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기념관' 의지 없는 대구시 대신 시민·노동계가 추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1.0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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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예산도 계획도 없다" /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건립추진위 꾸려 모금으로 남산동 생가 매입 검토


'대구 전태일 기념관' 건립에 대해 대구시가 의지를 보이지 않자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추진에 나섰다.

2일 대구참여연대, 대구민중과함께는 대구YMCA100주년기념회관에서 '대구 전태일 기념관 건립,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관련 인사들은 고(故) 전태일 열사의 고향인 대구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대구시가 나서지 않자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직접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시기, 주체, 운영 방식 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 있는 방안들을 거론하며 앞으로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역 시민사회, 노동계가 주최한 '대구 전태일 기념관 건립' 토론회(2017.11.2.대구YMCA100주년기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역 시민사회, 노동계가 주최한 '대구 전태일 기념관 건립' 토론회(2017.11.2.대구YMCA100주년기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왼쪽부터) 정현태 민주노총대구본부 사무처장, 김채원 대구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이태광 대구노동역사자료실 대표
(왼쪽부터) 정현태 민주노총대구본부 사무처장, 김채원 대구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이태광 대구노동역사자료실 대표

김채원 대구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은 "전태일 열사가 이 시대 노동자들에게 끼친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그를 추념하는 공간을 고향인 대구에 조성해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며 "이미 정치권에서도 기념관 건립을 제안한 적이 있긴 하지만 관(官)이 주도할 경우 여러 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건립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태 민주노총대구본부 사무처장은 "그 동안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념해 온 노동·시민사회가 기념관 건립에 나서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도 "전태일 기념관을 대구에 건립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대구시 주장대로 '노사평화의전당' 안에 짓거나 다른 형태로 설립하는 것은 그의 저항·희생정신과 맞지 않다"며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주도할 것을 제안했다. 이태광 대구노동역사자료실 대표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건립 주체가 될 경우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열사의 정신이 희석될 수 있다"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때문에 이들 단체는 앞으로 '전태일 기념관 건립 대구 시민추진위원회(가칭)'를 꾸리고 본격 건립 채비에 나선다. 참여 단체는 논의를 통해 확정할 방침이다. 예정 부지는 전태일 열사가 6.25 전쟁 피난에서 돌아온 15세 때부터 서울로 떠나기 전까지 3년간 살았던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건립추진위 구성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시민모금을 통해 부지를 매입하고 생가 집터를 그대로 본 뜬 기념관을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다. 매입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대구 전태일 기념관 이슈는 여권에서 불을 지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특별위원회(위원장 홍의락) 간담회에서 지역 의원들은 기념관 건립을 제안했고 TK특위는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이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근 지원을 언급한 바 있다. 홍의락 위원장은 2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대구시가 추진하면 예산 지원을 적극 돕겠다"고 다시 한 번 같은 입장을 밝혔다.

중구 남산동 전태일 열사 생가터에 설치된 '전태일공원' 표지목(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중구 남산동 전태일 열사 생가터에 설치된 '전태일공원' 표지목(2015.1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말만 무성하고 정작 당사자인 대구시는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대구시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고용노동-문화예술 부서간 업무 불명확 ▷대구 노사평화의전당 건립과 유사 중복 ▷예산 미확보 등을 이유로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도석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노사상생팀장은 "예산도 계획도 담당부서도 없다"며 "내부 검토나 정부와 논의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민관이 공동으로 '전태일 노동복합시설'을 짓는 서울시와는 너무 다른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유가족인 전순옥 민주당 전 의원,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 최종진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서울건립추진위는 서울시  종로구 관수동 일대 6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한편, 대구참여연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전국여성노조대구경북지부, 대구노동사목 등 4개 단체는 오는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47주기를 맞아 오는 16~24일까지 '대구시민노동문화제'를 연다. 16일 저녁 7시 2.28기념공원에서 문화제, 18~19일 오오극장에서 영화제, 20~24일 도심 일대에서 '지금-여기-전태일 라운드테이블(원탁회의)'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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