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내쫓고 문 따고 들어오고...경북대 '원룸 갑질' 공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9.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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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모임 전수조사 "막말·강제퇴거·무단침입·보증금 빼먹기, 주거권 위해 기숙사 확충" 불매 운동 예고


#1. "마스터키로 방문 열고 무단침입해 항의하니까 일일이 연락해야겠냐고 따졌어요"
#2. "가스 교체한다고 배관 끊고 한 겨울 찬물 샤워를 젊은 패기로 이겨내래요"
#3. "문제 없던 에어컨이 망가졌다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어요"
#4.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협의 없이 방을 내놓고선 결국에는 내쫓았어요"
#5. "친구 데려오면 CCTV로 지켜보다 '나중에 취업 못한다'고 비아냥댔어요"


경북대학교 '원룸 갑질' 사례가 공개됐다. 막말, 강제퇴거, 무단침입, 보증금 빼먹기 등 대학가 원룸에 사는 학생들의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대학가 인근 원룸 임대업자들이 경북대 기숙사 신축에 반대한 뒤 대학 본부가 수용 인원을 감축하자 학생들이 이에 항의해 원룸 갑질 조사까지 나선 것이다.

경북대 신축 기숙사가 들어설 동문 근처 원룸촌(2018.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신축 기숙사가 들어설 동문 근처 원룸촌(2018.9.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6일 경북대 학생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경북대학교 기숙사원안추진본부'는 자신들 페이스북 페이지에 '원룸 갑질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일주일간 구글 독스(Google Docs)를 통해 재학생,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30여명이 피해 사례를 제보했고 이 중 20개 사례를 공개했다.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제보자, 원룸 실명은 비공개했다. 다만 향후 사례 제보와 관련해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원룸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고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갑질 피해 중 가장 많이 접수된 내용은 집 주인들의 '무단침입'이었다. A학생은 "밤 늦게 귀가했더니 나갔을 때와 물건 배치가 달랐다"며 "다음 날 원룸 주인에게 물었더니 들어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왜 미리 연락을 주지 않았냐고 했더니 공부하느라 바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B학생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제보자는 "여자 혼자 사는 집인데 낮잠을 자는 도중에 세입자와 연락이 안된다면서 원룸 주인이 무단침임했다"면서 "집 주인이 마스터키까지 소유해 불안했다"고 했다.

"내 원룸이니까 리모델링 좀 할게" 사례 20번 자료 사진 / 경북대학교 기숙사원안추진본부'
"내 원룸이니까 리모델링 좀 할게" 사례 20번 자료 사진 / 경북대학교 기숙사원안추진본부'

그 다음으로는 학생들을 향한 막말 사례가 많았다. C학생은 "남자친구와 함께 (방)있다 나온 날에는 '여자가 함부로 몸을 굴려선 안된다' 혹은 '다 큰 처녀가 그러면 안된다'는 말을 했다"며 "CCTV를 통해 언제든 들여다보고 사사건건 누가 오고 가는지 참견했다"고 제보했다.

이 밖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리모델링 공사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계약과 달리 장판·침대·에어컨 등 소모품 비용을 청구하고, 수도세를 받지 못했다며 내쫓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추진본부는 "대학 본부가 상생이라는 빚 좋은 개살구를 따먹는 동안 학생들은 원룸 업자들에게 갑질 피해를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며 "학생 주거권을 보장하고 지지해야 할 대학은 원룸 업자들 주장만 받아들여 신축 기숙사 인원을 감축함은 물론 기존 기숙사 인원도 감축하려 해 학생들은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원룸촌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추진본부 한 관계자는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대학은 신축 기숙사 1,209명 원안 추진은 물론 차후 원룸 거주 학생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기숙사를 확충하라"고 요구했다. 또 "원룸 업자 권리는 챙기면서 학생 권리는 외면하는 김상동 총장을 규탄하고, 자기 지역구 원룸촌 학생들 권리가 짓밟혀도 표밭 관리만 하는 정태옥 국회의원(대구 북구갑.무소속)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북대는 지난해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동문 근처 교내 과수원 부지에 1,209명을 수용할 지하 1층~지상 14층짜리 신축 기숙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임대 사업자들 반대로 신축 100여명, 기존 200명 등 수용 인원 300여명을 감축키로 했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조만간 청와대 국민청원을 넣고 여야 4당 대구시당과 교육부 등을 항의 방문할 방침이다.

경북대 '원룸 갑질' 전수 조사에서 발표한 피해 사례들 / 자료.경북대학교 기숙사원안추진본부
경북대 '원룸 갑질' 전수 조사에서 발표한 피해 사례들 / 자료.경북대학교 기숙사원안추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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