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 쓰고 나면...졸업 앞둔 청춘의 무거운 2월

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 입력 2017.02.15 2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빈 자리 없는 대학 도서관, 새벽부터 열공에 책상 엎드려 쪽잠...회사도 공무원도, 녹록치 않은 '취준생'


엎드린채 눈을 붙이거나 고개 숙여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 찬 열람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엎드린채 눈을 붙이거나 고개 숙여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 찬 열람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청춘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새내기들은 해맑은 얼굴로 캠퍼스를 누비고 있지만 같은 시각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예정자들은 학교에 남아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한다.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14일 오후, 북구 산격동에 있는 경북대학교(총장 김상동) 도서관과 열람실에는 졸업을 목전에 둔 학생들이 앉아있다. 며칠 뒤면 곧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받아야 할 졸업예정자들이지만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2600여석의 열람실엔 남은 자리가 거의 없다. 열람실 앞 사물함도 비어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몇 곳에는 '잠시 빌린다'는 쪽지와 함께 번호가 남겨져있다.

자물쇠로 잠겨진 사물함과 잠시 빌려 쓴다는 메모(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자물쇠로 잠겨진 사물함과 잠시 빌려 쓴다는 메모(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스터디 모집, 책 제본, 인터넷 강의 공유 등을 위한 쪽지로 가득 찬 게시판(2017.2.14.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스터디 모집, 책 제본, 인터넷 강의 공유 등을 위한 쪽지로 가득 찬 게시판(2017.2.14.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졸업예정자들은 새벽에 일어나 학교 열람실로 향한다. 그들이 앉아있는 칸막이 책상 위에는 잠을 깨기 위한 고카페인 음료도 놓여있다. 김모(24.행정학과)씨는 "새벽 6시에 일어나 학교로 온다. 평균 12시간 이상을 이곳에서 보낸다"며 "멀리 나가 점심 먹는 시간도 아까워 가까운 매점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민간기업의 불안한 고용구조, 대구에서의 취직을 장담하기 어려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늘고 있다. 지난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장모(27)씨는 "일반적인 취직도 공무원 시험만큼이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안정적이고 연금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26.국어국문학과)씨는 "대구에는 큰 기업이 많지 않고, 작은 기업은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며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구에서의 취업이 녹록치 않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이들은 취업을 위해 '스터디'를 만들거나 매일 같이 열람실에 들러 공부를 한다.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안모(24.경영학과)씨는 "매일 아침 8시 출석체크를 하는 스터디를 하며 기본적으로 취업에 필요한 토익과 상식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26.화학공학)씨도 "아침 시간을 활용하고 싶어 작년 9월부터 출석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했다"고 말했다.

스터디 모집과 책 제본을 위한 쪽지(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스터디 모집과 책 제본을 위한 쪽지(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학생들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학생들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열람실을 나와 휴식을 취하는 매점에서는 걱정 섞인 목소리와 설움이 이어졌다. 이모(25.경영학과)씨는 지난달 설에 친척집에 갔지만 집안 어르신들에게 "왜 아직도 졸업을 못 했느냐, 졸업 전에 취업을 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는 등의 불편한 질문을 들어야만 했다. 이씨는 "언니가 대기업에 취직해 집안에서 은근히 눈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을 먹고 집이 아닌 열람실로 향한 학생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공부를 하는 모양도 가지각색이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잠을 깨기 위해 책을 들고 바깥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고 편안한 자세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청하는 청춘들도 있었다.

이날 학교에는 예비 신입생이 찾아왔다. 20대 후반의 졸업예정자는 "1학년 때는 지금 신입생들처럼 마냥 즐겁고 취업에 대한 걱정이 막연했다. 그런데 막상 졸업을 앞두니 취업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나른한 오후에도 열람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나른한 오후에도 열람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삼삼오오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학생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삼삼오오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학생들(2017.2.14)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대학알리미 졸업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대학교 취업률은 54.8%로 졸업생 두 명 중 한 명은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된다. 경북대학교뿐 아니라 대구와 경북 지역의 4년제 대학 취업률도 겨우 50%를 웃돈다. 취업률의 취업기준은 건강보험에 가입된 사람, 국세청자료에 따른 1인 창업자와 프리랜서가 포함된다. 즉 졸업생 중 아르바이트를 하고 4대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다면 취업에 포함되어 실제 취업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