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경파 장단에 춤추는 냉전세력”

평화뉴스
  • 입력 2005.03.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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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는 미국발, 북핵문제 본질을 제대로 보자”


설연휴 마지막날, 모처럼 찾은 고향에서 또는 귀향후 집에서 긴장이 한껏 풀어진 상태에서 속보를 통해 들려온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6자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은 대다수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필자 역시 모처럼의 휴가를 한껏 즐기러 다소 먼 곳으로 여행을 가던 중, 라디오를 통해 이 소식을 처음 접했다.
다수의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북의 다소 느닷없는 강경입장 발표에 놀라움과 함께 깊은 우려를 갖게 되는 것은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떤 의도에서 북은 핵무기 보유선언과 6자회담 무기한 중단선언을 했을까?
부시 미대통령이 취임연설과 연두교서에서 북에 대해 그나마 자극적인 언사를 나름대로 자제(?)했었고 이로 인해 북의 6자회담 참여가 점쳐지던 터라 의아심이 더해갔다. 그러나 실제 북핵문제의 본질과 지금까지의 전개과정, 그리고 북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북의 입장에서 이번 발표는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북핵문제는 미국발”

북핵문제는 과연 북의 핵개발로 시작된 것인가?
우리는 우선 이 전제조건부터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는 흔히 ‘북핵문제’, ‘북핵위협’이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이러한 표현이 정당하려면 북을 둘러싼 주변환경의 변화나 주변국의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이 침략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이를 갖고 주변국을 위협해야 한다.

그러나 기실 ‘북핵문제’는 북한의 핵개발로부터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미국의 갑작스런 ‘북의 핵개발 의혹 제기’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북한발’이라기 보다는 ‘미국발’의 성격이 짙다. 다소 장황하지만 찬찬히 북핵문제의 전개과정을 되집어 보자

북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1994년에 이어 2002년 10월 부시정부의 캘리특사 방북이후 불거졌다.
당시 미국은 북에게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북이 농축우라늄을 통해 핵개발을 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어 대북중유제공중단과 이에 대해 북은 NPT탈퇴와 사찰요원의 추방, 미사일 발사 재개 등으로 맞섰다.

그리고 지난 2년간 2003년 8월 27일~29일 개최된 1차에서부터 2004년 6월 23일 ~26일 개최된 3차 회담까지 3차례의 6자회담이 열렸다. 이 3차례의 회담기간중 북은 핵포기와 사찰은 받아들일테니 미국에게 안전보장과 국교정상화, 그리고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ꡑ 원칙만 강조하며 사실상 북한의 무조건적인 백기투항을 강요했다.

북은 핵폐기와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동시행동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북이 핵을 폐기하면 안전보장을 해 준다는 아닌 논의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 왔었다.

"동시행동만이 유일한 해결책"

미국은 3차례의 6자회담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핵개발의혹을 빌미로 각종 압박조치를 취해왔다. 이지스함과 스탤스기, 선제공격무기이자 소형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새로운 미사일(벙커버스터)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은 물론 지난해 9월에는 북의 체제전복 의혹을 받고 잇는 북한인권법안도 통과시켰다.

북에 대해 작전계획 5027을 비롯한 핵무기 사용을 불가한 선제공격계획을 갖고 있는 미국이 핵개발의혹을 핑계로 각종 압박을 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군사적 조치까지 사용하여 체제붕괴를 노리고 있다고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북한이 안전보장에 대한 확신 없이 무장해제를 선택하리라고 보는 것은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지난 60여년동안 미국과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북으로서는 미국이 결국에는 북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소 무리한 비교일 수도 있겠으나 이야기를 단순화하기 위해 이런 예를 들어보자.

"어느 마을에 매우 가난한 집이 있었다.
이 집은 그동안 집주변 자기밭을 경작하여 그럭저럭 살아왔으나 몇해동안 가뭄과 비로 그마저 수확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이집의 가장이 이제는 밭의 수확물을 마을의 이웃집에 파는 등 다른일도 해보자는 판단이 서 자기밭을 넘어서려 했다. 그런데 이 마을의 부자집 가장이 총을 들고 와 밭경계를 봉쇄하고 당신이 밭경계를 넘어서 다른 집과 사귀고 거래하려면 자기 요구사항 - 집의 구조를 바꾸라, 밭에 심는 작물의 종류를 바꾸라 - 을 들으라고 했다.

그래서 가난한 집 가장이 그것은 자기의 권리에 해당하는 문제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우선 총을 내려놓고 내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계속 총을 들고 요구사항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총을 쏠 기세마저 보였다. 그래서 가난한 집의 가장은 칼을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요구했다. 안전보장을 해주면 칼을 내려놓을테니 총을 놓고 안전보장을 해주시오. 그러나 부자집의 가장은 칼을 먼저 내려놓으면 총을 내려놓는 것과 안전보장, 그리고 밭경계를 벗어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자 가난한 집의 가장이 칼을 먼저 놓을 수 있겠는가? 최소한 칼과 총을 동시에 내려 놓아야 할 것이다. 즉 다시 말해 북의 핵폐기와 더불어 미국의 북에 대한 체제보장이 이루어져야 소위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6자회담에서 여러번 이러한 카드를 내어놓았다. 그런데 미국은 안전보장과 관련해 명확한 카드를 내어놓지 않고 있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바로 이렇게 북한의 생존권적 요구와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정책사이의 갈등인 것이다.

