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세대 전부 철수할 것. 집값 떨어지고 한다"
대구지역 한 아파트에서 장애인 세대들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구 신천동 A아파트 공동 출입 현관문에 지난 17일 '구청장 및 건설국장 면담 내용'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장애인 세대 전부 철수할 것. 집값 떨어지고 한다"는 자필 대자보다.
대구 동구청에 '장애인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니 아파트에 있는 장애인 세대를 모두 철수해달라'는 취지로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이 대자보에 버젓이 적혔다. 해당 대자보를 쓴 사람은 이 아파트의 주민대표인 60대 B씨로 확인됐다. B씨가 직접 이 대자보를 만들어 현관문에 붙인 것이다.
모두 18세대인 A아파트에는 '장애인지역공동체'가 운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가정 2채가 있다. 자립생활가정은 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들이 자립해 생활하는 공간이다. 동구청이 2016년과 2018년에 걸쳐 2채를 매입해 장애인지역공동체가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이 2곳에는 23일 현재 장애인 4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장애인지역공동체가 소유한 장애인자립생활체험홈 1채도 있지만 현재 거주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공동 현관문에 대자보가 붙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게 됐고 결국 문제가 됐다. 대놓고 장애인들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니 모두 철수해야 한다는 폄하성 글로 인해 분노가 커졌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실제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이런 대자보를 붙인 것 명백한 차별"이라며 "법적 검토를 거쳐 이달 말 고발 조치에 이어 강경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제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해당 대자보는 장애를 이유로 분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청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어르신장애인과 한 관계자는 "자립생활가정은 장애인이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이나 다름이 없다"며 "구청에서 철수를 시키거나 나가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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