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물론 횡단보도, 인도를 빠른 속도로 씽씽 달리고 휙 소리를 내며 사람 옆을 스쳐지나간다.
좁은 골목길과 주차장, 도로 갓길을 포함해 심지어 주택가 대문 앞이나 상가 입구를 가로 막아선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돕는 점자블록 위에도 아무렇지 않게 널부러져 있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입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는 여러대가 사람들 출입을 방해하며 방치돼 있기도 하다. 대충 세워놓고 가면서 손잡이를 툭치자 여러대가 한꺼번에 우르르 넘어지기도 한다.
28일 낮 대구시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에 보라색 전동킥보드가 세워졌다. 이용자 20대 이모씨는 지난 주 A업체 어플 회원으로 처음 가입해 신기한 마음에 이날 동성로 곳곳을 누볐다. "이용이 쉽고, 좁은 곳도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고, 대중교통 시설까지 이동이 편리하다"는 게 이씨의 사용 소감이다.
사용할 킥보드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인증하면 300원이 결제된다. 정해진 시간 이후 분단위로 90원만 내면 언제 어디서나 탈 수 있다. 이씨는 사용을 끝낸 뒤 골목에 세워놓고 사라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28일자로 대구지역에 도입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모두 1천510대다. '빔', '씽씽', '머케인' 등 업체 4곳이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 350대에 불과하던 지역의 공유 전동킥보드는 지난 11일자로 업체 '빔' 700대, 다른 업체들도 도입 숫자를 늘려 9월 들어 1,500여대로 5배 가량 급증했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전동킥보드·전동휠·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PM)는 사용이 쉬워 개인 이동수단으로 활용된다. 운전면허증·원동기면허증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고 사용료도 싸고 주차지도 필요 없다. 이륜자동차(오토바이)로 분류돼 2명이 올라탈 수 있고 도로 주행도 가능하다. 사업자에게도 편리하다. 자유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인허가나 승인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 이미 서울에는 3만5천여대가 도입됐고 다른 지자체도 너도나도 도입하는 추세다. 대구가 거의 마지막 보급지다.
하지만 대구 8개 구·군 도심 전역에 공유 킥보드 숫자가 갑자기 늘면서 시민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킥보드 관련 법 미비, 안전대책 부재, 사고 위험으로 인한 불안이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사고(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2019년 자료)는 2016년 49건에서 2018년 258건으로 최근 3년간 5배 증가했다.
2주 넘게 대구시와 구·군으로 민원이 쏟아지자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대구지방경찰청에 안전모(헬멧) 미착용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위반으로 단속을 요청했고, 무단적치물일 경우 구·군에 수거도 명령했다. 28일에는 업체 4곳에 주차장 미확보시 수거한다는 공문도 보냈다. 곧 관련 규제 조례도 제정한다.
대구시 교통국 녹색교통팀장은 "상위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규제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민원이 많아져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수거나 단속에 이어 조례를 만들어 안전을 담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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