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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아파트,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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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의 부동산 돋보기 31>
...“지상 150m 상공에 산다면 아찔하지 않을까?”
"주거지역은 상업지역과 반대의 성격...후손들이 고민할 초고층 콘크리트 덩어리"


부동산 업계에서 많이 회자되는 한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논밭을 자식에게 물려주실때 맏아들에게는 가계를 책임지고 제사도 모시고 했다. 또, 어떠한 상황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문전옥답을 주었다. 하지만, 막내에게는 그래도 책임이 덜하니 자갈밭을 주었다.
그런데, 문전옥답은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불가능하여 토지가격이 올라가지 않았고, 자갈밭은 농업진흥지역 밖이라 주택, 공장들이 들어와서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주택지로써 구획정리된 최고의 주택지역이던 곳은 최고고도지역(9.9m 3층) 등으로 묶여 오히려 지가가 내리고, 불량주택지는 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재건축 가능 때문에 평당600~700만원을 한다니 참 세상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에 부동산도 포함되는 것 같다.

거기다 요사이는 주차장 정비구역 때문에 건축이 힘들든 상업지역에 주상복합이 건립되어 매매가 불가능하던 토지가 고가로 매매되고 있다고 해 사회적 관심이 쏠린다.

대구지역의 주상복합아파트의 역사로 보면, 재래시장 위의 옥상 주택에서 출발하다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은 향촌동과 태평로의 도심에서 였다. 향촌동의 대보백화점 위의 아파트나 대구역 옆의 라이프 상가위의 아파트들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는 상업시설이 위주로 상가위의 주거공간은 상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거주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였으며, 어쩌면 상업시설의 여유 공간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주택의 재건축과 더불어 상업지역에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무분별하게 지어지면서 문제점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가 상업적인 것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사업시행자들이 상가분양을 처음부터 포기한 채 분양면적의 90%를 차지하는 주거공간의 분양을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입지를 분석하면서 주거, 상업, 공업지역 등 각각이 구분되어 나타나는데, 주거지역의 입지 중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휴식)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한 일조권, 온도, 습도, 풍향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시하는 것이 소음, 진동 정도와 대기오염이 없어 인간의 건강과 거주의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지적한 주거지역에 필요한 것들이 주상복합아파트에서는 만족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주택업체들이 이익을 위해 용적율 500~600%, 많게는 700~800%이상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을 택하기 때문이다.

상업지역이란 어떤 것인가?
상업지역은 상업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교통량이 많이 발생하는 도심에 있기 마련이며, 상업지역은 결국 고객들이 쇼핑 등을 위해 모이는 곳으로 주거지역과 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이상하게도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이 대구도심권 및 부심권에 일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지하공사 중이어서 향후 불편함이나 피해정도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대동대서로나 동대구로 변에 들어서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완공된 후 대구의 하늘(스카이라인)은 불쑥 솟은 주상복합 아파트에 가려지고 50층 아파트 최고층인 지상 150m 상공에 우리의 누군가가 거주한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주상복합아파트가 분양시에 붙었던 프리미엄이 골조가 완공될때는 원가이하로까지 매매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상복합 건립을 원하고 정당화 하는 쪽에 논리도 있을 것이다 . 그들은 주택공급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토지의 이용을 극대화해 초고층 아파트로 지어 주택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다.
이런 논리는 주택회사(시행사)의 이윤극대화나 편입부지를 고가로 보상받는 사람들의 일방적 주장으로 평가절하하고 싶다. 결국 몇몇 시행사와 지주들의 이익을 위한 논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주요 도시의 추세는 저밀도 주거에 녹지공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의 첨단과학도시 소피아 앙띠폴리스(그린녹지 공간 65% 확보), 일본의 스꾸바, 영국의 밀턴킨즈(6층이상 건물을 볼수가 없다) 등 모두가 저밀도 저층화된 주거지역으로 계획하고 있다.

한때 우리 대구도 전국에 자랑하는 주거전용지역이 남구 대명동, 수성구 범어동, 만촌동, 상동, 중동, 황금동에 있어 건폐율 50%, 용적율 80%를 계속 유지해 왔지만,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9.9m 높이 제한으로 양보하고 그 지역민은 그것을 수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수많은 나무를 심어 푸른 대구를 만들고 있는데, 이런 큰 뜻을 저버리고 건축법만을 최고로 이용하는 몇몇 주택업자들에 의해 주상복합 고층아파트를 무조건 허가해주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겠는가?

누구를 위한 주택정책이며 왜 꼭 그렇게 지어야만 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때다.
몇십년 후 50~60층 되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물려받아 고민할 달구벌의 후손들을 생각해보고 오늘만 살아갈 우리의 대구가 아님 또한 이쯤에서 깊이 느껴보아야 할 것이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 1959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정용씨는, 지역에서 20년째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며 현재 [(주)정용부동산] 대표와 [(주)정용부동산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또, [흥사단]과 [대구.경북 부동산분석학회] 회원이며 [영남지역발전연구소] 연구원을 맡고 있으며 영남대학교와 대구과학대학에서 부동산학과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평론가로서 <평화뉴스-정용의 부동산 돋보기>와 <매일신문-아름다운 집>에 매주 글을 싣고, TBC 프로그램 '6백만의 경제학'에서 부동산 분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2월 19일 <평화뉴스> 메일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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