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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잃고 떠돈지 1년, 재기 꿈꾸는 마흔 아저씨의 소망
당뇨로 오른발·직장 잃고 빚더미, 대구역·경대병원 등에서 노숙 생활...푸드트럭 사장님 되는 날까지
2017년 12월 25일 (월) 11:50:53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불혹의 나이에 건강과 직장, 모든 것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던 송경훈(41.가명)씨. 자신의 이름을 내건 푸드트럭을 꿈꾸며 다시 일어섰다.

지난 22일 저녁 대구시 중구 서성로에 위치한 쪽방거주인 지원기관 '행복나눔의 집' 1층 카페. 목발을 짚은 한 40대 남성이 서툰 손길로 커피를 만들었다. 당뇨 합병증으로 오른발과 직장을 잃고 빚더미에 올랐던 그에게 2017년은 몸도 마음도 다친 한해였다. 떠돌이 생활을 뒤로한 채 이곳에 들어온지 5개월째, 송씨에게는 언젠가 푸드트럭을 몰고 싶다는 자그마한 꿈이 생겼다.

그는 1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오른발 일부를 잘라냈다. 처음에는 새끼 발가락 하나였지만 감염부위가 커져 두 차례 수술을 더 받아야 했다. 1년간 세 차례 수술 끝에 결국 발등 전체를 잃게 됐다. 오랜 병원생활로 직장을 잃었고,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은 하나, 둘 그의 곁을 떠났다. 가정과 직장도 있는 친구들과 달리 모든 것을 잃은 그는 꿈도, 희망도 버린 채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 서툰 솜씨로 커피를 내리는 송경훈(41.가명)씨(2017.12.22.중구 서성로)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송씨는 "나이 마흔에 뚜렷한 계획도, 모은 돈도 없이 술만 마시고 살았던 과거가 부끄러웠다. 일하면서 오래 서있으니 당연히 발이 아픈줄 알았지 당뇨인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대구역 지하차도, 경북대병원 응급실. 곳곳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뒤늦게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삶에 대한 의욕이 없어지자 빌딩 옥상에도 두 차례 올라가기도 했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러다 지난 6월 다리 통증과 배고픔을 견디기 힘들어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대구역 뒤편 노숙인 쉼터를 소개해줬고 그 곳에서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북성동의 월세 15만원의 쪽방에 자리잡았다.

이후 8월부터는 현재 살고 있는 곳으로 옮겨와 본격적인 새 삶을 꿈꿨다. 노숙생활 동안 악화됐던 다리는 주민센터 긴급의료지원을 통해 곽병원과 대구의료원에서 무료로 치료받았고 의족도 달게 됐다. 현재는 일주일에 이틀은 병원에 다니고, 하루는 목재 가공을 배우고 있다.

시간이 날 때면 1층 카페에서 일을 돕기도 한다. 송씨는 이 곳 직원들이 무척 고맙다. 그가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나서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며 "그런데 '밥 먹었어요?', '담배 한 대 필까요?'라는 사소한 한마디에 조금씩 마음이 열렸다"며 "난 정말 운이 좋았다. 받았던만큼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다"고 했다.

   
▲ 행복나눔의 집 직원들과 함께 요리하는 송씨 / 사진 제공. 행복나눔의 집
   
▲ 송씨가 만든 음식을 함께 먹고 있는 행복나눔의집 직원들 / 사진 제공. 행복나눔의 집

최근에는 꿈이 생겼다. 프랜차이즈 식당 주방에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일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그만의 레시피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곤 한다. 또 스테이크, 잡채밥, 샌드위치 등 매달 수급비 일부를 쪼개 쉼터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 언젠가는 번듯한 직장을 구해 떳떳한 사회인이 되고 싶다.

그는 "막다른 골목이라고 느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누구나 갑작스럽게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지만 누구 하나 되고 싶어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며 "그것을 1년간 홀로 끙끙 앓으면서 깨달았다. 돈에 대한 큰 욕심도 없다. 새해에는 건강을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쑥스럽게 이야기한 뒤 그가 사는 곳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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