면 1년에 노동조합을 방문하는 5천여명의 이주노동자 중 미등록 노동자는 전체의 약 40%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 진료 역시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그들은 아파도 병원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한다.

   
▲ 2015년 설 명절, 이주여성들과 그 가족들이 대구이주민선교센터에서 다과를 나누고 있다. / 사진 제공.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이주여성 역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순종 목사는 "이주여성을 개인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남성의 통제를 받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이주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리엔(가명.44)씨는 8년 전 한국남성과 결혼한 뒤 현재 자폐를 앓고 있는 딸 수미(가명.6)와 살고 있다. 남편이 얼마 전 이혼을 요구했지만 베트남에 있는 가족이 만류해 현재 별거 중이다. 수미를 유치원에 보내고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혼자서는 일과 양육 모두를 할 수 없어 친정엄마를 초청했다. 이주여성은 법적으로 아이를 낳으면 체류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어 초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소는 이혼이 아닌 별거 중일 경우 보호자인 남편만이 초청할 수 있다며 리엔씨의 신청을 거절했다. 이후 오랜 싸움 끝에 특별한 경우를 인정받아 서류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 박 목사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성차별적인 행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2104년 설 명절, 윷놀이를 하고 있는 이주민들 / 사진 제공.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이주민들은 멀리 있는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동료들과 명절을 보낸다. 이번 설 연휴를 맞아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7일부터 나흘 동안 행사를 연다. 중국, 베트남, 네팔, 태국 이주노동자들이 각 나라별 음식을 준비해 먹기도 하고, 윷놀이와 세배를 하면서 한국 문화를 익히기도 한다.

박 목사는 "고향에 쉽게 갈 수 없는 이주민들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게 하기 위해 설날 행사를 연다"면서 "베트남 이주민의 경우 특히 결속력이 강해 명절이나 휴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다. 그들 나름대로 명절을 재밌게 보내고 있고 다른 나라 이주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년 전 한국에 온 시오미(25)씨는 무료진료소에서 통역을 하며 친구들의 진료를 도왔다.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계속 서서 일했다.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물렁뼈가 닳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2년 동안 대전의 한 섬유공장에서 완성품을 포장하는 일을 하다가 두 달 전 고향친구의 소개로 대구에 와 쉬면서 일을 구하고 있다.

시오미씨는 대전에 있는 2년 동안 한 번도 회사 말고는 가본 적이 없다. 그녀는 종종 근처 아시안 마트에 가서 장을 봐 고향 요리를 친구들과 나눠먹는다. "대구 잘 모르지만 따뜻해지면 친구들과 많이 다니고 싶다"고 바랐다.

   
▲ 시오미(25.빨간 옷)씨가 자원봉사자에게 친구의 증세를 통역하고 있다. (2016.2.3.성서공단노동조합)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2015년 12월 법무부가 집계한 대구에 등록된 외국인은 26,141명이다. 그 가운데 달서구가 8,819명(3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달성군 4,925명(19%), 북구 4,768명(18%)이다. 이는 90일 이상 체류시 본인이 직접 신고한 수치로, 비자가 만료됐거나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가운데 사업장 이탈 등으로 불법체류인 상태를 포함하면 4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 체불에 욕설...그래도 '허가' 없이는 어디도 못가는 이주노동자· 이주민 자녀에게도 가혹한 나라..."최소한의 법이라도"
· 대법원 판결에도 '이주노조' 설립 막는 정부· 월 298시간, 한국인보다 100시간 더 일하는 이주노동자
· 한국 떠나야만 퇴직금 받는 이주노동자· 불법체류 막자고 퇴직금도 제때 안주는 한국 정부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본 신문에 게재된 기사, 링크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와 책임은 기사작성자 평화뉴스 에게 있습니다.
* 평화뉴스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강령과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제호 : 평화뉴스 * 편집.발행인 : 유지웅 * 창간.발행일 : 2004년 2월 28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대구 아00010 * 정기간행물 등록 연월일 : 2007년 3월 14일
(우)41266 대구시 동구 국채보상로 155길 54 (상가동 202호) | 대표전화 053-421-6151 | 팩스 0505-421-61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지웅
Copyright 2008 평화뉴스. All rights reserved. 전자메일 pnnews@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