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영하의 날씨로 굉장히 춥다. 코끝이 알싸하다.
“안녕하세요” 하면서 연대단체 활동가들이 캠페인이 있는 광장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오늘은 성매매 없는 사회만들기 대구시민연대와 대구지하철 노조가 함께 캠페인을 하는 날이다.
또 성매매 없는 대구만들기의 기업선언으로 「성매매 없는 사회 지하철 노조와 함께 만들어요」라는 현판식도 했다.(2.21.사진)
아크릴로 예쁘게 만들어진 현판을 지하철공사 정문앞에 달고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그 인근에서 캠페인도 했다.
오늘 기업과 함께 성매매 없는 사회만들기 캠페인을 하면서 길거리에 오가는 시민을 대상으로 선전물도 나누어주고 성매매안하기 서명도 받았다. 늘 이런 캠페인은 여성사안으로 분류되어 여성들이 대다수인데 오늘은 기업체 남성들과 함께 하니 한결 듣든한 느낌이 든다. 우리의 느낌과는 달리 기업체에서온 남자분들은 왠지 굉장히 쑥스러워 하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기업들이 앞다퉈 성매매없는 사회만들기에 자신의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고 광고할 때가 올까.
많은 광고료를 들여서 기업 광고를 하면서 이런 공익적인 일에도 함께하면 기업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일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얼마 전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기업들이 작년 한해 ‘룸살롱 등 향락업소 접대’ 항목으로 지출한 법인카드 금액이 1조 6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렇듯 우리의 기업접대 문화는 성산업과 밀접한 관계에 있고 이는 우리사회의 부정과 부패비리의 온상이 되기 쉽다.
우리사회의 성문화는 이중적 구조를 정착시켜왔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10대 소녀나 주부의 원조교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경종을 울리는 반면에 아버지와 남편의 오래된 외도문화와 성향락의 풍습은 사회적으로 묵인되는 분위기이다. 부모들도 딸자식의 귀가시간은 열심히 챙기는 반면, 아들 자식의 늦은 귀가나 외박은 방치한다.
이러한 사회적 성문화와 관련된 이중적 잦대는 가정생활의 성문화에도 파급되어 자녀의 결혼생활에 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사회적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되는 것을 나는 오늘도 현장에서 보고 있다.
한 여성의 경우를 보자.
이 여성은 20대후반의 신혼기에 있는 여성이다. 한창 부부생활이 알콩달콩 재미가 있어야 할 시기 인데도 남편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처음에는 부인이 남편에 대한 이런 저런 불만을 이야기 했으나 깊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는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남편과의 부부생활은 별 어려움이 없는지 알아보았다. 이 과정에서 부인의 호소는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남편이 곁에 올 경우 자기도 모르게 너무 싫다는 것이었다. 그 부인의 표현을 따르면 “ 뱀이 스르르 기어오는 섬득한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성과 관련한 그 섬득한 느낌의 원류를 함께 찾아보니 그것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성문화가 가정에 영향을주고 그 영향은 자녀의 결혼생활에 까지 영향을주어 또 다른 사회문제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이 여성은 10대 때에 아버지가 외도를 하였는데 “ 남자가 외도를 할 수도 있지” 하며 이를 당연시하는 아버지와 못마땅해하는 어머니가 늘 다투는 것을 보고 자랐다. 이 과정에서 남녀간의 성은 더럽고 추악한 것이며 아버지처럼 외도하는 남성과는 절대로 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내심으로 가지게 되었다. 결혼적령기가 되어 결혼은 하였지만 자연스런 부부생활을 할 수가 없었고 이는 부부갈등의 씨앗이 되어 그 가정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것이다.
남성의 경우도 왜곡된 성문화에 길들여진 사회적 피해자로서 안타깝다.
남성다움이 근육질과 공격성에 있는것으로 사회화되어 자기 감정표현과 의사소통에 미숙하여 먼저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결국 가정과 사회의 평화를 빼앗아간다.
나는 희망한다.
우리사회가 성매매를 넘어 차별과 폭력을 넘어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우리 사회구성원이 함께해야 함을!
서로의 차이를 알고 존중하며 남녀가 공존공생하는 아름다운사회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할 일임을!
성매매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평화뉴스>와의 공동기획은 우리 사회에 올바른 성문화와 인권 증진에 좋은 기회였다. 그동안 함께 한 <평화뉴스>와 연대단체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두옥(<대구여성의 전화>대표.<성매매없는 사회만들기 대구시민연대> 공동대표)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두옥 대표는, 1991년부터 <대구 여성의 전화> 회원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 <대구 여성의 전화> 대표와 <성매매 없는 사회 만들기 대구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지역 여성운동과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2월24일 <평화뉴스> 메인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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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성매매 없는 사회 만들기>는,
[성매매 없는 사회 만들기 대구시민연대(34개 단체)]와 [평화뉴스]가 함께 마련해
2004년 12월 23일부터 2005년 2월 24일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10명이 글을 썼습니다.
이 공동기획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꾸고 성매매를 없애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동안 글을 써 주신 시민단체 회원들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글 쓰신 분들 -
차정옥(2004.12.23), 강세영(12.30), 안이정선(2005.1.6). 김희진(1.13).
김동옥(1.20). 박정희(1.27). 김양희(2.3). 영숙(2.10). 윤종화(2.17). 이두옥(2.24)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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