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주택을 헐어서 짓는가 하면 신축을 해서 마감을 앞둔 건물도 무너뜨렸다. 수성구 어느 지역은 신축한지 2년도 안되는 신축원룸들도 철거하고 사찰, 교회도 없어졌다. 한 두곳이 아니라 노후화된 주택지나 지하철역, 특히 신천강에서 동남쪽 수성구의 전역이 새집 헌집을 가릴 것 없이 재건축이라는 미명하에 아파트 건립을 준비 중이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시장은 온통 재건축, 재개발 지역내에 주택, 건물을 사는 것에 쏠린다.
부동산의 정상거래 시장은 물론이고, 경매시장에서도 재건축.재개발지의 물건은 감정가 이상으로 매각되고 있다. 이는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들어가기만하면 평당 600~700만원이고, 도로를 접하면 몇천만원도 받고 심술을 부리면 수억, 수십억을 받을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정상시장이라기 보다는 투기 난장판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시장을 만들게 한데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 소위 땅 작업을 하는 팀이나 시행사들의 책임이 큰 것 같다. 토지나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야 자기 소유부동산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매각부동산의 가격이 높으면 매입을 하지 않으면 될 것인데, 땅을 비싸게 사더라도 분양가를 높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정토지가격 이상으로 매입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변 토지 가격을 인상시키고 시장에 부합되는 가격으로 매매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손해보고 판 것 같은 느낌이 된다.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토지가격을 높여 받는 것이 당연시 되고, 시행사들이 토지가격을 높게 계속적으로 사주면 부동산소유자들은 “남는 장사니까 사겠지”하며 계속 땅값을 올리게 된다. 이런 판에 휩쓸려 수억, 수십억을 번 이야기들이 회자되면서 대구는 아파트 재건축판에 끼지 않은 사람은 재테크를 못한 능력없는 사람으로, 경제적 활동(?)을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으니 한탄할 노릇이다.
일반인들은 이러하다고 치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남들 다하는 아파트의 시행사 하나 못하면 바보 취급받는다. 많은 사람들은 본업을 포기하고 땅꾼(재건축, 재개발 지역에 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앞세워 아파트 부지매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뛰어 들다보니 시행에 관여 안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 일어나는 이런 현상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다.
최근의 일들을 보면, 대구지역의 무분별한 아파트 공급에 대한 앞으로의 문제도 문제이거니와 필자는 더욱 큰 걱정이 있다. ”대구에 사는 우리는 아파트만 지어 새집을 들어가서 살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생산과 관련된 공장은 짓지 않고 집만 지어 무엇 하겠는가? ” 이런 물음이다.
아파트는 생산제가 아니고 소비재로 본다면 아파트가 건설하는 도중에 일어나는 경제활동으로 발생하는 생산효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아파트 건설로 인한 생산효과를 보면, 시행사.시공사의 수입이 거의 모두를 차지하고 하청업체의 영업이익과 그에 따른 고용창출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대구지역의 아파트 시행사.시공사의 대부분은 수도권이나 부산지역이고 그에 따른 하청업체도 대부분 우리지역이 될 수 없다. 결국 분양은 우리지역 사람들의 돈이고 수익은 외부사람들이 갖고 가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런 조그만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엄청난 문제다. 왜냐하면 아파트는 준공된 후 아무런 생산도 없는 그런 투자이기 때문이다. 공장의 건립처럼, 공장을 짖고 나면 고용 효과도 있고 그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판매로 인한 계속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 있으나 아파트는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생산활동에 투입되어야 할 자금들이 아파트 구입에 사용하여 묶인다는 것이다. 범어네거리 부근 아파트 단지의 전체 분양가격이 어림잡아 1조원 정도라고 한다. 대구의 곳곳에 지어지는 1000세대, 2000세대 단지가 많은데 한 단지 분양가가 4000억원에서 5000억원, 분양가가 2000~3000억 하는 아파트 단지가 부지기수다. 이 많은 자금들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않고 최종소비재인 아파트에 묶인다면 꼭 필요한 생산적인 곳에는 쓰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개인의 전재산이 아파트에 묶이고 때로는 대출까지 한다면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넓고 무거운 아파트를 저마다 업고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경우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파트를 선분양 하면서 분양대행사의 영업전략(?)에 의해 계약금 5% 정도를 납부하고, 중도금 후불제나 중도금 무이자에 대한 부담없는 아파트 분양 만을 생각하고 분양을 받아놓고 있다. 그러나, 2~3년 후에 단지마다 수천억원의 잔금을 넣어야 하는 전체로 볼때는, 수조원의 아파트 잔금 납부 의무를 우리 대구시민이 져야할 처지가 될 것이다.
실입주자도 아니면서 모델하우스에 눈이 멀고 몇푼의 분양권 웃돈을 받아 보겠다고 5% 자금 여유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면, 잔금기일 때 모두 팔겠다고 할 것이고 그때는 살 사람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신규 분양아파트 매매가 어려울 때 최후의 방법으로 기존의 거주 아파트를 매각한다면 기존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아직도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르는 아파트 분양가는 생각도 안하고 분양받아 웃돈을 받고 팔아볼까 생각하는 딱한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
필자의 판단에는 그 많은 잔금을 부담할만큼 경제적 상황이 좋은 대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60~70평 아파트, 6~7억 하는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사람이 대구시민 중에 많지 않을 것 같다. 아파트는 거주의 수단이지 소유와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는 생각만 한다면 누가 무어라 해도 마음이 편할 것이다.
유수 일간지 등의 아파트분양 시장의 긍정적 기사는 앞뒷면의 건설업체의 광고와 연결될 경우도 있는 것을 볼 때 아파트 분양시장의 정보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구의 신규아파트 시장은 우리나라 전체로 볼 때 분명 과열이다.
이것은 새 차가 나오면 안 바꾸고 못사는 심리를 이용해 비싼 새 차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처럼, 새 아파트가 나오면 입주 한지 얼마 안 된 집에서 옮겨야만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마음를 이용해서 무주택자의 주택공급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한탕주의 시행회사의 노름에 놀아 날 수 있다는 것에 유의 해야 할 것이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 1959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정용씨는, 지역에서 20년째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며 현재 [(주)정용부동산] 대표와 [(주)정용부동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 [흥사단]과 [대구.경북 부동산분석학회] 회원과 [영남지역발전연구소] 연구원으로, 영남대학교와 대구과학대학에서 부동산학과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평론가로서 <평화뉴스-정용의 부동산 돋보기>와 <매일신문-아름다운 집>에 매주 글을 싣고, TBC 프로그램 '6백만의 경제학'에서 부동산 분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3월 27일 <평화뉴스> 메인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