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에도 처벌?...여성계 "퇴행, 완전 폐지" 반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10.1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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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임신 14주까지' 허용 / 대구 여성계 "조건부는 여성권침해, 무조건 삭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모든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를 헌법에 위배된다고 66년 만에 결정했다. 

정부는 1년 만에 관련 법을 손본 개정안을 내놨다. '임신 14주' 초기 낙태만 무조건 허용하는 안이다.

여성계는 임신 주수, 조건부 허용에 처벌 조항까지 유지되자 "헌재 취지를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여성회·대구여성인권센터·대구여성광장 등 대구지역 26개 여성·사회단체는 1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정부 입법예고안을 규탄하다"며 "어떤 여성도 처벌 받지 않도록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 폐지하고 헌재 취지에 따라 여성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낙태죄 완전 폐지" 대구 여성단체 기자회견(2020.10.1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태죄 완전 폐지" 대구 여성단체 기자회견(2020.10.1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태죄 완전폐지" 피켓을 든 여성단체 활동가(2020.10.1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태죄 완전폐지" 피켓을 든 여성단체 활동가(2020.10.1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헌재는 지난해 4월 낙태 여성과 낙태 시술 의료진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같은 법 제270조 1항(의사낙태죄)에 대해 "태아 생명 보호 공익만 일방적·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7대 2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53년 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낙태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급작스런 제도 변화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 개정 1년 유예 기간을 줬다. 시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정부는 앞서 7일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신 여성 동의에 따라 임신 14주까지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임신 15~24주까지는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낙태' 조건을 추가했다.

성범죄 피해·소득 불안정·학업 중인 경우·남성 육아 책임 거부·일로 인한 임신이 어려운 상황 등 현재 국내 법상 허용이 되는 범위 안에서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낙태 시술에서 '배우자 동의'를 받아야 했던 기존의 조항과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 허락' 조항도 폐지했다. 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앞으로 40일 동안 의견 수렴을 받아 연말까지 입법을 끝낼 예정이다.

여성계는 "헌재 결정에서 후퇴한 개정안"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지역을 비롯한 전국 여성단체들은 개정안을 규탄하는 릴레이 기자회견과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할 방침이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정부 개정안은 여성을 권리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통제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조건부 낙태는 여성권 침해다. 처벌 조항을 없애고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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