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가득찬 웅덩이...대구 신천둔치 '인공습지'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3.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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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신천프로젝트' 수성교~동신교 논·둠벙습지 3곳 "친환경"
부유물·녹조·쓰레기·악취까지..."마구잡이 배치·난개발, 관리부실"
시설공단 "겨울에 쌓인 이물질·먼지 찌꺼기, 최근 담수해 올라와" 


대구시민들이 즐겨찾는 신천. 최근 날씨가 풀리면서 신천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산책로를 걷고 생활체육시설에서 운동하는 이들도 있다. 꽃과 나무를 보러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몰린 곳이 있다. 신천둔치 습지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초록색 녹조가 가득 끼어 흉물로 변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이들은 코를 막고 "냄새가 난다"며 떠났다.
 
대구 수성교~동신교 사이에 있는 신천둔치에 '논·둠벙습지', '신천 생태연못' 물에 초록색 녹조가 한가득 피었다.(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수성교~동신교 사이에 있는 신천둔치에 '논·둠벙습지', '신천 생태연못' 물에 초록색 녹조가 한가득 피었다.(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12일 수성교와 동신교 신천둔치에 마련된 인공습지 3곳. 둔치에 있던 흙과 잔디를 깊게 파낸 곳에 물이 차 있다. 나무를 심고 조경석을 뒀다. 사슴, 수달 등 조형물과 곳곳에 조명도 설치됐다. 

바로 옆 시멘트 자전거길이 있고 옆에는 신천 산책로가 있다. 그런데 얕게 채워진 습지 3곳 물에는 초록색 녹조가 가득 끼었다. 진득한 녹조들이 둥둥 떠다니며 낙엽, 진흙 등 부유물이 한데 엉켰다. 

거품이 피어오르고 조형물, 돌, 조명에는 물이끼가 끼었다. 각종 쓰레기도 떠다닌다. 녹조로 인해 바닥은 보이지 않고 악취까지 난다. 녹조로 가득찬 웅덩이를 보며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초록색 녹조와 물이끼가 낀 신천 습지, 연못(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초록색 녹조와 물이끼가 낀 신천 습지, 연못(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는 지난 2017년 수성교와 동신교 신천둔치에 면적 608㎡ '신천 논·둠벙(웅덩이)습지, 신천생태연못' 3곳을 조성했다. 노랑꽃창포, 부채붓꽃, 자라풀, 노랑어리연, 연꽃 등도 심었다. 

생태연못을 통해 신천 수달들의 휴식처를 만들고, 수서생물이 살 공간을 제공해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어린이들에게는 모내기와 벼 베기 등 체험학습 공간, 이삭은 새들 모이로 사용한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이후에는 체험형에서 관람형 교육공간, 힐링공간으로 재조성했다. 

습지 조성은 '신천생태·문화관광 자원화사업' 이른바 '신천프로젝트' 첫 사업으로 권영진 대구시장이 추진했다. 대구시는 2017~2024년까지 1,040억원을 투입해 4개 테마 아래 21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한 대구시민이 습지 조성을 제안했고, 대구시는 신천개발자문단협의회를 열어 최종 의결했다. 하천, 산책로, 잔디밭에 습지를 만들어 생태적 친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신천 논·둠벙(웅덩이)습지, 신천생태연못' 3곳 앞 표지판(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천 논·둠벙(웅덩이)습지, 신천생태연못' 3곳 앞 표지판(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수경생물도 심고 조형물도 설치하고 물도 채웠지만 관리가 제대로 않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물들이 생장하는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다는 비판이다. 
  
원래 강변의 둔치는 수생물의 쉼터이자 홍수터, 완충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노는 땅'으로만 인식돼 각종 조경 사업과 하천정비 사업 등 난개발로 둔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사례는 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경남도 남강 하류, 전라남도 진안군, 여수시도 인공 습지를 조성했다가 모기 서식지·악취·오염으로 논란이 됐다. 피해는 시민들 몫이다. 

신천의 경우 사업 초기에도 인공 습지 조성을 놓고 전문가들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했다. 지난 2017년 9월 20일 대구시, 한국조경학회 영남지화,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는 제2회 대구광역시 공원녹지포럼을 열고 '신천개발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토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태열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는 "신천개발 기본계획은 서울에서 실패한 한강 르네상스와 비슷하다"며 "시민게 외면받는 요소가 집약된 게 신천개발계획으로 골격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인공적인 논·둠벙 습지를 만드는 것은 하천 특징과 기능을 고려치 않고 마구잡이 배치한 것"이라며 "수달이 발견된 곳과 다른 곳에 서식처를 만드는 것부터 해서 신천개발 문제점을 전부 언급키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때문에 "지속가능성·자연성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 습지 주변에 설치된 사슴, 수달 조형물과 조명(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공 습지 주변에 설치된 사슴, 수달 조형물과 조명(2022.3.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문가의 우려가 현실화되자 환경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14일 "고인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며 "습지가 필요하면 신천의 불필요한 보들을 없애 물이 흐르는 자연습지를 만들 일이지 이렇게 인공습지를 만들어 썩게 만드는 전시 행정을 벌일 일은 전혀 아니다. 전형적인 세금낭비"라고 비판했다. 

관리 주체인 대구시설공단 신천둔치관리소 한 관계자는 "12월부터 3월까지 물이 없어 바닥에 가라앉은 이물질, 먼지, 낙엽 찌꺼기 등이 쌓인 것 같다"며 "최근 일주일 새 담수로 가라앉은 것들이 올라온 것 같다. 며칠 새 다시 가라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열심히 관리 한다고 하지만 일부 쓰레기를 버리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직원 3명이 오전 8시부터 가창교~침산교 구간 쓰레기나 오물을 치우며 청소하는데도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신경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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