"미국은 카드를 내놔야“

북은 앞으로의 4년이 지난 4년과 동일할 수 없다며 부시정부가 우리와 공존할 생각이 없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 북의 입장에서는 이번에는 북미간의 현 상태에 대해 끝장을 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정책전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와 협상에 기대를 걸지 않고 독자적인 길(핵무기 보유국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의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공존의 길로 가겠다는 정책전환이 있으면 6자회담에 나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한반도비핵화의 길을 가겠다는 이야기도 된다. 북은 이번 성명을 통해 자신이 말로 할 이야기는 다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북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해 압박을 통해서라도 북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중국에게 북을 잘 설득해 6자회담에 나오도록 해달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북의 입장변화만 있으면 이른바 ‘북핵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가?
북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만 하면 북미간에 생존권과 일방주의적 패권을 둘러싼 ‘북핵’갈등을 봉합될 수 있는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당분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모양새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은 핵폐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 6자회담의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다. 북에 대한 설득 못지 않게 6자회담 참가국 특히 중국과 한국은 미국에 대한 설득을 병행해야 한다. 북한에만 양보하라고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내놓을 걸 내놓도록 요구해야 북핵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강경파의 장단에 춤추는 냉전세력”

미국에서는 북의 6자회담 불참을 명분삼아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일사이의 국방,외교회담을 통해서 북에 대한 압박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네오콘과 강경 보수파들은 핵무기의 양에 대해 12개니 15개니 하면서 군사적 조치의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북의 위협을 빌미로 과학적으로 문제가 드러나 MD추진의 동력을 얻거나 군비확장과 군사적 일방주의 정책의 정당성의 빌미로 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남북경협마저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에 춤을 추며 장단을 맞추는 우리내의 일부세력이다.
예의 한미공조를 들먹이며 왜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동조하지 않느냐고 현정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조갑제를 비롯한 극우 언론인들과 한나라당이 일부 정치인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각종 지원이 핵무기로 돌아왔다며 마치 대북화해협력정책이 북이 핵을 개발하게된 원인을 제공한 것인냥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대로 생각해도 이들은 지금 큰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한미동맹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한반도 남쪽의 군사행동의 결정권이 여전히 미국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단순히 한미간의 교역 즉 경제적 중요성만 아니라 안보의 중요성이 미국과의 관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북이 핵을 가지게 된 근본 원인이 미국의 대북정책의 실패에 있는 것이지 한국의 대북정책의 실패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대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면 이들은 북이 핵을 가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에 대해 미국에게 따져야 할 것이다.

이들은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정책 실패로 인해 북이 핵무기를 가지게 되었고 한반도의 위기가 조성되어 우리민족의 생존이 절박해진데 대해 미국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되려 정략적 판단에 따라 과거의 냉전분단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현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화해협력정책 탓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과 일본조차도 바로 대북제제와 강경책을 쓰기에 껄끄러워 하고 있고 중국이 대북압박과 경제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강경파의 목소리에만 장단을 맞추는 이들은 자신들의 대북강경책과 봉쇄와 제재가 가져 올 민족생존의 파국적 운명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가는 과거의 유물에 불과한 것이다.

“남북 신뢰 회복, 든든한 남북 공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생각은 확연히 달랐다.
지난 17일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정기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최근 북한 핵사 태와 관련해 국내안보가 ꡒ불안하지 않다ꡓ는 반응이 모두 58.9% 로, ꡒ불안하다ꡓ는 의견 40.2%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KSOI 관계자는 이처럼 안보불안감이 낮게 조사된 것은 국민들 이 이제는 북한을 ꡐ안보를 위협하는 주적ꡑ이 아니라 ꡐ평화통일의 동반자ꡑ로 인식하게 된 햇볕정책의 효과로 분석된다ꡓ고 밝혔다.

국민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에도 불구하고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경제활동을 비롯한 일상활동을 하며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10년전 1차 북핵위기때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극심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 것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이다.

과연 대북화해협력정책의 꾸준한 추진과 남북정상회담, 6․15공동선언이 없었다면 북핵보유선언에 이토록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대북지원과 남북경협 등 화해협력정책은 북이 핵을 가지게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로 인한 한반도 긴장고조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스펀지의 역할을 하고 잇는 것이다.

즉, 북미간의 충돌이 직접적으로 치닫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북핵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ꡐ북한 설득론ꡑ이 68.8%로, ꡐ대북 압박론ꡑ 30.7%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또한 구체적 대외정책 방안과 관련해서도 ꡒ대북 특사와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ꡓ는 의견이 74.7 %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ꡒ경협동결, 경제제재 등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ꡓ는 의견은 22.8%에 그쳤다고 한다.

북핵문제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핵위기가 평화롭게 해결되어야 남북관계의 발전도 평화통일도 이루어 질 수 있다.

핵위기의 해결을 위해서는 남과 북의 든든한 공조가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교류와 협력은 중단될 것이 아니라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비료지원등 인도적 지원은 물론이요 이제 막 시작된 개성공단 사업등 남북경협이 보다 추진력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해방 60주년을 맞이해 구성된 615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 준비위의 사업이 본격화되어 민간간의 교류도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통해 남북 당국의 신뢰가 회복되어 우리민족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
민족의 생존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두현 사무처장은, [내일신문] 기자를 거쳐 [반부패국민연대 대구본부] 사무국장과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으며, 이 꿈을 함께 이뤄갈 짝(?)을 찾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2월 23일 <평화뉴스> 메인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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