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분뇨 청소하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사업주 처벌 강화"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6.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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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노동청, 보호구 미착용 등 18가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검찰 송치 예정 / 시민사회 "구속 수사"


이주노동자들이 축사에서 청소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사업주의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달 12일 경북 군위군 우보면의 한 축사에서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 2명이 돼지 분뇨가 든 정화조를 청소하다 숨진 사건에 대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보호구 미착용 ▷유독가스 측정 생략 ▷작업자에게 유해성 미고지 등 18가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직후 이들이 숨진 현장에서 기준치의 2.5배가 넘는 황산수소가 검출되면서 경찰은 사망 원인을 황산수소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하고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당시 동료들의 증언에 의하면, 해당 작업은 기계를 사용해야 함에도 사업주는 안전 장비 없이 구릉(25)씨와 초다리(24)씨를 정화조 안으로 들어가게 해 직접 분뇨를 퍼내도록 지시했다. 기계가 고장났다는 이유에서다.

이주노동자들을 숨지게 한 군위 축사 사업주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17.6.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주노동자들을 숨지게 한 군위 축사 사업주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17.6.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 결과를 종합해 사업주 A씨를 산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의무사항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게 되면 7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지역 노동·인권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5일 오전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에 대한 구속 수사와 처벌 강화 ▷고용허가제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업주의 법 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대부분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권한이 사업주에 귀속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지시대로 안전 장비없이 정화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고용허가제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인권센터 소장은 "20대 청년들이 타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지만 지금도 해당 사업장의 영업은 계속되고 있다"며 "매번 계속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처벌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병진 대구고용노동청 산재예방과장은 "직·간접적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지만 처벌 문제는 검찰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보통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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