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뎌진 것 같습니다...”
- TBC 이종웅 기자

평화뉴스
  • 입력 2004.11.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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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아픈 비수처럼 가슴에 박힙니다...”


기자들의 고백이라는 글감을 앞에 놓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고백이라는 말의 무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숨김없이 말한다는 뜻의 고백이 마치 고해성사처럼 느껴집니다.
죄를 빌고 용서를 구하듯이
고백을 통해 지난 삶을 다시 돌아보니 잘 못한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입니다.
전국 공무원노조가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일이 있습니다.
기자로서 정말 대단한 사건을 취재하게 된 것입니다.
파업의 규모와 참가 정도는,
또 대책은 있는지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취재를 마쳤습니다.

그날 저녁 한 선배가 메일을 보냈습니다.
정당 홍보를 맡고 있는 그 선배는,
기자들은 공무원이 파업에 몇 명이나 참가했는지 더 궁금해 하겠지만
자신이 속한 정당은 전공노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하더군요.

부러웠습니다.

아마 속 시원히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자로서,
전공노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제대로 취재했는지,
그리고 정당성에 대한 기준은 맞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무겁고 진지한 고민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취재 방향을 잡아야 하지만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물이 흘러가듯이 묻혀서 가버린 것 같습니다.
중요한 사안을 수동적으로 맞고만 있는 것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나날들.
그때는, 기자의 월급이나 사회적 지위(?)보다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젠 무뎌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날을 세우기 위한 필요한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더 알려고 배우려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소홀한 것입니다.

‘고백’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아픈 비수처럼 가슴에 박힙니다.

TBC 이종웅 기자(ltnews@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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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고백>은,
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싣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16개 언론사, 32명의 기자가 글을 썼습니다.

[평화뉴스]는,
현직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고백들이
지역 언론계의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이 고백 글을 이어가기 위해 기자님들의 글을 찾습니다.
취재.편집.사진.영상기자 등 우리 지역의 모든 기자가 참여할 수 있으며
글을 써주신 기자님께는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053)421-6151. pnnews@pn.or.kr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의 글을 써 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매일신문 조두진 / 2. 연합뉴스 김용민 / 3. TBC 양병운 / 4. 한겨레신문 박주희
5. 영남일보 김기홍 / 6. 내일신문 최세호 / 7. 경북일보 김정혜 / 8. 대구신문 최용식
9. 뉴시스 최재훈 / 10. 대구일보 노인호 / 11. CBS대구방송 권기수 / 12. 대구MBC 도건협
13. 한국일보 전준호 / 14. 경북일보 이기동 / 15. TBC 이혁동 / 16. YTN 박태근
17. 영남일보 백승운 / 18. 매일신문 이창환 / 19. 대구신문 최태욱 / 20. 영남일보 정혜진
21. 대구일보 황재경 / 22. 오마이뉴스 이승욱 / 23. 경북일보 류상현 / 24. 교육저널 강성태
25. 매일신문 한윤조 / 26. 대구MBC 심병철 / 27. TBC 이지원 / 28. 대구신문 윤정혜
29. 경북일보 김종득 / 30. 영남일보 이춘호 / 31. 매일신문 최정암 / 32. TBC 이종웅
33. 대구MBC 윤영균(12.19) / 34. 영남일보 이진상(12.26)



(평화뉴스 [기사 검색]에 ‘기자들의 고백’이나 기자의 이름을 쓰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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