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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들, 서문시장 '민폐유세'...길 막고 차 막고 소음
올해만 8명 세몰이...좁은 시장통서 확성기 틀고, 차로 막아 장사 불편 "표 맡겨놨나, 이제 오지마소"
2017년 03월 20일 (월) 17:30:11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 화재가 발생했던 서문시장 4지구 골목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상인(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통(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뻐해주고 했는데 이제 고만 왔으면 좋겠다. 누가 눈지(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겠고. 불나고 대통령 저렇게 되고 나라 엉망인데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시장에 곶감 맡겨놨나. 악수 하자고 난린지. 하루 걸러 한놈 오니 평탄할 날이 없네. 장사 도움 안되니까 오지마라. 조용히 오던가. 맘 같아선 요 입구에 출입금지 시켜놓고 싶다."(서문시장 칼국수 상인 60대 이모씨) 


길을 막고 차량도 막고 소음까지. 상인들 손님들 배달원들 표정이 모두 어둡다. 장미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대구 서문시장으로 달려가면서 '민폐유세'가 한창이다. 언론들은 '보수의 성지'라며 띄워주지만 정작 상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대권주자들 세몰이에 이용돼 불만이다.  

   
▲ 대선주자들의 러시가 이뤄지고 있는 대구 서문시장 입구(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김진태, 조원진 의원과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입구.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좁은 시장통 입구에 진을 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인 이들은 이날 김진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서문시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김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과 춘천 등에서 온 이들이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 손에 들고 등에는 새마을운동 깃발까지 휘둘렀다. '탄핵반대' 손피켓과 김 의원에게 전달하기 위한 장미도 준비했다. '헌정질서 파괴자들은 헌법재판관들이다'라고 적힌 스티커도 시장 곳곳에 붙였다. 김 의원이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오후 2시 40분쯤 서문시장에 도착하자 지지자 1천여명은 격렬히 환호했다. 김 의원 유세 현장에는 조원진 국희의원과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인 서석구 변호사, 인터넷매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이 참석했다. 

   
▲ 서문시장 손님이 차를 막은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과 시비가 붙었다(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집회 신고조차 않은 상태에서 김 의원 지지자들이 몰리자 서문시장은 금방 아수라장이 됐다. 지지자들이 시장 길목과 차로를 막고 점포와 노점상까지 침범하자 여기저기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 경비도 없는 상태에서 몇몇 군복 입은 중년 남성들이 질서를 지켜달라고 호소했지만 현장은 뒤죽박죽이 됐다. 한창 장사 중이던 상인들, 쇼핑 중이던 손님들이 서로 비켜달라고 아우성 쳤다.

   
▲ 태극기 인파로 잠시 오토바이 운전을 멈춘 배달원(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지구 가방가게 상인 김모씨는 "솔직히 안반갑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선거만 한다카면 시장에 와서 난리 굿이라. 자유한국당이든 민주당이든 한 번만 더 오면 패대기친다. 우리는 여서 장사를 해야하는데 사람 많을 때 우르르 몰려와서 길 막고 차도 못 들어오게 막고. 지들이야 여기서 자랑하고 가면 그만이지 우리는 뭐야. 여기가 정치인들 놀이터도 아니고"라고 비판했다.

물건 배달을 가던 오토바이는 태극기부대에 휩싸여 운전을 멈췄고 시장에서 빠져나오던 차량도 인파에 뒤덮였다. 오히려 김 의원 지지자들은 차량 운전자에게 집회를 방해한다며 욕설을 뱉기도 했다. 머리 위에 쟁반을 이고 음식배달을 가던 중년 여성도 태극기봉에 맞을까 구석에 붙어섰다. 피해는 이뿐만 아니다. 김 의원이 애국가를 부르자 지지자 1천여명도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확성기를 타고 소음은 서문시장 전체에 퍼졌다. '의원님 사랑합니다' 구호도 같이 시장 곳곳에 메아리쳤다.

   
▲ 김 의원 지지자들로 장사를 방해 받은 한 상인이 항의 중이다(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의원이 김영오 서문시장상인회장과 대화하는 사이 결국 상인들의 화가 폭발했다. 한 40대 서문시장 상인은 "아니 의원님 언제까지 집회할 거에요. 차 언제 뺄 거에요. 해도 해도 참 너무해요. 나도 지지하는데 이건 아니잖아요. 우리 여기 차 들어와야 하는데 의원님 저거 집회 때문에 오도 못하고 있어요. 빨리 좀 어떻게 하세요.(끌어내자) 이거 손 놔요. 잡아 끌지 마세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멋쩍은 김 의원이 다시 지지자들 앞에 서서 "물건을 많이 팔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시장 상인들 반응은 냉랭했다.

   
▲ 시장 분식가게에도 확성기 소음이 울려 퍼졌다(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대선주자들이 항상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야외무대 앞 노점상(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서문시장은 보수의 민심바로미터 역할 중이다. 서문시장 표를 얻으면 보수정당 대권후보로 뽑힐 것이라는 기대 탓인지 올해들어 한국당뿐 아니라 여야 후보 모두 8명(김관용, 김진태, 남경필, 안철수, 유승민, 이재오, 조경태, 홍준표)이 서문시장을 다녀갔다. 앞서 18일에는 홍준표 후보가 지지자 2만여명과 세 과시를 했다. 이미 홍준표 의원과 김진태 의원이 서문시장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고 이에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합세했다. 서문시장를 향한 구애는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서문시장 바라기가 상인들은 반갑지만은 않다. 지난해 화재가 발생했던 4지구에서 옷을 파는 한 40대 여성 노점상은 "우리는 여기가 터전인데 정치인들은 계속 온다. 시장이 자기들 것도 아이고. 안왔으면 좋겠다. 표 맡겨놨나. 뭐 잘했다고 와서 찍어달래. 시장 오면 버선발로 뛰어갈 줄 알았나. 여기 온다고 표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제 고마오이소. 진심도 안느껴집니다"라고 호통을 쳤다.

   
▲ 서문시장서 태극기, 성조기, 새마을기를 든 김 의원 지지자 1천여명(2017.3.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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