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평화뉴스의 첫돌을 맞았다.
처음 만든다고 뜻을 보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을 맞았다. 팍팍한 재정으로, 확실한 투자처도 없이 어떻게 지역에서 인터넷 대안신문을 만들 수 있겠냐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제고해보라고 했는데, 결국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 창간했었다. 이후 평화뉴스는 1년의 다사다난한 한 해를 지역민의 눈과 귀를 대변하면서 고비고비를 넘겨왔다.
후원도 하질 못하고 그렇다고 변변한 글을 기고할 능력도 없었던 필자는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으로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간 1년의 성장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버텨온 뜻과 노력이 기특하다. 함께 해준 분들이 고맙다.
서민의 삶을 꾸미지 않는 언어로 담담하게 기술해내는 공선옥씨의 한 소설후기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인생은 이렇게 걷는 거야, 두려워할 것없어. 걷다보면 당도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지. 우리같이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오직 걷는 것. 누구의 힘도 질릴 것없이 오로지 내 튼튼한 두발로 내 앞에 떨어진 인생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것. 거기서 힘이 나는거라고 그 흔한 탈 것 한 번을 안타고 말 그대로 누구의 도움하나도 구하지 않고 의연하게. 당당하게. ”
평화뉴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걷다 보면 아마도 혼자 외롭게 걸아야 할 때도 있지만, 우연히 둘이 걸을 때때도 있고, 어쩌다보면 셋이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공것바라지 않고 일한만큼 받는다고 생각하고 뚜벅뚜벅 걷다보면 착한사람도 만나고 짐도 나눠들 사람도 생길 것이다.
아직 평화뉴스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기사의 많은 부분이 칼럼과 기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그 한 부분이다. 매일매일 터져나오는 전환기의 복잡한 문제속에서 우리가 서있는 위치를 비판적으로 확인하고 전망을 열어보려는 다양한 글을 읽을 기회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인터넷 신문이기 때문에, 의견에 치중하기 보다는 사실에 근거한 내실있는 보도의 비중을 어렵더라도 높여야 한다.
현재 평화뉴스에 의견을 내놓은 층이 두텁지 못하다. 이제 고작 일년이다. 일년이라고 위로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뛰길 바란다. 발로 뛰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이 사회에 퍼져있는 차이의 긴장을 파악하고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낙관보다는 비관이 확신보다는 회의가 참여보다는 냉소가 확산되어있는 전환기에 우리가 서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또한 지역민심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하되, 지역곳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재밌게” 또 “알고 싶도록” 발굴해 보도하길 바란다. 동네의 자잘한 지역사, 학교, 도서관, 공원, 도로, 공연 등에 대한 “생활”에 대한 글들과 지역 시정과 지역의회의 활동, 지역의원의 얘기 등의 “생활정치”에 대한 기사도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통일” “민주”등의 큰 이야기를 월급을 쪼개서 안타까운 이웃을 돕는 지역사람들의 얘기로, 가족회의를 하면서 가족내의 민주주의를 실천해보고자 노력하는 한 가족의 얘기로, 또 남에 있는 남편이 북에 있는 아내를 그리며 죽기전에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하는 얘기 등의 작은 사람냄새나는 따스한 얘기로 여기저기서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발디디고 있는 이 땅의 귀함을 알려면 그만치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잘 알려야 할 것이다.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를 잘 연결하는 신문으로, 지역삶터의 형편과 이웃을 잘 읽어내는 신문으로, 재밌고 신나는 “열린 공동체”를 일궈내는 신문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너무 큰이야기만을 해 공허하지 않으면서, 작은 이야기속에서도 또한 전망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언론의 지렛대를 잘 유지해가면서 말이다.
김재경(평화뉴스 칼럼니스트. 방송인. 사회학 박사)
* 지난 1960년 서울에 태어난 김재경 박사는, 2001년부터 대구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재경의 여론현장'을 매일 아침 진행하고 있으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김재경의 세상보기'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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